코로나19의 위기 앞에서 역사학계 또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시대적 소명에 응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개인 일기에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역병 경험과 인식이 생생하게 제시되어 있어, 역병의 정치·경제·사회적 영향에 대한 미시적 연구가 가능하며, 이는 개인 차원에서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삼국시대로 가면 역병에 관한 기록이 매우 단편적이어서 외부로부터 유입된 전염병이 개개인에 미친 영향은 다룰 수 없다. 그러나 『삼국사기(三國史記)』의 역병 기사들은 가장 공적인 매체에 수록된 역병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역병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기록했는지는 역병에 관한 국가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국사기』, 『신당서(新唐書)』, 『속일본기(続日本紀)』 등 한중일의 고대 정사(正史)에 수록된 역병 기사들을 통해서는 고대 역병에 대한 ‘사실’을 확인할 뿐만 아니라, 고대 국가에서 진행된 역병에 대한 ‘프레임 씌우기’도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