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학은 국가간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방식으로 크게 보아 현실주의적 방식과 자유주의적 방식의 두가지 방법론이 있다고 논의해 왔다. 자국의 안보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군사력을 기르고 대외적으로 동맹을 형성하는데 정책의 중점을 두는 것이 현실주의적 방식이라면, 국가간 협력을 제도화하고 공동의 규범을 확산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자유주의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출범 이후 베를린 선언 등을 통해 대북 대화와 협력 재개를 주장해온 문재인 정부가 자유주의적 방식에 의한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고 있다면, 핵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해온 북한은 현실주의적 평화관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4월27일의 판문점 선언에 의해 남북 정상이 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에의 이정표를 밝혔는데, 그 구체적 실현을 위해선 이같은 상이한 방식의 평화관념 사이에 접점을 마련하는 작업이 우선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