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기자단 행사 리뷰
4월 16일,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미얀마 위기의 장기화: 심층적 이해와 변화하는 아시아>를 주제로 학술 워크샵이 개최되었다. 금일 세미나는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미얀마 사태를 국내적·지역적·국제적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자리로서 마련되었다. 세미나는 채수홍 동남아시아센터장의 개회사로 시작하여 원동욱·장준영·박은홍 교수의 발제로 이어졌으며, 최경희·엄은희·김태균·홍문숙 교수의 토론을 통해 논의가 풍부화되었다.
먼저, 원동욱 동아대 교수의 <미얀마 사태와 중국-미얀마 관계>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은 미얀마의 안보적, 경제적 가치를 염두에 두어 서구의 미얀마 제재에 대비하여 미얀마 군부의 후견자를 자처해왔다. 2010년 이후 미얀마에 형식적 민정이 성립되며 미국은 미얀마의 민주적 변화를 격려하며 중국의 영향력을 제어하고자 했고, 이에 중국-미얀마 관계가 경색됨에 따라 중국은 일대일로에 기반한 미얀마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였다. 2015년 이후 아웅산 수치가 집권하였으나 아웅산 수치는 국내적 안정과 경제발전에 총력하며 미-중간 중립외교 전략하에 중국과의 적극적 관계개선에 호응하였다.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이후 중국은 미-중간 갈등상황을 고려, 외면적으로는 ‘창조적 개입’의 기치아래 내정불간섭이 아닌 ASEAN을 통한 중재와 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이후 중국과 미국의 대응여하에 따른 외교적 전략을 탐색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다음으로, 장준영 한국외대 교수의 <내전으로 가는 미얀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발표가 진행되었다. 미얀마 사태의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로서 1) 군부의 진압 성공, 2) 민주주의의 회귀, 3) 연방군 창설에 따른 사태 장기화, 4) 군 내부의 분열과 모반, 5) 국제사회의 중재의 다섯 가지를 예상해볼 수 있다. 현재 미얀마는 시민불복종운동(CDM)이 다소 위축된 형태로 진행되어오고 있으며, 시위과정에서는 기성세대 및 불교 상가의 참여 부재를 지적할 수 있다. 군부의 자발적 퇴진은 불가능하며, 민주주의가 회복된다고 할지라도 과거사 청산 문제가 여전히 남게 되는 상황이다. 한편 연방의회대표자위원회(CRPH)가 출범하여 반군부 임시정부의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는데, CRPH가 발표한 연방민주주의헌장은 4장 2조를 중심으로 그 실현가능성에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미얀마 사태의 전개를 예측하는 데 있어 배경과 맥락이 다른 소수민족 무장단체들, 군부지도자인 민아웅훌라잉의 영향력, ASEAN 및 유엔사무총장의 중재가능성 등이 고려되어야 함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박은홍 교수의 <미얀마를 향한 한국의 초국가연대, ‘아세안의 건설적 제재’를 이끌어내자>에 대한 발표가 이루어졌다. 한국과 ASEAN은 각각 국제문제에 대한 외교규범을 변화시켜왔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ASEAN의 내정불간섭주의는 과거에는 미얀마의 아세안 가입과 개방화 과정에서 비판적으로 쟁점화되어 왔고, 이에 법치와 인권 증진을 담은 ASEAN 헌장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현재에는 중국의 개입이 ASEAN 내부의 인권적 가치 약화로 이어지며, 미얀마 사태에 들어서서는 내정불간섭주의가 다시 강조되는 NANO(No Action No Talk) 외교로 전락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의 경우 과거 미얀마 개방 이전에는 NATO(No Action Talk Only)외교의 전형으로서 기업의 투자기회처로 미얀마를 인식하는 외교 규범 행태를 보여왔다. 현재에는 3P(People·Peace·Prosperity) 가치를 중심으로 군부에 대해 독자적 제재를 수행해오고 있다. UN·ASEAN과의 한국의 초국가연대 관계성 및, 미얀마의 ‘규율민주주의’ 이행과정과 민간정부 복원 및 연방국가 건설 지원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전략 모형을 검토할 때, 앞으로는 유사한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가진 국가를 중심으로, ASEAN+1/ASEAN+3에 기반한 설득외교의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토론에서는 미얀마 위기를 다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들이 제시되었다. 최경희 교수는 미얀마 문제에서 ASEAN의 역할에 주목하였다. 이어, ‘미얀마 내부의 정치적 타협 가능성’, ‘ASEAN 대화상대국 지원 가속화를 위한 한국정부의 역할’, ‘아시아 속에서 중국의 역할 짓기’ 등을 토론 질문으로 제시하였다.
엄은희 교수는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서 미얀마 사태가 풀리지 않는 사회의 고질적 난제로 이행될 가능성을 우려하였다. 이어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창조적 개입 개념의 원천, CRPH와 CDM 그룹 및 항쟁 주체들에 대한 중국의 수용 가능성’, ‘규율 민주주의 선언 이후 동남아 권위주의 체제 이행가능성’, ‘성찰과 기억에 기반한 상상적 연대로서 미얀마에 대한 한국정부와 한국시민의 건설적 제재’ 등에 대해 폭넓게 질문하였다.
김태균 교수는 전체 발제를 국제 수준, 지역 수준, 내부 수준 등 세 가지 층위로 구분하여 분석하고 각각의 전망과 난점을 제시했다. ‘국제수준에서 미얀마 사태가 미중갈등의 대리전으로 비화할 가능성’, ‘지역수준에서 ASEAN이 현실적 이해에 따라 세속화될 가능성’, ‘국내수준에서 미얀마가 소수민족 갈등에 의해 다중내전으로 이행될 가능성’ 및 그 안에서 한국의 역할을 질문하였다.
홍문숙 교수는 이번 행사가 국내외 주요 캠페인에서 부각되지 못한 부분을 드러내어주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어 2011 시리아 재현을 방지하기 위해 세계시민들이 미얀마 국민에 최우선적으로 집중하면서 인류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실질적 지원을 유지하고 확대해야 함을 제시하였다. 나아가 ‘전통적 이론’에서 벗어난 미얀마 사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사회 다양성 존중과 동남아시아 역사의 이해를 바탕으로 재개념화할 것을 요구하였다.
마지막으로 사회를 맡은 신범식 교수는, 미얀마 문제가 아시아의 현재에 내포되어 있는 모든 문제들의 농축이며, 다층적으로 구성된 아시아문제의 건설적 해결을 위해서는 의제낙관주의의 입장에서 긍정적 미래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임을 언급하며 워크샵을 마무리하였다.
글, 사진 | 김재성(학술기자단, 연구연수생 14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