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 이를 생각하고 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이들은 여러 분야에 걸쳐 존재한다. 도시를 담당하는 정치인들이 있고, 도시의 행정가들도 존재하며, 도시계획을 만드는 이들도 존재하고, 도시사회학자나 도시인류학자들 역시 도시의 방향 논하는 자리에 참여한다. 그 가운데 건축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단게 겐조는 전후 일본의 설계자라는 닉네임을 지니고 있다. 패전과 더불어 폐허가 된 일본의 도시를 재건할 때, 새로운 도시의 전반적인 구조를 설계하고 또 새로이 부흥한 도시를 대표하는 건물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는 ‘평화국가’로 자처한 전후 일본을 상징하는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설계하였고, 경제 대국으로 국제사회에 복귀하였음을 드러내는 건축물 요요기 국립경기장을 설계하였다. 고도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도쿄 거주 인구가 폭증하자 도쿄만에 수상도시를 세워 도시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일본의 건축가들은 전후 일본의 부흥이나 도시의 성장만을 서포트한 것은 아니었다. 1980년대 이후 도쿄일극집중 현상이 발생하고 도쿄와 지역도시들 사이의 여러 차이가 드러나는 가운데 지역도시들은 각종 문화시설을 통하여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역을 불어 넣고자 하였다. 이때 단게 겐조의 제자인 이소자키 아라타를 포함, 다양한 건축가들이 지역 도시의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공연장의 설계에 참여하였다. 가자나와의 21세기 미술관과 나오시마의 미술관들은 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의 성공적 사례로 꼽혔고, 이곳의 설계에 참여한 건축가들은 건축을 통한 도시 변화에 기여한 대표적 사례로 여겨졌다.
그러나 2011의 동일본대지진은 건축가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반 시게루를 포함하여 건축가들은 대피시설에의 칸막이를 만들어 주민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마을 사람들의 모임 공간과 임시 거주시설을 만들었다. 그리고 재난을 계기로 지역 순환 경제를 고려한 목재 건축을 설계하는 등 위기를 맞은 커뮤니티를 재생할 수 있는 마을과 건축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오늘날 도시가 경험하는 위기는 탈산업화와 인구의 노령과, 청년 유출에 더하여 기후변화와 반복되는 재난의 문제가 중첩되어 있다. 이는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며 살아가는 삶을 대신하여 지역순환에 기초한 저에너지 사용의 생활을 요청한다. 그리고 건축은 그러한 새로운 삶에 대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