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양회가 열리는 3월은 정치의 계절이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총리가 주목받는 정치행사이다. 올해도 예외없이 기존 관행과 절차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큰 혼란없이 정한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국내외 정세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번 양회는 특별한 쟁점이 부각되기 보다는 기존 관례를 충실히 재현한 회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 면에서는 미세한 변화가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양회의 의미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리커창 총리의 총리 은퇴 시사 발언에 따른 권력구조 개편과 지도체제 변화, 지도부 인선 등의 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부상했다. 둘째, <보고>에 나타난 경제 정책 평가와 방향, 임무 등 관련하여 성장을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안정을 중시할 것인가에 대한 미세한 정책 운영 차이가 주목받았다. 셋째, 총리가 부각되는 양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당, 당 영도, 강군 등 자신의 메시지를 활발하게 전파했다. 넷째, 미디어데이를 활용한 활발한 의견 개진으로 지역과 부문, 개인의 이익을 전파하는 활동이 활발했다.
양회를 마친 중국은 이제 가을에 있을 20차 당대회를 ‘승리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 모든 인적, 물적, 정책적 자원을 집중할 것이다. 총리 은퇴 시사 발언으로 권력 구조 변화, 지도부 교체, 새로운 지도자의 출현 등 엘리트 정치 변화가 두드러질 것이다. 양회에서 ‘안정’의 강조는 바로 당대회를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양회 기간 전국정협 회의는 3월 4일부터 10일까지, 전국인민대표대회는 3월 5일부터 11일까지 열렸다. 이번 양회에서 드러난 정치적 의미는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먼저, 리커창 총리의 총리 은퇴 시사 발언에 따른 권력구조 개편과 지도체제 변화, 지도부 인선 등의 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부상했다. 둘째, <보고>에 나타난 경제 정책 평가와 방향, 임무 등 관련하여 성장을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안정을 중시할 것인가에 대한 미세한 정책 운영 차이에서 보여지는 정치적 의미가 주목받았다. 셋째, <표 1>에서 보듯 주요 지도자들이 각 대표단 심의 회의에 참가하여 행한 발언, 기타 왕이(王毅) 외교부장, 왕즈강(王志剛) 과학기술부장, 샤오야칭(肖亞慶) 공업정보화부장 등 ‘부장 통로(部長通道)’ 발언과 각 부문과 지역을 대표하는 정협, 인대 대표들의 기자회견, 마지막으로 폐회식 직후 진행된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 등이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름 | 날짜 | 참가 대표단 | 주요 발언(키워드) |
시진핑 | 2022.3.5 | 인대 네이멍구대표단 | 필연의 길(必由之路), 공동체 의식 등 |
2022.3.6 | 정협 농업계, 사회복지ㆍ사회보장계 | 민생, 식량안보, 전략적 조건 등 | |
2022.3.7 | 인대 해방군 ㆍ 무장경찰부대 | 의법치군(依法治軍), 강군(強軍), 단결 등 | |
리커창 | 2022.3.6 | 인대 광시 대표단 | 시장 활력, 취업안정, 민생보장 등 |
2022.3.6 | 정협 경제계 | 발전, 경제 합리적 운영, 세금 환급 등 | |
리잔수 | 2022.3.5 | 인대 장시 대표단 | 양개확립(兩個確立), 당의 전면 영도 등 |
2022.3.6 | 정협 민맹(民盟), 민진(民進) | 공산당 영도 견지, 중국특색 사회주의 정치발전의 길 견지, 각자 우세 발휘 등 | |
왕양 | 2022.3.5 | 인대 쓰촨 대표단 |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 민족단결, 민족종교 조화와 안정, 종교 중국화 등 |
2022.3.6 | 정협 민건(民建), 공상련(工商聯) | 민영경제 건강한 발전, 개혁개방 불변 등 | |
왕후닝 | 2022.3.9 | 인대 타이완 대표단 | 대만독립 반대, 외부세력 간섭 반대 평화발전, 역사대세, 민족대의, 통일대업 등 |
2022.3.6 | 정협 공청단(共靑團), 총공회(總工會), 부련(婦聯), 청년계 | 양개확립(兩個確立), 네개의식(四個意識), 네개자신(四個自信), 양개수호(兩個維護) 등 | |
자오러지 | 2022.3.5 | 인대 헤이룽장 대표단 | 오위일체(五位一體), 사개전면(四個全面), 핵심 등 |
2022.3.6 | 구삼학사(九三學社), 무당파인사 | 당중앙과 고도 일치, 중공 20대 등 | |
한정 | 2022.3.5 | 인대 산시(陝西) 대표단 | 안정속 발전(穩中求進), 신발전이념, 중공 20대 등 |
2022.3.6 | 홍콩·마카오 대표단 | 사회안정, 일국양제, 항인치항(港人治港), 오인치오(澳人治澳), 고도자치, 방역 등 |
3월 11일 제13기 전국인대 제5차 회의 폐막식 직후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올해는 이번 정부 마지막 해이자 내가 총리를 맡는 마지막 해이다. 이번 기자회견이 지난 10년간 총리 신분으로서 갖는 기자회견 가운데 마지막 기자회견이다”라는 말로 내년도 총리 은퇴를 기정사실화했다.
‘칠상팔하(七上八下)’(67세 입성, 68세 은퇴)’ 관례에 따르면 1955년 7월생인 리커창 총리는 2022년 제20차 당대회 개최 시점에 만 67세이다. ‘칠상팔하’ 규정에 저촉되지 않아 헌법 87조 규정에 의해서 총리는 물러나지만 제도적으로는 완전히 정계에서 은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2022년 가을에 개최 예정인 제20차 당대회에서 ‘칠상팔하’ 관례에 따라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총리는 이미 10년을 했기 때문에 헌법 규정에 따라 물러날 수밖에 없다. 만약 제20차 당대회에서도 리커창 총리가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지위를 갖게 된다면 총리를 제외한 정치국 상무위원이 맡는 다른 자리로 옮겨야 한다. 리펑(李鵬)이 국무원 총리를 10년 하고 전국인대 상무위원회 위원장 자리로 옮겨서 5년 더 재직한 선례를 참고할 수 있다. 리펑은 1987년 제13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 되어 1988년 3월부터 1998년 3월까지 10년 동안 국무원 총리로 재임했다. 그리고 다시 1997년 제15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에 선임되어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전국인대 상무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10년 총리, 5년 전국인대 위원장 등 사례가 리커창 총리에게도 선례가 될 수도 있다.
이후 차기 총리가 누가 될지가 관심사로 부상했다. 리커창 총리의 은퇴 시사 발언으로 2022년 가을 제20차 당대회에서 나타날 권력구조 개편과 지도체제 변화 및 지도부 교체에서 총리 인선이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총리는 예외없이 부총리에서 승진 임용되었다. 리펑, 주룽지, 원자바오(溫家寶), 리커창 모두 부총리에서 총리로 올라섰다. 이러한 관례가 유지되는 경우 차기 총리도 현 부총리에서 승진 이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총리는 당연직 정치국 상무위원이기 때문에 현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정치국 상무위원 승진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될 것이고, ‘칠상팔하’와 부총리에서 총리로 승진 임용 관례를 보면 현 4명의 부총리 가운데 후춘화(胡春华, 1963년 4월생)가 가장 유력하다.
기존 ‘칠상팔하’ 관례를 파괴하고 주룽지 사례를 원용한다면 한정(韓正, 1954년 4월생) 현 국무원 상무부총리도 유력 후보 가운데 하나이다. 한정은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출신이며, 상하이를 정치적 기반으로 성장했고, 시진핑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원만한 관계망을 활용하여 중국 내 각 정치 세력 간 조정자, 중재자 역할도 할 수 있다. 물론 2021년 제13기 전국인대 제4차 회의에서 전국인대 상무위원회가 직접 부총리, 국무위원 인선을 할 수 있게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에, 기존 관행을 준수하는 선에서 리창(李强, 1959년 7월생, 현 상하이시 서기), 천민얼(陳敏爾, 1960년 9월생, 현 충칭시 서기) 등을 국무원 부총리로 올린 후 제20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임한 후 2023년 제14기 전국인대 제1차 회의에서 총리로 선출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로 보면 차기 총리 후보는 후춘화, 리창, 천민얼 등 3자 경쟁으로 압축될 수도 있다. 이처럼 이번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의 총리 은퇴 시사 발언은 차기 권력을 향한 인사 경쟁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이하 <보고>)에서 시진핑 주석의 아젠다로 알려진 ‘공동부유(共同富裕)’는 2022년 경제사회발전 총체 요구와 정책 방향 파트에서 겨우 한 차례 언급되었다. 이는 ‘공동부유’ 아젠다의 추진 동력이 채 반년이 지나지 않은 시간에 강력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대신에 리커창 총리는 <보고>에서 ‘하강 압력(下行压力)’ 등 중국 경제가 처한 ‘압력(压力)’ 상황을 매우 우려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리커창 총리는 <보고>에서 ‘압력’을 네 차례 언급했다. 먼저 중국 경제에 새로운 ‘하강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커창 총리의 상황 인식은 사실 국내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체제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민심 악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리커창 총리의 <보고>에 나타난 중국이 직면한 경제 상황 인식과 시진핑 주석의 이해는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가령, 플랫폼 기업 구조 조정이나 ‘공동부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여러 기업의 자발적 투자 재원 마련이나 기부 요구 등은 반발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리커창 총리의 <보고>에는 부동산세 부과 여부 등에 대해서 언급 자체가 없다. 이는 <보고>가 주로 담아내는 경제 중심 정책 방향과는 다르다. 특히 기업 구조 조정, 부동산세 부과, 기업에 기부 요구 등이 매우 고도의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 정책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영향력이나 추동력이 그리 강력하지 않다는 추론도 가능케 한다.
리커창 총리는 경제를 성장시켜야 하는 정책적 목표를 위해서 대중의 요구를 존중하고, 지역(地方)이 처한 상황에 따라 창조적인 업무를 전개하고 창업의 적극성을 충분히 동원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효율적인 시장과 정부 역할을 결합하여 시장 활력과 사회 창조력을 끌어올릴 것을 개혁과 혁신의 새로운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보고>에서 시진핑 주석이 강조했던 ‘공동부유’라든지 ‘부동산세’ 등에 대한 언급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2022년 경제 정책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강조점의 변화는 적어도 이번 <보고>를 통해서 보건대, 중국 내에서 시진핑 주석의 경제 정책에 대한 발언권이 예전 같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양회가 갖는 특성상 민생, 경제 등 총리의 아젠다가 중시되는 회의이기 때문에 바로 시진핑 주석의 지도력이 약화되고 집단지도체제가 다시 복원된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여전히 전 당과 당중앙의 ‘핵심(核心)’이며, ‘두개 수호(兩個維護)’의 당위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9년 동안 ‘호랑이’, ‘파리’, ‘여우’ 사냥으로 확립한 반부패 운동의 정치적 유산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양회 기간 시진핑 주석은 네이멍구(內蒙古) 대표단 회의, 해방군·무장경찰부대 등 두 인대 대표단 회의와 농업계, 사회복지·사회보장계 정협 대표단 회의에 참석하여 대표, 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관련 중요 메시지를 발신했다. 개별 대표단 회의에서 발신한 시진핑 주석의 메시지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필연의 길(必由之路)’, ‘전략적으로 유리한 조건(战略性的有利条件)’ 그리고 ‘강군사상’과 ‘강한 군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제13기 전국인대 제5차 회의 개막 첫날 네이멍구 대표단 심의 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은 신시대 당과 인민의 분투를 보여주는 중요한 인식 기반으로서 이른바 다섯가지 ‘필연의 길’을 언급했다. 중국 언론에서는 이를 과거 경험을 총화하고, 신시대 중국의 이른바 ‘성공의 암호’를 제시한 것이며, 소위 ‘중국의 치(中國之治)’를 실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고 반드시 견지해야 하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의 치’를 ‘서방의 난(西方之亂)’과 대비하여 백 년만의 대변화의 국면은 중국과 서방의 대결국면이 빚어낸 것으로 의미 부여를 하여 중국과 중국인의 ‘분투’를 발현해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강조한 다섯가지 ‘필연의 길’은 ▲당의 전면적인 영도 견지 ▲중국특색 사회주의 ▲단결과 분투 ▲신발전이념 관철 ▲전면적인 엄격한 당관리(从严治党) 등이다. 모든 당과 국가 사업에 당을 전면에 내세워서, 중국의 길에 따라 새로운 발전의 길을 모색하고, 그 과정에서 단결과 분투를 통해서 당원과 인민이 단결해 나가자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근간은 당의 영도인만큼 당과 당원 영도간부가 중심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당이 부식되지 않기 위해서 당과 당원이 솔선하여 전면적인 엄격한 당관리에 힘써 달라는 주문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외 정세가 엄혹하고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치적으로 당을 앞세워 불확실한 국면을 헤쳐나가자는 당원과 국민에게 보내는 독려 메시지로 들린다. 그러나 이러한 ‘필연의 길’은 새로운 내용은 아니고 기존에 산발적으로 언급되었던 것을 양회라는 정치 행사에서 다시 다섯가지로 묶어서 제시한 것일뿐이다.
예를 들어, 당의 전면영도는 이미 2017년 19차 당대회때도 언급되었으며 2018년 수정 헌법에도 명기된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이른바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업의 영도 핵심이라는 수사(修辭)는 이미 올드한 버전이다. 19차 당대회 보고 문건에서도 “당정군민학, 동서남북중에서 당은 모든 것을 영도하고, 최고의 정치 영도역량이다(党政军民学, 东西南北中, 党是领导一切的, 是最高的政治领导力量)”라는 표현이 등장했었다. 당의 영도는 당과 국가의 모든 업무의 근본적인 보장 장치로서 정치안정, 경제발전, 민족단결, 사회안정의 근본이고 절대로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시점에서 이 문제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바로 지금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쌍순환 전략으로 회귀한 지금 코로나19 확산, 미중 전략경쟁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금융 불안, 유가 상승, 공급망 교란 등을 과연 당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극복해 낼 수 있을지 의심되기 때문이다. 특히, 양회 기간 당과 당의 영도 강화를 주문할 정도로 중국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시진핑 주석은 3월 6일 전국정협 농업, 사회복지와 사회보장계 대표단 회의에 참석하여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우리나라 발전은 여전히 수많은 전략적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보고>의 정세 분석에서도 언급했듯이 현 상황이 매우 좋지 않고, 특히, 국내외 불확실성이 증대하여 경제발전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여 국내 경제 주체들에게 긴장감을 갖고 상황에 대응할 것을 주문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즉, 국내외 엄혹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른바 내향적 발전에 필요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신심(信心)을 잃지 말고 매진해 나가자는 일종의 노력 독려로 읽힌다.
시진핑 주석이 강조한 다섯가지 ‘전략적으로 유리한 조건’은 ▲중국공산당의 강인한 영도, ▲중국특색 사회주의 제도의 현저한 우위, ▲지속적이고 빠른 발전이 축적된 견실한 기초, ▲장기적으로 안정된 사회환경, ▲자신감과 자강(自强)의 정신력 등이다. 그러나 이 다섯가지 조건은 중국이 처한 경제적 상황을 타개할 사회경제적 토대를 갖추는데 직접적인 쓰임이 있다기보다는 의식과 정신력으로 상황을 극복해나가자는 일종의 다짐이나 각성 정도로 읽힌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금융망 혼란에 대한 타개책이라든지, 부동산 버블이나 차등 성장에 따른 민심의 이반을 돌리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봉쇄’ 조치로 쌓여가는 국민들의 피로감을 구체적으로 극복해낼 수 있는 손에 잡히는 조치들이라기 보다는 정신적 무장을 통해서 위기를 극복하자는 일종의 캠페인으로 보여진다.
이밖에도 시진핑 주석은 3월 7일 제13기 전국인대 제5차 회의 해방군과 무장경찰 부대 대표단 심의 회의에 참석하여, “법에 의거하여 군대를 다스리는 ‘의법치군(依法治軍)’을 강조”했다. ‘의법치국(依法治國)’에 이어서 ‘의법치군’ 등 이른바 법에 기초한 관리와 통제를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의 메시지에 따르면 ‘의법치군’은 “당이 군대를 창설하고 다스리는 기본적인 방식이고, 신시대 당의 강군목표를 실현하는 필연적인 요구사항”이다. 즉, 당을 중시하고 당의 영도를 국방과 군사에 투사하는 전략은 바로 국방과 군대 건설의 법치화 수준을 높이고 강군사업을 추진하는 강력한 법적 뒷받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시진핑의 강군사상이 법치의 형태로 더욱 정교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군을 안정화 시키고, 20차 당대회를 ‘승리적으로’ 준비하는데 당 중심 사고가 그대로 투사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총구에서 권력이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사고가 그대로 관철되고 있는 셈이다.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양회 기간 각 대표단 심의 회의에 참가하여 행한 발언 못지않게, 정치국 위원이나 국무원 주요 지도자, 양회 참가 대표들도 대표단 심의회 참석, 기자회견, ‘부장통로(部長通道)’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서 양회 기간 자신과 자신이 속한 부문과 지역의 이해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리는 이미 양회 기간 정착된 일종의 정치과정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이번 양회에서도 활발하게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경제정책 전반적인 기조와 인식에 대한 리커창 총리의 기자회견,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하여 주목받은 왕이(王毅) 외교부장, 과학기술정책 관련하여 주목받은 왕즈강(王志剛) 과학기술부장, 샤오야칭(肖亞慶) 공업정보화부장 등의 발언과 각 부문과 지역을 대표하는 정협, 인대 대표들의 활발한 기자회견 등도 모두 이번 양회의 주요 정치과정 중 하나였다.
리커창 총리는 앞서 언급한대로 이번 양회 기간 가장 주목을 받은 인사 가운데 한 명이었다. 양회라는 정치행사가 주로 경제문제, 사회안정 등 정치 외적인 문제에 집중되는 국무원이 중심이 되는 이벤트라는 점에서 총리는 이미 <보고>를 통해서 양회의 중심에 섰었다. 아울러 기자회견이라는 미디어데이(media day) 행사를 통해서 현안이 되는 문제들에 대해서 허심탄회한 속내를 드러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 중심에 바로 앞서 언급한 총리 임기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이 있었다. 그동안 법적인 제약 조건에 따라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총리 은퇴를 기정사실화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를 총리가 구두로 직접 확인해주었다. 이는 불확실한 20차 당대회 관련 인사구도에서 적어도 총리는 새로운 사람으로 교체된다는 확실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정치 불확실성 가운데 하나는 제거했다는 긍정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동이나 부녀자 납치 등 현안으로 부각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 비교적 솔직하고 진솔한 대답으로 언론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점도 평가할만하다. 인민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중국 정치체제 특성상 당과 정부에 대한 당원과 국민의 신심을 제고해야 하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왕즈강(王志剛) 과학기술부 부장은 미디어데이에서 “기초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중국이 첨단기술 관련하여 기술혁신 등을 위해서 기초 연구를 중시하고, 특히 청년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청년 과학기술 프로젝트를 확대할 것을 천명했다. 공격적인 과학기술 투자보다는 기초 연구에 매진하여 외부의 비판적인 예봉을 우회하겠다는 전략적 고민을 반영한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샤오야칭(肖亞慶) 공업정보화부 부장도 5G 기지국 구축 현황을 보고하고, 향후 “핵심기술 공략 강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이동통신기술(6G)의 발전 방향을 고려해 기술 연구”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사를 공개 천명했다. 이밖에 정협 대표와 인대 대표들도 미디어데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지역과 부문, 개인의 이익 표출 및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처럼 양회 기간 미디어데이 행사로 오픈된 이른바 전파 능력 확산을 위한 움직임 등 언론 활용을 통한 정책 확산 움직임은 국내외를 상대로 매우 체계적이며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이는 그동안 중국이 당과 정부의 특정 정책에 대한 홍보를 목적으로 개최하는 이른바 ‘신문발표회’와는 약간 결을 달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방적인 정책성 홍보가 아니라 양회, 당대회 등에서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미디어데이 등 대언론 행사를 자신들의 정치적 인식을 전파하고, 외부의 비판적인 인식을 수렴하여 체제 내화 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쌍방향 소통이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하고 할 수 있다. 이번 양회처럼 미중 전략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문제 등은 국제사회가 중국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핵심적인 이슈라는 점에서 쌍방향 소통의 모습을 보인 것은 긍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당과 당의 영도를 앞세우는 등 이미 예상할 수 있는 답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은 소통의 심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번 양회는 이미 제도로 정착된 정치 행사가 때에 맞춰 열렸다는 점에서 정치 일정의 반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형식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 매년 돌아오는 정치 행사이고, 매년 그렇듯이 각종 <보고>에 대해서 토론하고 심의하고 결의하고 권고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꾸준하게 제도가 굴러가고 있다는 점은 당국가 체제의 예측 가능한 정치가 작동한다는 점에서는 평가할만한다. 한편, 형식적이 면에서는 기존 패턴의 반복일지 몰라도 내용면에서는 국내외 정세를 반영한 몇 가지 논의가 집중되었다는 점에서는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리커창 총리가 발표한 <보고>에서 보듯, 정세 인식과 평가, 향후 과제와 인식, 그리고 구체적인 조치 등에 대해서는 중국의 경제 운용 및 사회 운영 전반에 대한 이해를 제고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것들이다. 또한 외부적인 요소에 대한 인식의 일단을 주요 지도자의 발언, 미디어데이에서의 질문과 대답 등에서 들을 수 있었고, 각자 처한 부문과 지역의 이익 지향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양회의 가장 큰 이슈는 양회 전 기간에 계속해서 강조되었던 이른바 “승리적으로 20차 당대회를 맞이하자”라는 구호에 담겨있다. 양회 기간 논의되고, 공유되고, 결의되었던 모든 행위가 바로 가을에 있을 ‘20차 당대회’를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인식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실 모든 과정은 ‘20차 당대회’로 연결되도록 설계되었고, 기획되었으며 결과적으로 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제 남은 올해 마지막 정치 행사는 가을에 있을 ‘20차 당대회’이고 중국의 모든 정치는 여기에 집중될 것이다. 권력 구조 변화, 지도부 교체, 새로운 지도자의 출현 등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를 중국 표현대로 ‘승리적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이 필요불급하다. <보고>에서도 민생보다 ‘안정’을 더욱 강조했고, 성장과 발전을 강조한 리커창 총리도 ‘안정 속의 성장’을 얘기했을 정도이다. 국내외에서 밀려오는 불확실성의 위협과 안정에 대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며 가을을 맞을 것인지가 양회가 끝난 지금 중국의 당과 정부, 지도자들에게 주어진 숙명이자 과제이다.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중국에도 영향을 주지만, 중국의 불확실성이 국제사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