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Perspective]의 이번 호에 실린 정치·경제·외교 분석이 본격적인 ‘시진핑 시대’의 진입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사회 분야의 시선은 보다 복잡할 수밖에 없다. 중공 20차 당대회 시작을 알리는 시진핑의 [보고]는 지난 10년에 대한 ‘승리적 평가’와 단결·분투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쟁취해내자는 청사진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승리의 시각에 상당수의 중국 여론은 상대적으로 ‘침묵’을 이어나가고 있는 묘한 상황이다. 2)
이번 중공 20차 당대회에 대한 주된 관심은 시진핑의 3연임에 쏠려있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자못 복잡하다. 특히, 미중 전략적 경쟁의 심화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진핑 집권 이후 ‘권위주의화’는 중국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상당부분 앗아가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비판적인 여론과 지식인, 학자의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침묵 속에서, 중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보다 복잡해지고, 평가 또한 엇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림 1> 베이징에 걸린 현수막(10.13.) | <그림 2> 중국 내에 걸린 화장실 낙서 |
자료출처: Twitter에서 갈무리 | 자료출처: Twitter에서 갈무리 |
이번 당대회를 앞두고 베이징에 내걸린 현수막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중국 내 온라인에서는 일부 네티즌과 검열 당국간의 숨바꼭질 게임이 시작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화장실 낙서의 방식으로 간헐적인 저항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특히, 해외에서는 온/오프라인에서 관련 내용이 널리 퍼지면서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판의 흐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일부는 이를 두고 “용자”(勇者)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고, 일부 언론은 중국공산당에 대한 인민 대중의 반감이 높아지고 있는 증거로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중국 인민과 사회가 ‘사회적 활화산’ 3) 처럼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해석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다만 분명한 것은 많은 비판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맞춰져있단 점에서, 그 동안 엄격한 방역 정책 하에서 누적되어온 불만과 민생 이슈를 향후 중국 정부가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샹뱌오(项飚)는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주변의 상실: 방법으로서의 자기』 책에서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등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증명해보이겠다는 중국 담론 자체를 일종의 강박으로 본다. 거대한 국가와 민족의 모자를 눌러써야만 안전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어쩌면 자기 생활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흔히 ’21세기 홍위병’으로 언급되는 중국 젊은 세대 가운데 다른 사고와 탐색을 모색하는 층이 있다는 이야기는, 비록 중국 공산당과 국가는 보다 권력집중의 길로 가더라도, 중국 인민의 마음은 보다 복잡해지고 다양할 수 있음을 제기해준다.
이번 호의 사회 측면 분석은 이러한 중국 사회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염두에 두고 시론적으로 중공 20차 당대회를 평가해보고자 한다. 어쩌면 중국 공산당과 국가는 현재 상황을 ‘위기’로 보고 나름의 최선의 방안을 구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적극적 노력과 실천이 공산당과 국가, 중앙 관료의 측면에서는 ‘매우 합리적’일지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중국 인민과 사회의 반응, 나아가 해외의 반응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할 수 있단 점을 지적하며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한다.
중공 20차 당대회에서 주목해야할 바는 미중 경쟁의 심화, 코로나 대유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의 고조 속에서 대내 안정에 대한 강조다.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의 심화 발전 속에서 장기적 사회안정이 급속한 경제발전과 더불어 두 가지 기적 중 하나로 손꼽혔고, 새로운 국내외 정세 변화 속에서 ‘중국식 현대화’란 비전이 새롭게 제시되었다. 즉, 중국 공산당은 지난 100년간의 경험과 성과를 통해 자신감을 갖추기도 했지만, ‘(준)전시내각’이라 칭할만큼 강한 위기감을 가진 채 강한 지도력을 통해 현재 국면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해석, 또는 일종의 ‘선의의 해석’은 중국 공산당 엘리트가 인민 대중에 유리되어 자신의 권력 유지를 챙긴다거나, 단순히 정치 엘리트간의 내부 투쟁으로 환원시키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잘 고려하면서 나름의 합리적 해결책을 찾고 있고 중국 사회 내의 다양한 개인과 사회집단, 사회체계를 아우르는 새로운 변화를 검토할 필요를 강조한다.
당대회 | [보고] 서두 |
18차 당대회(2012) |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을 따라 굳건히 전진하고 전면적인 소강사회 건설을 위해 분투한다 |
19차 당대회(2017) | 전면적인 소강사회 건설에서 결정적으로 승리하고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승리를 쟁취한다 |
20차 당대회(2022) |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깃발을 높이들고,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건설을 위해 단결하여 분투하자! |
이번 20차 당대회는 중국 공산당이 설정한 시간표 상에서 전면적인 소강사회 건설 이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건설로 넘어가는 관건이 되는 시기다. 즉, 탈빈곤공략전의 결정적 승리로 전면적인 소강사회 실현이란 역사적 임무를 완수하고 첫 번째 백년의 분투목표를 실현한 이후, 2050년까지 부강·민주·문명·조화(和谐)·아름다운(美丽)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완성하는 출발점이다. 그 과정에서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 실현하는 관건적인 시기로서 20차 당대회의 시기가 규정된다.
하지만, 이번 [보고]에서 중국공산당의 정세인식은 자신감과 더불어 위험과 급변을 강조하는 위기 의식 또한 병존한다. 즉, 국내 정세는 전략적 기회뿐만 아니라 위험과 도전이 병존하는 시기이고, 국제 정세는 100년간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던 대변국(大变局)의 시기로서 높은 불확실성이 강조된다. 그런 점에서, [보고]에서 중국 공산당은 지난 5년의 시간이 지극히 이례적이고 평범치 않았음을 강조하고, 지금의 시기가 중국과 ‘중화민족’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임과 동시에, 장기간 누적되고 새롭게 출현한 돌출되는 모순과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한다. 중국공산당은 [보고]에서 당의 장기 집정, 국가의 장기 안정, 인민의 행복과 안녕에 영향을 미치는 돌출적인 모순과 문제에 직면하여, 상황을 재검토하고 대담하게 전당, 전군, 전국 각 민족 인민이 단결하여 난관을 이겨내고 단합하여 이끌어날 것을 강조한다.
물론 중국 공산당은 높은 불확실성에서도 쟁취해낸 수많은 성과들을 강조하며 ‘승리적 평가’를 시도한다. 지난 10년간 역사적 의의를 가진 세 가지 사건 중 하나로 탈빈곤 공략전의 완성을 내세우며 전면적인 소강사회 실현이란 역사적 임무를 완수하고 첫 번째 백년의 분투목표를 실현함을 자축한다. 또한, 돌발적인 코로나 대유행에도 직면하여 인민 우선, 생명 우선을 견지하며 전염병과의 인민전쟁을 수행하고 인민의 생명이 안전하고 건강하며 전염병 예방통제와 사회경제발전의 조정에 중대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한다. 아울러, 인민 중심의 발전이념을 철저히 실천함으로써 교육, 소득, 의료, 양로, 주거 등 민생 영역에서 인민의 생활이 전면적으로 개선되었음을 강조한다.
현대화의 다섯 측면 | 세부 내용 |
거대한 인구규모 | 전례없는 어려움과 복잡성 속에 발전경로와 추진방식 또한 나름의 특색을 가져야한다고 제시 |
전체인민의 공동부유 |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필수요구이자 장기적인 역사적 과정으로서 공동부유를 강조 |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조화 | 인민의 행복한 삶을 위한 물질적 조건을 부단히 공고화하는 동시에 선진 사회주의 문화의 발전과 이상 및 신념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 |
사람과 자연의 조화와 공생 |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지하며 절약우선, 보호우선, 자연회복력 위주의 방침 |
평화발전의 길 | 전쟁, 식민, 약탈 등 방식의 낡은 길이 아니라, 평화, 발전, 협력, 상생의 기치를 들고 세계 평화/발전을 수호하며 발전 추구 |
새로운 국내외 정세 변화 속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이른바 ‘중국의 꿈’)을 위한 ‘중국식 현대화’란 용어는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주요 내용은 <표 2>와 같다. [보고]는 중국식 현대화의 본질적 요구를 중국공산당 영도 견지, 중국특색 사회주의 견지, 고품질발전 실현, 전과정 인민민주의 발전, 인민정신세계 풍부, 전체인민의 공동부유 실현, 사람과 자연의 조화/공생 촉진, 인류운명공동체 건설 추동, 인류문명 신형태 창조로 정리하며, 2050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위한 두 단계 발전전략을 내세운다.
[보고]는 2035년까지 중국 발전의 총체 목표를 경제실력, 과학기술실력, 종합국력을 대폭 약진시키고, 1인당 GDP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중등발전국가 수준으로 제고시키는 바로 제시한다. 사회 측면에서 보자면, 인민생활을 더욱 행복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1인당 주민 가처분소득 및 중등소득집단 비중의 제고, 기본공공서비스 균등화, 농촌의 기본적인 현대적 생활조건 구비, 사회의 장기적 안정 유지와 사람의 전면적 발전과 공동부유에 실질적인 진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5년은 사회주의현대화국가의 전면건설을 시작하는 관건적 시기로서, 사회 측면에서 주요 과업은 주민소득 증가와 경제성장의 기본적인 동보(同步), 노동임금의 제고와 노동생산성 제고의 기본적인 동보(同步), 기본공공서비스 균등화 수준의 명확한 상승, 다층적인 사회보장체계의 완성도 증대, 도시-농촌 지역 생활환경의 명확한 개선, 아름다운 중국건설 성과의 현저화 등이 제기된다.
<그림 3> 빅데이터를 통해 본 20차 당대회 관련 키워드의 워드 클라우드 | <표 3> 빅데이터를 통해 본 20차 당대회 핫 키워드 |
자료출처: [红网](2022.10.24.) 4) | 자료출처: <그림 3>과 동일 |
중국 사회 내부의 반응은 자유로운 정치 토론이 이뤄지지 않아 명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일부 미디어의 빅데이터 검색을 통해 공산당의 선전과 중국 인민의 관심사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인민행복 및 민생이슈가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바는 전국 양회 등 각종 정치행사에서 드러난 트렌드와 일치하는 바이나, 이번 [보고]에서 강조된 고품질발전, 중국식 현대화, 과학기술 혁신, 평화 외교 또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보다 본격적인 분석을 위해 이번 당 대회를 앞두고 대내외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공동부유 및 동태적 코로나 제로 정책에 대해 보다 세밀하게 분석해보자.
이번 당 대회를 앞두고 전면적 소강사회 실현 이후의 과제로서 ‘공동부유’는 중국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이번 [보고]에서도 공동부유는 중국식 현대화의 다섯 가지 구성요소로서 강조되었고,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자, 장기적인 역사과정으로 자리매김되었다. 인민들의 아름다운 생홀에 대한 열망이 ‘공동부유’를 통해 긍정되었고, 사회공평과 정의를 수호하고 유지하는 이데올로기적 측면뿐만 아니라 양극화 방지를 위한 수단으로서도 등장했던 점이 보다 새로운 점이다.
‘공동부유’는 민생복지 증진 및 인민생활의 품질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더욱 강조되었고, 특히 분배제도 완비 부분에서 기존에 비해 더욱 구체적인 개념을 제시했다. 5) 노동에 따른 분배를 주체로, 1차 분배(시장의 기능적 분배), 2차 분배(정부의 재분배), 3차 분배(기부 등 공익자선 활동) 등 다층의 분배 조정협조체계의 구축이 명문화되었다.
아직까지도 ‘공동부유’는 커다란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정치적 슬로건에 그친다는 평가 또한 존재한다. 우선, 국민소득분배 중에 주민소득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1차 분배에서 노동보수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가장 강조되지만 여전히 원칙적인 내용이고, 부동산세, 상속세 등 2차 분배의 제도 또한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고 사회적 저항도 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3차 분배는 민간기업들을 국정목표에 강제로 압박·동원하면서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 또한 상당한데, 그만큼 2차 분배와 3차 분배의 제도화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자본이탈 및 부유층의 해외도피 및 해외로 자산이전 등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하지만, ‘공동부유’는 개혁개방 이후 ‘선부론’과 함께 나왔던 오랜 유산으로, 보다 장기적으로는 어떻게든 실현을 해야하는(또는 적어도 ‘실현’을 했다고 주장해야 하는) 거대한 과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공동부유는 ‘공동’과 ‘부유’의 사이에서 오가는 행보를 보일 공산이 크다. 한편으로는 개혁개방 이후 양상된 거대한 불평등이 장기 고착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공정성의 측면이, 다른 한편으로는 점진적 확대 과정을 통해 경제 발전을 해치지 않는 효율성의 측면이 존재한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이 제기하는 ‘공동부유’가 북유럽식 사회복지국가 차원이기보다는, 여전히 발전주의의 측면에서 제기되어왔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번 당대회를 마치고도 먼저 파이를 키우고 나서 나눠야 한다는 일부 학자의 의견이 심심찮게 회자되는 것처럼, ‘공동부유’에 대한 개념은 국가적 발전의 측면에서 보다 강조되는 경향이 쉽게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아울러, 2차 분배와 3차 분배의 논란이 가열되고 제도화가 늦어질수록, 개인의 노력과 열정에 더 많은 힘을 쏟을 수밖에 없음은 명확하다. 이번 [보고]에서도 더 많이 노동할수록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견지하고, 근로를 통해 부를 쌓기를 격려한다는 점이 가장 먼저 강조되기도 했고, 2차와 3차 분배를 뒷받침할 국가의 행정적, 재정적 역량이 구축되는 동안 상당수의 인민에게 ‘공동부유’란 슬로건에 그칠 가능성 또한 높다. 더구나, 전면적 소강사회 실현에서 핵심관건이 농민층의 탈빈곤화였다면, 공동부유의 핵심 관건은 농민, 도시 빈민, 농민공 등 서민 집단을 어떻게 중산층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지에 달려있다.
‘공동부유’가 보다 장기적 과정이라면, ‘동태적 코로나 제로 정책’의 변경은 보다 시급히 요구되는 사안이다. 코로나 방역에 대한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승리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지속되는 간헐적인 봉쇄로 인해 누적된 수많은 불만들과 경제적 악영향으로 현재의 방역정책이 장기간 지속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당 대회 이후 정저우 폭스콘 공장에서 대규모 노동자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며 크게 이슈화되었고, 곳곳에서 강압적인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과 저항들이 심심찮게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등 그 불만을 쉽게 잠재우기는 어려울 듯 하다. 6)
하지만,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현재의 코로나 정책 유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11월 10일 중공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회의는 코로나 방역에 대한 보고를 듣고 방역을 더욱 최적화하기 위한 20가지 조치를 논의했음을 발표했다. 7) 세계적 차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 변이하며 유행하고 있고 중국 내에서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다, 중국은 인구대국으로 취약인구가 많고 지역발전이 불균형하고 의료자원의 총량이 부족하다는 점이 구조적 약점으로 제시되었다. 특히, 바이러스 변이와 겨울·봄의 기후요인으로 인한 대규모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 속에서, “해외로의 유입을 방지하고, 국내 확진자 반등을 방지하는” 총전략 속에 ‘동태적 코로나 제로정책’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다만, 중국 내에 악명높은 “천편일률”(一刀切)적 방역 조치에 대해서는 크게 경고하고, 전염병 예방과 통제에 만전을 기하면서도 방역과 경제사회 발전을 효율적으로 총괄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을 제기하면서 성난 민심과 불안을 달래고자 했다.
결론적으로 중국 사회가 다른 사회에 비해 코로나 대유행의 확진자와 사망자수가 통계적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중국의 엄격한 코로나 방역이 누적해온 사회경제적 악영향은 더 이상 장기 지속되긴 어렵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전환점’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여러 전문가들은 현재의 코로나 방역정책이 내년 4-5월 경에 조정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가 여전히 낮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고, 당 대회 이후 여러 지방에서 격리조치가 일부 완화되는 등 그 신호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다만, 현재 1만 명이 넘는 확진자 수 증대가 겨울을 거치고 춘절 연휴의 대규모 인구이동을 거치면서 어느정도까지 확산세가 지속될 지는 주요한 지표일 것이다.
이번 20차 당대회는 향후 5년간 중국 공산당의 정책적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주요한 무대였다. 하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오히려 중국 국가 및 공산당에 대한 해외의 인식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민주와 독재, 시장과 반(反)시장, 인권과 반(反)인권 등 다양한 이슈들이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더욱 확산되었고, 미중 경쟁의 심화 속에서 미국과의 대결구도가 더욱 강화되고 ‘중국식 현대화’의 새로운 길을 가는 모습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 또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어쩌면 그 속에서 침묵을 지키는 중국의 지식인과 학자, 일반 인민들에 대한 인식도 이러한 프레임에 더더욱 갇혀버릴 위험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 현재가 일종의 ‘세계사적 과도기’란 인식으로 바꿔본다면, 어쩌면 중국 사회 또한 한국 사회와도 유사한 고민과 구조에 갇혀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 모두 많은 차이가 있지만 빠른 경제성장을 가능케했던 사회적 토대들이 하나둘씩 무너지면서 유사한 이슈들이 늘어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발전 방식의 전환 및 불평등 고착화 등 사회경제적 이슈, 인구 고령화 및 저출생과 젠더 등 사회재생산 이슈, 청년 실업 및 좋은 일자리 보장 등 청년 이슈, 생태·환경 및 지속가능한 발전의 이슈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 사회와 중국 사회는 때로는 상호 참조하고 때로는 정책적 협력을 이어나갈 필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신)시대유감’이다. 중국이 맞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신시대’가 평화와 공존, 번영과 협력의 시대가 아니라 각종 위기와 분쟁으로 얼룩진 시대에서 진행되고 있고, 어쩌면 한국과 중국 또한 그러한 시대의 구성요소이자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단 점이 ‘유감’이다. 더욱이, 중국 사회를 바라보는 중국 내 시선 또한 복잡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현실상 그러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함께 논의하지 못하는 점이 더욱 ‘유감’이다. 아울러, 사회 측면에서 이뤄졌던 한국과 중국간의 다양한 인적 교류와 마주침의 기회가 사라지면서, 현재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바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단 점은 더더욱 ‘유감’이다. 하나 덧붙인다면, 지금 전세계 정치나 경제 또한 매력적인 새로운 비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쩌면 ‘세계사적 과도기’에 기존의 문법과 국가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고 사회 측면에서 새로운 혁신과 실험, 운동의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움직임이 아직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유감’이다.
1) http://www.gov.cn/xinwen/2022-10/25/content_5721685.htm
2) 王月眉. “习近平的“胜利时刻”:官方大肆宣传,民众保持沉默.“ [纽约时报中文网] 2022.10.17.
https://cn.nytimes.com/china/20221017/pageantry-in-the-halls-of-power-but-silence-on-the-streets/
3) 개혁개방 이후 심화되는 불평등이 중국을 ‘사회적 활화산'(Social Volcano)으로 변모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시각이 중국과 서구 모두 광범위한 입지를 확보했지만, 마틴 킹 화이트(Martin King Whyte)는 『사회적 화산이라는 신화』란 책에서 불평등과 분배 불공정 문제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 조사를 통해 대다수 중국인들이 개혁개방 이후 만들어진 새로운 시장 논리와 그로 인해 파생된 불평등을 용인하고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들도 꾸준히 제기되어왔고, 10여년이 지난 현재 수준에서 여전히 유효한지는 논쟁점이다.
4) 蟹黄. “深读丨事关你我!从大家关注的高频热词看党的二十大.” [红网] 2022.10.24.
https://baijiahao.baidu.com/s?id=1747538127068706381&wfr=spider&for=pc
5) 보다 자세하게는 이번 호의 경제 부분에서 다룬 내용을 함께 참조할 것.
6) 당 대회 이후 홍콩 증시 등의 폭락은 국내 언론에서는 ‘공동부유’에 따른 위기감이라고 다수 보도했지만, 오히려 그보다는 코로나 제로 정책의 지속과 그로 인한 경기 비활성화에 대한 우려가 더 클 수도 있다.
7) “中共中央政治局常务委员会召开会议 听取新冠肺炎疫情防控工作汇报 研究部署进一步优化防控工作的二十条措施 中共中央总书记习近平主持会议.” [人民网] 2022.11.10.
http://politics.people.com.cn/n1/2022/1110/c1024-3256355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