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성과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이하 [보고])는 1장‘지난 5년의 업무와 신시대 10년의 위대한 변혁’에서 주요 경제 성과로 크게 2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첫째,‘경제력의 역사적 도약’이다. 이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12년 8.92조 달러에서 2021년 15.8조 달러로 늘어났고 세계 경제의 18.5%를 차지했다(그림1). 미국 GDP의 77.6%에 육박하는 세계 2위로 부상하면서 유럽연합(EU)의 전체 GDP도 넘어섰다. 2012~2021년 연평균 성장률(CAGR)이 6.6%로 글로벌 국가들 중에서 7위에 해당한다. 동기간 전세계 GDP는 2.6% 성장했는데, 중국이 전체 성장의 30% 이상을 기여했다. 이에 중국의 1인당 GDP도 2012년 6,592달러에서 2021년 11,188달러로 연평균 6.1% 증가하면서 중진국 수준에 올라섰다. 반면, 2012년 중국과 비슷한 1인당 GDP를 기록했던 남아프리카, 벨라루스, 보츠와나 등의 국가들은 대부분 2021년에도 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림1> 시진핑 시기 중국의 경제성장 추이 | 그림2. 중국 분기별 실질경제성장률(2013~2021) |
(주) 2015 불변가격(USD) 기준. 자료출처: Census and EconomicInformation Center. | 자료출처: World Bank. |
둘째, 절대빈곤 퇴치를 통한 소강사회 달성이다. [보고]는 중국이 인류 역사상 최대의 빈곤 퇴치 투쟁에서 승리했고 세계 빈곤 감소에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2012년 10.2%에 이르던 국가 기준 빈곤율은 2020년 0%로 떨어지면서 절대빈곤이 해소되었다(그림2). 반면, 2012년 중국과 비슷한 빈곤율을 기록했던 러시아, 인도네시아, 터키 등 다른 국가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하루 2.15$(2017 PPP 기준) 이하로 사는 빈곤인구 비중도 2012년 8.5%에서 2021년 0.1%로 감소하면서 유사 국가들의 성과를 능가했다.
이 외에도 [보고]는 적극적인 개방 전략으로 수준 높은 자유무역 네트워크와 일대일로를 구축하면서 상품 무역 규모, 외국인 투자 유치, 외환보유고 등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점, 꾸준한 과학기술 자립 정책으로 우주항공, 심해탐사, 양자정보, 바이오 등 핵심산업에서 성과를 거두고 연구개발비 세계 2위, 연구 인력 수 세계 1위를 차지한 점, 지속적인 중요 인프라 건설을 통해 세계 최대의 교통·통신 인프라 시설을 구축했다는 점, 사람 중심의 발전 이념을 준수하면서 도시 지역 연평균 고용을 1,300만 명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점들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미완의 과제
다만 중국이 [보고]에서 언급하지 못하는 미완의 과제도 있다. ‘경제발전방식의 전환’의 부진이 그것이다. 이는 2011년 3월 양회의 [12.5규획]과 2012년 18차 당대회 [보고]에서 제기된 핵심 경제 전략으로 민생 개선, 생산성 제고, 지속가능성 확보를 포괄한다. 경제적으로는 보면, 공급 측면에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강조되면서 요소 투입 확대보다는 생산성 향상, 자원 효율성 제고, 환경개선 등을 동반하는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투자·수출 주도 성장에서 내수(가계소비) 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이 추진되었는데, 이는 그간의 성장 과정에서 수요 측면의 불균형이 심각해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즉, ‘경제발전방식의 전환’은 개혁 개방 이후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중국 경제의 수요-공급 측면에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림3> 중국의 총요소생산성 추이 | <그림4> 지출 부문별 GDP 비중(%) |
자료출처: Loren Brandt. et al. (2020). | 자료출처: Census and EconomicInformation Center. |
그러나 전략이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림3>은 개혁개방 이후 공급 측면의 총요소생산성(TFP) 변화를 나타낸다. TFP는 노동, 자본 투입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GDP 증가분을 의미하며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과 질적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중국의 TFP는 1979~2008년 연평균 3.1% 성장하면서 노동생산성 증가에 40% 정도 기여했으나 2009~2018년에는 연평균 0.7% 성장하면서 기여율이 10% 내외로 줄어든다. 반면, 물적 자본 투자의 기여율은 80%까지 상승한다. 금융위기 이후 과잉투자로 투자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이기에 동일한 GDP 증가를 위해서 필요한 투자량은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경제 성장은 결국 한계에 부딪치고 막대한 부채를 남긴다. 수요 측면에서도 가계 소비의 비중 증가가 느리고 여전히 투자의 비중이 높다. 가계소비의 GDP 비중은 2016년 38.7%를 기록한 후 정체되다가 2021년 38.5%로 소폭 감소하였다(그림4). 반면 동기간 투자의 GDP 비중은 약 43% 수준에서 유지되었다. 소비 및 투자가 일반적으로 GDP의 약 50~60%, 20~30%를 차지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예외적으로 투자 비중이 높다. 요컨대, 중국에서는 공급 측면에서 TFP 증가를 견인하는 기술진보, 제도개선, 규제완화, 경영혁신 등이 여전히 미흡하고, 수요 측면에서는 가계가 GDP에서 받아가는 몫(임금, 연금, 복지 등)이 늘어나지 않으면서 가계 소비 증대가 정체되고 있다. 양자는 부채에 바탕을 둔 비생산적 투자로 상호 연결되면서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결국 10년 전 중국이 제기한 ‘경제발전방식의 전환’은 아직 요원하며 체제개혁, 기술진보, 소득불균형 해소, 사회보장제도 구축 등과 맞물려 해결이 난망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 기간에 중고속 성장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경제대국으로 자리를 굳혔다. 절대빈곤 해소도 통계의 신뢰성 논란이 있지만 큰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 과제인 경제 구조의 질적 전환에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공급(생산)과 수요는 모두 투자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어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렇게 비효율적 투자에 의존하는 불균형 성장은 장기 지속이 불가능하다. 이를 반증하듯이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3년에 평균 1%p씩 하락하면서 중국 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시진핑 3기를 맞이하는 2022년 현재,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전략적 경쟁 등 중국을 둘러싼 거시 환경도 좋지 않다. 따라서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중국이 이번 당대회에서 어떤 경제 비전과 전략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었다.
[보고]의 전체 15장에서 경제와 주로 관련된 장은 △ 중국식 현대화(3장) △신발전구도 구축(4장) △과학기술·인재 육성(5장) △공동부유(9장) △경제안전(안보)(11장)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2017년 19차 당대회 보고, 2021년 [14차 5개년 계획] 등에서 제시된 경제 비전·전략·정책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일부 보완되었다. [보고]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들이 소개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중국식 현대화, 신발전구도, 공동부유 등 핵심어를 중심으로 [보고]에서 드러난 경제적 의미를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해 보고자 한다.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중국식 현대화’
[보고]는 중국식 현대화란 중국 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 현대화로, 모든 나라의 현대화라는 공통의 특징과 민족적 조건에 기초한 중국적 특징을 겸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적 특성으로 거대한 인구 규모, 전체인민 공동부유,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조화, 자연과의 공생, 평화적 발전이 제시되었다. [보고]는 이렇게 중국식 현대화 개념을 제시한 후 2035년까지 중국식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고 이를 토대로 21세기 중반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기 위해 분투한다고 선언하였다. 이 목표는 19차 당대회보고와 14차 5개년 계획에서 제시된 사회주의 현대화 일정과 일치한다. 중국식 현대화는 이번 [보고]에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나 내용은 새롭지 않다. 중국식 현대화는 중국의 현실에 맞게 거대한 인구, 공동부유, 사회주의 정신문명, 친환경, 평화발전의 현대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중국공산당은 중국 현실에 맞는 중국‘특색’사회주의를 통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고 있다고 선전해왔고, 방대한 중국특색사회주의 체계 안에 저런 중국적 특성들은 이미 반영되어 있었다. 따라서 중국식 현대화를 통해 중국공산당이 과거와는 다른 경제적 비전을 제시했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중국식 현대화는 ‘중국특색(중국식)’사회주의라는 이념과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이라는 목표를 결합하여 통합적으로 제시하는 개념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여하튼 중국식 현대화는 중국특색사회주의와 함께 향후 경제 비전의 핵심 슬로건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또한 중국의 중국식 현대화 전략은 미국과의 체제 경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보인다. 중국식 현대화의 내용은 거대 인구에 관한 항목을 제외하면 모두 對서방 자본주의 비판에 기초해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식 체제를 사회불평등, 환경 파괴, 호전적 제국주의 등의 원인이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중국식 현대화 강조는 중국은 그런 서구식 현대화를 따르지 않고 공동부유, 친환경, 평화로 향하는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다. 따라서 미중 체제 경쟁에서 중국은 물러설 생각이 없으며 이에 따라 경쟁은 더욱 격화될 거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종합적 경제전략 제시: 고품질발전과 신발전구도
[보고]는 3장에서 ‘고품질발전과 신발전구도 구축’을 중국 경제발전의 기본 목표이자 방향으로 제시하였다. 2012년 18차 당대회의 ‘경제발전 방식 전환 가속화’에서 2017년 19차 당대회의 ‘신발전이념 관철을 통한 현대화 경제 시스템 구축’에서 진화 발전해온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신발전이념, 공급측 개혁, 내수확대, 현대화 경제체제 확립, 도농융합 및 지역협조발전 등 기존 전략들과 19차 당대회 이후 중국이 미중 전략적 경쟁, 코로나 팬데믹 등을 겪으면서 새로 정립한 전략인 국내대순환을 주체로 하는 쌍순환, 산업망·공급망 안정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보고에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경제 전략이 제시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비록 ‘신발전구도’라는 새로운 개념이 나오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19대에서 제시된 기존의 전략 틀을 유지하면서 최근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여러 전략들이 함께 포함된 것이다.
고품질발전과 신발전구도 구축을 위한 시행 항목으로는 고수준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건설, 현대 산업 시스템 정비, 농촌 진흥, 지역발전 촉진, 대외개방 확대가 포함되었다. 또한 중국이 달성하고자 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위한 ‘6+1+1’ 구조의 ‘강국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KIEP, 2022) ‘6+1+1’에서 ‘6’은 현대 산업 발전을 통한 △제조강국 △품질강국 △우주항공강국 △교통강국 △네트워크 강국 △디지털 강국이며 첫 번째 ‘1’은 농촌진흥을 통한 농업강국, 두 번째 ‘1’은 대외개방 확대를 통한 무역강국을 의미한다. 또한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자원배분에서 시장의 결정적 역할’을 인정하는 내용이 이번에도 포함되었지만 동시에 국유부문을 더욱 우월하고 크게 만들겠다는 내용도 강조되었다. 그리고 최근 미중 기술 경쟁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추진하던 기술특화 강소기업 육성책인 전정특신(专精特新, 전문화, 정밀화, 특색화, 혁신성) 정책이 새롭게 포함되면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갈 길이 먼 공동부유
공동부유는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의 일부로 포함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개혁개방으로 성취한 경제성장의 성과를 인민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하여 불균형과 불평등을 해소하여 2050년까지 공동부유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2021년 소강사회 달성을 선언한 이후 중국공산당은 공동부유 노선을 더욱 구체화하기 시작한다. 2021년 8월 중앙재경위원회에서 공동부유 추진 로드맵, 공동부유의 4대 원칙, 6대 추진방향을 제기하였다. 동년 6월에는 저장성을 공동부유시범구로 지정하고 저장성에서 2035년까지 빈부격차를 줄이고 기본적으로 공동부유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20차 [보고]에서도 공동부유는 중국식 현대화의 구성요소로 규정되었고 ‘민생 복지 증진과 인민생활의 질적 제고’를 다룬 9장의 분배제도 개선 항목으로 포함되었다. [보고]는 분배제도는 공동부유의 기초제도라고 규정하고 1차 분배(시장의 기능적 분배), 2차 분배(정부의 재분배), 3차 분배(기부 등 공익자선 활동)를 조정하기 위한 제도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1차 분배에서 노동소득 비중 증가, 저소득층 소득 증가, 중산층 확대 등이, 2차 분배로는 조세, 사회보장, 이전지출 등 조정 역량 강화, 3차 분배로는 기업·조직·개인의 공익자선사업 지원 추진 등이 제시되었다. 동시에 개인소득세 정비, 소득분배 절차 및 재산축적 메커니즘 규범화, 합법소득 보호 등도 추진한다.
19차 당대회 보고와 비교하면 구체적으로 1, 2, 3차 분배 개념을 명확히 하고 그 틀 안에서 공동부유 정책을 열거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또한 중산층 확대, 노동소득 증가, 정부 재분배 역량 강화 등 1, 2차 분배에 대한 내용은 19차와 유사하나 3차 분배에 관한 내용은 새롭게 포함되었다. 중국 정부가 최근 공동부유의 명목으로 알리바바, 텐센트 등 여러 민간 기업들에게 기부금을 받아 왔는데 이것이 [보고]에도 명문화된 것이다. 다만 19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2050년까지 공동부유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겠다는 목표가 이번 [보고]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확정적인 목표 일정을 제시하면서 공동부유를 높은 수준까지 실천하기란 매우 어렵다. 분배개선을 위해 검증된 처방은 2차 분배인데,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소득세, 부동산세, 상속세 등을 강화하고 이를 사회보장체제 구축 등 저소득층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고소득층이 공산당원 그룹과 겹치기에 이런 시도가 얼마나 가능할지 의문이다. 반면 법정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거나 기업 경영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몫을 조정하는 1차 분배나 기업에게 공동부유를 위한 기부를 다그치는 3차 분배는 기업과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어 시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동부유가 19차에 이어 20차 보고에도 포함되고 현재 중국공산당이 강조하는 방향임은 분명하나 실질적인 정책을 실시하고 효과가 나올 때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9차 당대회 보고의 일정에 따르더라도 공동부유는 2050년이 되어야 ‘기본적’으로 실현되는 수준일 것이다.
인구감소와 미중경쟁에 대비하는 과교흥국(科教兴国)과 경제안보
과교흥국과 경제안보는 20차 보고에서 새로운 장(Chapter)으로 등장하면서 최근 중국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가 되었음을 입증하였다. 우선 5장 ‘과학기술·교육흥국(科教兴国) 전략의 추진과 현대화 건설 인재육성 강화’는 과학 기술 교육과 인재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한다.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위한 제1의 생산력은 과학기술이고, 제1의 자원은 인재이며, 제1의 동력은 혁신이라고 명시했다. [보고]는 3장에서 2035년까지 높은 수준의 과학 및 기술 자급자족을 달성하자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5장에서 ‘인민을 만족시키는 교육 실시’, ‘과학기술 혁신시스템 구축’, ‘혁신주도 발전전략 강화’, ‘인재강국 건설’로 목표 달성 방안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인재풀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국제 인재 교류 강화’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19차 보고에는 없던 내용으로 중국이 미중 경쟁 속에서 전략 산업 발전을 위한 고급 외국 인재를 적극 유치할 거라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교육 강화를 통한 인재육성은 중국이 최근 직면하고 있는 생산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성장 동력의 하락은 인적자본 향상을 통한 노동생산성 증가로 대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양질의 교육을 강화하여 교육 수준을 높여야 한다.
반면, 경제안보는 이번 보고에서 처음 포함된 개념으로 11장 ‘국가안보 체계와 능력의 현대화 추진 및 국가안보와 사회 안정의 수호’에 인민안보, 정치안보와 함께 국가안전의 일부로 포함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중점 분야의 안보 역량 강화를 강화하며 식량, 에너지 자원, 중요 산업망·공급망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미중 경쟁,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년간 중요 공급망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온 중국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경제안보를 국가안전의 틀 속에서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상기한 원인들로 분절되고 있는 글로벌 산업망·공급망 흐름 속에 중국이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국가안전 차원에서 총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이다. [보고]의 서두에서 사회주의 현대화강국 건설을 위해서 발전과 안전이라는 두 개의 기둥이 밑받침되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국가안전은 20차 당대회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주제로 떠올랐는데, 경제안보도 이런 맥락에서 강조되고 있다.
작금의 중국 경제 현실과 [보고]에서 제시된 경제 전략을 종합해서 평가해보면, 앞으로 중국에는 두 가지 경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는 경제의 저성장 흐름이다. 중국 경제는 장기적으로는 총요소생산성 하락, 과도한 투자 의존, 생산인구 감소로, 단기적으로는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쟁 격화 등으로 성장 동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물론 2023년 제로코로나 정책이 해제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면 일시적으로 성장률은 반등할 수 있다. 그러나 시진핑 1, 2기에도 개선되지 못한 경제 구조 불균형은 계속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보고]는 18~19차 보고와는 달리 ‘경제 발전 방식의 전환’에 대해서 별로 강조하지 않고 있다. 최근 대내외 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쌍순환 전략, 공급망 안정 등 새로운 이슈들이 경제 전략에 포함되면서 경제 구조 개혁의 전략적 중요성이 줄어든 느낌이다. 또한 이번 [보고]의 경제 전략들에는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중국식 현대화 전략을 통해 발전 목표를 복수로 설정했는데, 발전 목표가 복수가 되면 경제 성장에 자원을 집중하기가 어렵다. 물론 친환경이나 공동부유 정책 실행이 경제 성장에도 일정하게 기여할 수 있으나 경우에 따라 그 반대도 가능하다. 그리고 아래 살펴볼 정부의 개입 강화도 민간부문 활력 저하와 국유부문 개혁 지체로 이어져서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 번째 경향은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의 강화이다. 중국공산당은 자국의 사회경제체제를 ‘중국특색사회주의 시장경제’로 규정하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중국의 현 체제를 자본주의의 일종인 ‘국가자본주의’로 보고 있다. 그리고 2013년 시진핑 정부가 출범한 이후 그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도 대부분 동의한다. 지난 10년간 국유기업은 더욱 대형화되고 지배력을 강화했으며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도 늘어났다. 예를 들어, 민간 기업에 지분 투자 혹은 합작 투자를 하는 국유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혼합소유제가 국유기업이 민간부분에 영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2017년 19차 당대회, 코로나팬데믹 국면을 거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공동부유 혹은 사회 안정이라는 명목 하에 민간 기업에 대한 공산당·정부의 직접적인 관리 통제가 강화되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민간 대기업은 생존을 위해 정부에 협조를 구하고 기부금 납부와 같은 지시에 따르고 있다. 게다가 이번 [보고]는 중국공산당이 앞으로도 국가자본주의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공동부유의 1차, 3차 분배에 대한 강조, 국유부문 강화에 대한 언급, 국가안전과 경제안보의 연계, 발전 목표의 복수 설정 등이 모두 정부의 개입이 증가될만한 요인들이다. 이런 국가자본주의 강화는 경제체제의 효율성을 저해하여 저성장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듯 한국은 장기적으로 이전과 사뭇 달라진 중국 경제를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저성장이 지속되고 정부 개입이 더 강화된 중국 경제다. 중국의 고성장에 기대어 수출 대국으로 성장해오고 많은 자국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한 한국에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나온 전략·정책들은 그런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을 더 높여주었다. 물론 중국은 도시화율 제고, 낙후된 지역경제 활성화, 창업 열기 등 등 성장 잠재력이 여전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중국 정부도 민간 부문이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역할을 알기에 민간의 활력을 지나치게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개입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쁜 상황에 대한 대비에 지나침이란 없다. 2017년 19차 당대회 직후 5년 후인 2022년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분쟁으로 이렇게 어렵게 흘러가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불확실성이 한없이 높아진 시대, 다른 중국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