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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전략, 불안한 미래 – 3차 역사결의에 담긴 ‘쌍순환’ 전략과 ‘공동부유’ 노선 분석
이현태(인천대학교)
역사결의에 담긴 ‘쌍순환’과 ‘공동부유’
최근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은 2049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경제 전략을 본격화했다. 중공의 신경제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쌍순환’ 전략, ‘공동부유’ 노선이다. 이번 3차 역사 결의에도 그 내용이 담겼다. 역사 결의는 “국내대순환을 주체로 국내·국제 쌍순환이 상호 촉진하는 신발전구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하며,” “공동부유의 길로 확고부동하게 나가면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새로운 큰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언급한다.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3월 양회의 [14.5규획과 2035년 전망목표]와 7월 중공 창당 백주년 기념사에서 이미 강조되었다. 이렇게 2021년은 중공이 2049년 중국몽 달성을 위한 중장기 경제 전략을 확립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두 개의 전략에 대한 중국 내외의 분석이 한창이다. 전략 수립의 배경, 구체적 내용, 대내외 효과, 성공 전망 등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필자도 본 지면(China Perspective)을 통해 수차례 분석을 보탠 바 있다. 다만 기존 논의와는 다르게 이 글에서는 두 전략의 상호 관계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양자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를 통해 두 전략이 깊게 상호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양 전략의 관계를 분석한 후, 과연 중국의 경제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현재까지 제시된 주요 방향과 정책을 바탕으로 평가해 본다.
두 전략의 선순환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국제대순환 진입으로 해외 시장 및 자원을 활용하고 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미중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또한 첨단 중간재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핵심 기술 유출도 엄격히 관리한다. 이로서 중국 경제는 수요 측면에서 수출에, 생산 측면에서 기술발전에 타격을 받는다. 이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은 국내대순환을 주체(主體)로 국내-국제 대순환을 상호 촉진한다는 쌍순환 전략을 내세웠다. 용어는 난해하나 논리는 간단하다. 방점은 국내대순환에 있다. 수출 감소에는 내수 증대로, 기술 유입 제한에는 자체 기술 발전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쌍순환 전략이 자급자족형 폐쇄경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내수 증대는 강력한 ‘중력장(引力場)’이 되어 국제대순환을 촉진할 것이다. 결국 쌍순환 전략의 성공은 내수 증대와 자체 기술 발전이 좌우한다. 바로 여기에서 내수 증대는 또 다른 전략인 ‘공동부유’ 노선과 연결된다.
중국의 내수 촉진을 위해선 소득불평등 개선이 필요하고, 공동부유 노선은 이를 겨냥한다. 중국은 2019년 기준 지니계수가 0.465로 이를 정도로 소득불균형이 심각하다. 중국의 소득불평등은 도농 간, 지역 간, 기업 간, 기업 내 격차가 중첩되어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불평등은 도농 간 소득 격차다. 2020년 1인당 가처분 소득 기준 도시민과 농촌 주민의 상대 격차는 2.6배, 절대 격차는 26,703위안이었다. 연해지역과 내륙지역 간 격차도 심각하여, 1인당 GDP 기준 2020년 상대 격차 2.0배, 절대 격차 52,708위안이었다. 도시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의 평균 임금 차이로 본 기업 간 격차는 상대 격차 1.87배, 절대 격차 57,727위안이었고, 노동소득분배율로 본 기업내 격차는 2020년 기준 51.3%를 기록했는데, OECD 주요국 평균인 61%보다 약 10% p 낮은 수준이다.
심각한 소득 불평등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소득분배의 악화로 한계소비 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하고 한계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하면 사회 전체 평균 소비성향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소비 위축은 총수요 감소로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동시에 국가 경제의 수출의존도를 높인다. 소득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IMF의 보고서도 부의 집중이 총수요를 감소시켜 경제성장을 저해시킬 수 있음을 지적했다(IMF, 2014). 따라서 중국은 쌍순환 전략의 핵심인 내수 확대를 위해서도 소득불평등 완화가 절실하다. 공동부유 노선은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동부유로 소득불균형을 완화하면, 내수(소비)도 동시에 확대되면서 국내 대순환의 동력이 된다. 또한 국제 대순환에 편승한 결과였던 수출 의존도가 줄어들면서 세계 경제 변화가 주는 영향력도 감소한다.
이렇듯 공동부유는 쌍순환 전략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중국은 12.5계획(2011~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내수 주도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소득불평등의 완화 없이 내수 확대만을 달성하기 어려웠다. 결국 공동부유 정책은 내수 촉진 전략으로서 경제 성장을 위한 쌍순환 전략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공동부유를 통해 확대된 내수는 성장으로 이어지고 성장의 과실은 개선된 분배구조를 통해 다시 공동부유 증대로 이어진다. 이렇듯 공동부유 노선과 쌍순환 전략이 선순환하면 지속 성장과 분배로 이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두 전략은 성장-분배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중국의 종합적 경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공동부유 노선 평가
결국 양자의 선순환은 공동부유 노선의 성패에 달려 있다. 소득 불평등의 개선 없이 안정적 성장을 목표하는 쌍순환 전략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2021년 중앙재경위원회 10차 회의에서 4대 원칙과 6대 추진 방향이 제시되었다. 기준 원칙과 추진 방향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들이 있다. 우선 4대 원칙의 세부 항목에서 ‘공유제 경제의 공동부유에서의 역할 강화’와 ‘선부(先富)의 후부(後富) 지원 역할 강조’가 제시되었다. 시진핑 시대에 들어 강화되고 있는 국유부문의 역할이 공동부유 노선에서도 여전한 반면, 거대 민영기업의 사회 환원을 통한 3차 분배도 지속 강제될 거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또한, ‘장기 목표로 단계적, 점진적 추진’, ‘복지주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방지’라는 항목을 제시함으로써, 공동부유 정책이 대약진운동처럼 급진적 개혁으로 나가지는 않을 거라는 점도 암시하였다. 그리고 혁신을 위한 부의 창출을 강조하면서 ‘경제의 질적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고도 언급했는데, 이는 공동부유 정책이 분배만 강조하는 평등주의 노선이 아니라 경제 성장발전을 앞세우는 성장-분배 동시전략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6대 추진 방향에도 흥미로운 항목들이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보장 강화, 중등소득 계층 확대,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개선·사회환원 독려가 함께 제시되었다. 공동부유를 위해 저소득층을 지원하면서 중등소득 계층으로 이동시키며 이를 위한 재원은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와 기부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의미다(2, 3차 분배 정책). 마지막으로 ‘농민·농촌의 공동부유 촉진’에 대한 강조도 심각한 도농 격차를 고려할 때 중요한 방향 제시로 볼 수 있다.
[표] 공동부유 정책의 4대 원칙과 6대 추진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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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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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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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한 노동을 독려하여 혁신을 통한 부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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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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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사회주의 경제제도 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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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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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부합하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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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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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에 맞춰 점진적으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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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추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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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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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의 균형, 조화, 포용성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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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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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소득 계층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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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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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공공서비스 균등화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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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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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에 대한 규범화 및 조정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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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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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생활의 공동부유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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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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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농촌 공동부유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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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新华社(2021.8), KIEP(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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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소득재분배를 위한 정책은 시장소득에 대한 1차 분배와 가처분소득에 대한 2차 분배의 영역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1차 분배의 경우, 기업내 자본과 노동 간의 분배뿐만 아니라, 기업 간의 분배(대기업-중소기업-자영업, 국유기업-민영기업)에 대한 정책 개입이 중요하다. 기업내 격차 해소를 위해선 기업 내에서 노동조합 등을 통한 노동자의 발언권을 강화해야 하며, 기업간 격차 해소를 위해선 대기업·국유기업의 “지대 추구 행위” (rent-seeking behaviour)를 막는 경쟁 정책이 핵심이다. 2차 분배의 경우, 조세와 재정지출 관련 정책이 조정되어야 한다. 고소득층에 대한 재산세, 상속세 등을 통한 누진적 과세와 저소득층에 대한 안정적 사회보장이 핵심적이다. 반면, 직접적인 사회 환원(기부 등)을 통한 3차 분배는 역할이 제한적이고 그 효과 또한 의심스럽다. 또한 중국적 특색을 반영한 정책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도농 간, 지방 간 격차의 핵심에는 호구제 문제가 있다. 자유로운 노동 이동을 막는 호구제가 유지되는 이상 격차 해소는 요원하다.
이런 견지에서 중공의 공동부유 4대 원칙과 6대 추진 방향을 비판적으로 보자. 우선 1차 분배에 대한 역행적 정책이 포함되어 있고, 3차 분배에 대해서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에서 국유기업은 특권을 갖고 있는 개혁의 대상인데, 중공의 공동부유 노선에서는 오히려 역할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또한 민간주체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는 3차 분배에 대한 강조도 우려스럽다. 거대 독과점 민영기업에 대한 경쟁 정책을 통한 제재는 바람직하나, 독점 이익에 대한 회수 방안으로 사회 환원을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의 적극적 2차 분배를 통해 중산층 증대를 도모하는 정책들은 긍정적이다. 다만 많은 국가들에서 나타났듯이 기득권층에 대한 추가 과세는 강한 저항에 부딪히면서 지연될 가능성이 높으며, 중국 또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중공 경제전략의 성공가능성 평가
요약하자면 ‘쌍순환’ 전략은 대외환경 악화에 대한 성장 전략이며, ‘공동부유’ 노선은 대내불평등 악화에 대한 분배 전략이다. 두 전략은 ‘내수’ 통로로 연결되면서 성장-분배를 위한 통합 전략으로 작용한다. 통합 전략의 성공은 두 전략이 성장-분배의 선순환을 이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데, ‘공동부유’를 통한 소득불평등 해소가 선순환을 위한 핵심 동력이다.
그러나 전망은 낙관하기 어렵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재 제시된 원칙과 추진 방향에 소득분배에 역진하는 요소들을 여럿 담고 있다. 최근 실제로 추진된 정책들도 그러하다. 우선 중공은 민간기업 부문에 대한 직접적이고 미시적인 개입을 늘리고 있다. 2020년 9월 중공 중앙판공청은 ‘전국민영경제 통일전선 업무회의’를 개최하고 ‘신시대 민영경제 통일전선 강화 업무에 관한 의견(關於加強新時代民營經濟統戰工作的意見)’이라는 문건을 내놓았다. 민영경제 통일전선 구축은 중공의 통제 하에 민영기업과 기업인들을 규율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 11월 앤트파이낸셜의 홍콩증시 IPO 취소, 2021년 8월 청소년 게임 제한, 9월 사교육 전면 금지, 2021년 12월 디디추싱의 뉴욕증시 상장폐지 강요까지 중공의 압박은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모두 독과점 해소를 위한 정공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민간 기업 부문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부정적 효과만 낳을 수 있다. 민영 기업에 대해 이렇게 엄격한 중공은 에너지, 서비스 부문에서 막대한 독과점 이윤을 올리고 있는 국유기업의 지대추구는 방치하거나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시진핑 정부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노동조합과 NGO들을 탄압하고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을 체포했다. 노동운동이 활성화되어야 기업내 소득분배가 개선되고 노동자의 생활수준도 올라간다는 것은 증명된 사실이다. 그러나 2015년부터 이어진 자스커지(佳士科技) 등 광동의 노동조합과 노동 NGO에 대한 단속에서 2021년 홍콩 민주노조 운동의 상징인 홍콩직공회연맹(HKCTU) 해산에 이르기까지 중공의 노동운동에 대한 압박은 집요하고 강력하다. 다른 한편, 2021년 6월 중공은 ‘저장성의 공동 부유 시범구 건설 지지에 관한 의견(關於支持浙江高質量發展建設共同富裕示範區的意見)’을 통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소득 분배를 조정하여 직원의 보수를 합리적 범위 내에서 높이고 법정 최저임금도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정부가 주도하는 노동자 권익향상에는 한계가 있음이 명확하다.
마지막으로 고소득층에 대한 재산세와 상속세 부과도 요원하다. 중국의 현 조세 제도는 소득 격차 해소에 역진적인 간접세 위주로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재산세 등 직접세 비중의 증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도시의 부동산을 보유한 기득권층의 저항이 이를 막고 있다. 그러나 자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보다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국이 합리적 재산세와 상속세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공동부유는 레토릭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더욱이 가장 큰 문제는 제도의 도입을 주도해야 하는 공산당 집단이 기득권의 핵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점이다. 따라서 공산당이 ‘공동부유’ 노선을 추구하면서 얼마나 ‘자기 살 깎기’를 할 수 있는지 회의적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전국인민대회대회에서 제기된 재산세 부과 지역을 30개 시범 지역으로 확대하자는 논의는 각종 반대에 부딪혀 10개 지역으로 축소되었다.
2021년 중국이 ‘쌍순환’과 ‘’공동부유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2049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은 그 정의(定意)상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달성되어야 한다. 사실 매우 어려운 과제다. 역사상 어느 국가도 성장과 분배를 매끄럽게 달성한 사례는 없다. 그러니 갓 중진국에 진입한 중국의 노력에 대해 초반부터 전망이 어둡다며 초를 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정책에 대한 일정한 경제학적 컨센서스는 존재한다. 중국이 이번에 내놓고 실행하는 공동부유 정책은 이에 다소 부합하지 않는다. 원래도 찾아가기 어려운 길인데, 지도가 부실하다면 어려움은 가중되고 결국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곳에 도착할 수도 있다.
<참고문헌>
이현태(2021), “중국의 소득 불평등과 공동부유,” 「성균차이나브리프 9권 4호」 성균중국연구소.
현상백, 이효진(2021), “중국의 ‘전면적 소강사회'와 ‘삶의 질‘ 분석,” 2021년 연구성과 확산세미나 자료집,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IMF(2014), Fiscal Policy and Income Inequality, IMF Policy Paper.
習近平, “紮實推動共同富裕,” 『求是』 2021年 第20期.
[사진 출처] Zhang Monan, Don’t Misunderstand Dual Circulation, <<China US Focus>>, 2020.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