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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연장을 둘러싼 명분과 의지의 경합
양갑용(국가안보전략연구원)
형식과 패턴의 지속
중국은 이미 신시대에 진입했다. 중국공산당은 19차 당대표대회를 2017년 가을 베이징에서 개최했다. 시진핑 주석의 두 번째 권력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정치 이벤트였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대회에 보고하는 이른바 <정치보고>를 통해 중국이 이미 18대 이후 신시대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으로 중국은 개혁개방 시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시기로 진입했음을 대내외에 공식화했다. 시기가 아니라 “시대”가 바뀌었다는 주장이었다. 신시대를 맞아 새로운 시대를 사상적으로 뒷받침하는 이론적 틀이 필요했을 것이다. 당장과 헌법에 소위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들어간 이유이다. 이로써 중국은 개혁개방 시기를 뒤로하고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는 도약을 시도했다. 물론 그 길이 순탄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19기 6중전회에서도 밝혔듯이 중국은 백년만의 미증유의 대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 변화의 중심에 시진핑 주석이 있다. 2012년 집권 동시에 영도소조 조장 직위 등 여러 가지 권력 집중 조치를 취하면서 차근차근 권력을 장악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권력 강화는 개인의 권력 의지가 작용한 것이든 아니든 대외적으로는 당내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나온 합의의 결과로 선전되었다. 즉, 개인의 권력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기보다는 당내 의견 수렴을 통한 두터운 합의에 기초한 정치적 협상의 결과로 이해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약화된다는 중국정치의 취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상당기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면서 이른바 ‘과정상의 민주’ 노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가 바로 19기 6중전회에서 전체 당원의 이름으로 결의된 이른바 <역사결의>이다.
이번 19기 6중전회 개최는 기존 개혁개방 시기 진행되었던 6중전회의 패턴과 19기 이후 진행되었던 다섯 차례의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회의 패턴을 그대로 밟았다. 이는 적어도 회의 개최 관련된 형식적인 면에서는 새로운 것이 없다는 의미이다. 내용 차원에서 보면 <역사결의>가 담아낸 내용이 여느 전체회의에서도 논의하고 총화하는 결과로 나타났던 <결의>나 <결정>의 형식은 취하고 있다. 다만 40년 만에 <역사결의>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회의 형식이나 개최 과정은 기존 관행의 준수라는 지속의 측면을 보여주었고, <역사결의>를 통해서 내용면에서는 미세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중공당 세 번째 <역사결의> 등장
비록 회의 형식이나 패턴이 기존 관행의 지속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내용 면에서 보면 <역사결의>라는 이름으로 백년 정당의 성취와 경험을 총화했다는 점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회의였다. 이번 회의를 통해서 개혁개방 40여 년에 대한 평가가 담겼으며, 특히 덩샤오핑에 대한 평가가 처음으로 공식화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결의>는 사전적 의미를 빌리면 공식 기구에서 논의해서 결론을 내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조치를 정하는 <결정>과는 약간의 뉘앙스가 다르다. 이러한 포괄성을 가지는 <결의>가 이번에는 <역사결의>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널리 알려진대로 중국공산당은 역사상 두 번에 걸친 <역사결의>를 통해서 비전을 제시하고 혁명과 건설,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해왔다.
한편, 이번 <역사결의>가 주목받은 것은 지난 100년 동안 중국공산당이 걸어왔던 역사과정에서 성취한 것과 경험한 것에 대한 당의 공식적인 평가라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되었던 내용의 공식적인 정리라고 할 수 있다. 비록 100년이라는 시간에서 당이 걸어온 길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역사 시기와 중첩되지 않는 개혁개방 시기에 대한 평가가 담겼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개혁개방 시기에 대한 평가도 사실은 부분적으로 이미 앞서 여러 차례 진행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2018년에는 개혁개방 4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했고, 2019년에는 건국 70주년 행사를 진행했고, 2021년 7월에는 당창건 100주년 기념대회를 개최했다. 따라서 <역사결의>에 담긴 개혁개방 시기에 대한 평가는 기존 평가를 그대로 계승한다는 의미 외에는 달리 평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역사결의>가 주목받은 것은 바로 <역사결의> 내용보다도 왜 지금 시기에 무엇을 위해서 <역사결의>라는 이름으로 이른바 중대한 성취와 역사 경험에 대한 결의를 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보면 반 이상 분량을 소위 말하는 신시대 내용으로 채웠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혹자는 이것이 시진핑 주석의 집권 기간을 미화하 고 장기집권으로 가는 수순을 밟는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혹자는 당 백년 역사의 시간 축에서 보면 백년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기에 중국이 10년을 주기로 중요 행사를 진행한다는 관행에 따라 <결의>라는 형식을 빌려서 이번 19기 6중전회를 진행했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문제는 해석의 영역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내용이 시진핑 주석의 임기 연장과 관련되느냐를 찾아내는 일이다. 그러나 <역사결의>, <공보>, <신문 발표회>, <기초조 문건 작성 과정> 등 자료를 보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집권 연장을 드러낸 곳은 없다.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집권 연장 지지 움직임
앞서 언급한대로 이번 전체회의는 기존 관행에 비춰보면 아주 순조로운 회의였다. 이미 8월 말 정치국 회의에서 19기 6중전회 회의 개최 사실을 공지한 이후 착오없이 공지한대로 회의가 열렸다. 그리고 <역사결의>와 함께 20차 당대회 개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서 당내 주요 회의의 예측 가능한 정치 일정 제시로 불확실성을 과감히 줄여나가는 정치적 행태를 보여주었다. 정치제도화가 일천한 상황에서도 정해진 정치 일정을 제때 소화하고 관련 결론을 토대로 다시 미래를 열어가는 중국 정치의 프로세스는 잘 작동되고 있음을 이번 회의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지난 개혁개방 시기 중국이 이른바 정치제도화라는 이름으로 예측 가능한 정치의 구현을 위해 노력해 온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과연 시진핑 주석이 이미 사실상 제도로 정착되어 있는 10년 재임 후 내년 가을 당대회에서 은퇴를 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오히려 이번 회의를 통해서 더욱 증폭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번 전체회의를 통해서 그리고 <역사결의>라는 고도의 조직화된 정치활동을 통해서 시진핑 주석의 지도력에 대한 칭송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집권 연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시진핑 주석의 집권 연장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의 움직임이다. 집권을 연장한다고 해도 명확하게 해당 워딩(wording)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전체회의를 통해서 사실상 시진핑 주석의 집권 연장이 당내 보편적인 합의 결과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이러한 추론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전적으로 옳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이른바 전체회의 <정신>을 학습하자는 교육 열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학습 열기는 자연스럽게 시진핑 주석에 대한 영도 핵심으로서의 지위를 전제로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여지는 충분하다.
지난 2016년 가을 시진핑 주석은 18기 6중전회를 통해서 ‘핵심’ 지위를 부여받았다. 장쩌민의 ‘핵심’ 부여와 달리 시진핑 주석의 ‘핵심’ 칭호는 사실상 본인이 스스로 ‘핵심’ 지위를 쟁취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원로정치가 약화되고 사정의 한파 속에서 원로의 영향력도 예전같지 않기 때문에 원로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핵심’ 지위를 부여받았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핵심’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쟁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핵심’ 지위 이면에는 시진핑 주석의 ‘핵심’ 지위 부여를 강력히 주장했던 기층의 움직임이 있었다. 즉 아래서부터 ‘핵심’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었다. 물론 조직적인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기획된 이벤트일 수도 있지만 당중앙은 비록 자신들의 내부 협의를 통해서 시진핑 주석의 ‘핵심’ 추대로 설령 의견을 취합했을지라도 그 모양새는 밑으로부터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여 최종 결정한 행태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전 ‘핵심’ 지위 부여 분위기와는 달리 아직까지 아래로부터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물론 전체회의 이후 각계각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관련 회의 <정신> 학습과 <역사결의> 토론회 등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핵심>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집권해야 한다는 명확한 언술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나 집권 연장에 대한 지지 흐름이 중요한 이유는 당원과 민심을 통한 이른바 통치 정당성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명분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절차적 정당성이 약한 중국에서 당원과 인민의 마음을 움직여 지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통치 정당성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당도 이러한 분위기를 수렴하는 것이 권력승계 관련 정치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를 줄인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에 대한 지나친 개인 ‘찬양’
이번 전체회의를 계기로 권력승계에 대한 논의와 전망은 사실상 광범위한 동력을 획득하게 되었다. <역사결의>와 <공보>, 신문발표회, <초안 설명> 등 회의 관련 다양한 문건들에서 시진핑 주석의 지도력이나 존재감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민의 영수(領袖)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은 사실상 덩샤핑을 뛰어넘어 마오쩌둥 반열에 시진핑 주석이 올랐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정도가 지나치다. <역사결의>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22회 언급할 정도로 높이 주목받았으며 그 존재감 또한 덩샤오핑을 압도했다. 마오쩌둥은 18회, 덩샤오핑은 6회,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겨우 1회만 언급되었다. 이러한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시진핑 주석이 이미 덩샤오핑의 지위를 위협하거나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리고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고 전체 일곱 개 부분으로 구성된 <역사결의>에서 제1부분, 제2부분, 제3부분을 제외하고 네 개 부분이 모두 시진핑 주석의 집권 10년 기간의 성취와 경험에 관한 것으로 채워졌다. 심지어 그 비중도 50%를 넘는다.
100년 역사의 중대한 성취와 역사적 경험을 <역사결의>라는 이름으로 발표했으나 실상 그 내면을 보면 시진핑 주석의 영도력과 지도력 그리고 ‘시진핑 사상’의 위대함과 사상적 강대함 등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당중앙과 전당의 ‘핵심’으로 반복 강조함으로써 시진핑 주석이 가지는 위상은 더욱 격상되었다. 이는 당이 전체회의를 통해서 고도로 조직화된 모습으로 시진핑 주석의 지위 격상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당연히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으로의 권력 강화와 관련한 다양한 해석의 단초를 제공한다. 분명한 흐름은 당중앙으로 권력이 집중되고, 집중된 권력은 ‘핵심’으로서 시진핑 개인의 권력 강화를 전망하게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권력 집중 현상이 앞서 언급한대로 바로 차기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임기 연장을 확인해주는 신호라고 완전히 확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전체회의와 <역사결의> 채택을 통해서 저변의 우호적인 환경 조성을 위한 첫걸음을 디딘 것으로는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자주 이용되는 것이 바로 개인에 대한 ‘지나친 경외감’의 제고 움직임이다.
예컨대 ‘시진핑 사상’은 “중국 문화와 중국 정신의 시대적 정수(精華)”이고, 시진핑 주석의 ‘핵심’ 지위는 “시대의 부름, 역사의 선택, 민심의 향방”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 시진핑 주석은 “당의 ‘핵심’이며 인민의 ‘영수(領袖)’”라는 표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특정 미디어에서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면 유사 매체에서도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진핑 사상’은 “변혁 이론의 결정(結晶)이며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역사적 도약” 등의 표현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찬양’ 수준의 움직임은 두 번째 <역사결의>에서 보여주었던 마오쩌둥에 대한 과오를 인정하고 평가했던 당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지점이다. 즉 시진핑 주석 개인에 대한 지나친, 때로는 과도한 평가 또는 ‘칭찬’은 개입 권력이 초래한 폐해를 적시하고 있는 두 번째 <역사결의>와 결을 달리하는 것이다. 오히려 지나친 ‘신격화’ 움직임이 당원과 인민의 신뢰 감정과 유리되거나 심정적 거리를 확대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는 경우 통치 정당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또한 통치 정당성에 대한 밑으로부터의 부식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중국 정치 시스템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이를 대체하는 방편으로서 사회적 명분을 획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면 그 대상은 바로 당원과 인민이다. 이들의 신심이 바로 당의 통치 정당성을 지탱하는 근간이다. 이러한 신심은 학습을 통해서 체득되어지기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심정적 동조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전체회의와 <역사결의>를 통해서 권력 강화의 움직임이 포착된다고 해도 이를 권력 승계의 가능성으로 연결하여 승계 구도의 명확한 답을 찾기는 아직은 쉽지 않다. 물론 시진핑 주석으로의 권력 강화의 분위기나 흐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을 연장한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신호를 포착하기에는 아직 관련 자료가 풍부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기층에서부터 일어나는 집권 연장의 움직임이 있어야 하고, 내년 3월 전국인대를 전후로 어떤 인사 순환이 나타나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권 강화의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이것이 집권 연장으로 연결되고, 승계구도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좀더 확실한 정보나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권한 강화와 집권 연장 필요성을 강화하는 것과 실제로 집권을 연장하는 것과는 결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체회의는 여전히 중국정치의 전매특허인 ’모호성‘의 정치가 계속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개혁개방 시기 40여년 간 이러한 불확실성의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는 점을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집권 연장의 득과 실
시진핑 주석의 당중앙의 ’핵심’과 전당의 ‘핵심’이라는 표현은 당내에서 시진핑 주석이 여전히 ‘핵심’ 지위임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핵심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지 시진핑에게 방점이 찍히지 않는다는 다른 분석도 존재한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당국가체제 특성상 ‘핵심’ 지위 수호와 확립에 동의한다고 해도 그 핵심이 반드시 시진핑이어야 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그리 높지 않다. 지도자는 유한하기 때문이다. 설령 시진핑 주석이 5년을 연임하고 10년을 연임한다고 권력 승계 문제는 지금도 발생하듯이 미래에도 발생한다. 즉 이런저런 이유로 집권을 연장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집권의 마지막 시점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심이 바로 시진핑이어야 한다는 것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연장하지 않을 것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현재 그 어떤 직접 신호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중앙의 핵심과 전당의 핵심이라는 의미가 현재 의미에서 그렇다는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모호성’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의도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핵심에 대한 강조는 현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 총서기의 권력 강화로 연결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집권 연장과 승계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어떤 신호를 포착해야 집권 연장 혹은 은퇴의 신호로 인식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시진핑 주석의 집권 연장은 개혁개방 시기 제도화를 통해서 예측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온 지난 40여 년 간의 중국정치 흐름과는 완전히 결을 달리하는 것이다. 만약 시진핑 주석이 10년 주기 권력 승계의 당내 규범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낸다면 집권 연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 관행과는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원과 인민들의 사전 동의를 수렴하는 사회적 명분 축적 과정을 선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거나 동의 절차를 갖지 못하고 신뢰에 기반을 둔 당원과 인민의 심적 수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명분을 얻지 못한 권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권력은 통치 정당성을 쉽게 잃을 수도 있고, 그것을 다시 획득하는데 무척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집권 연장의 이점도 물론 존재한다. 권력 승계라는 불확실성을 확실히 줄여준다는 점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백년 미증유의 대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흔들림 없는 강력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이미 공언한 로드맵을 따라 더욱 강한 중국의 드라이브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확실성에 기반한 권력투쟁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더욱 강력한 정치를 통해서 국정 아젠다에 대한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권력 강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강화된 권력으로 강력한 통치력을 행사하며 안정된 정치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강력함이 오히려 간부들뿐만 아니라 당원과 인민의 숨쉴 여유를 줄여주고 공간을 좁힐 수도 있다. 적어도 이번 19기 6중전회와 <역사결의>를 보면 확실하게 집권을 연장한다고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개연성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그럼 나머지 신의 한 수는 시진픽 주석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그 의중을 드러낼지 매우 궁금하다. 19기 6중전회 이후 1년 남짓 남은 정치 일정에서 그 의지 여하에 따라 중국정치는 변화와 발전, 정체와 퇴조의 변곡점을 맞을 것이다.
[사진 출처] Lucas Niewenhuis, China prepares to write Xi Jinping into history, <<SupChina>>, 2021.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