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100년, 특히 개혁개방 이후 43년의 시간은 단순히 중국이 동아시아 병자(病夫) 혹은 빈곤국에서 글로벌 G2로 성장한 발전의 시간만이었던 건 아니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자아관을 기반으로 자신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권력 구도를 인식하였고, 무언가를 희구하였으며, 또한 자신과 연대할 타자를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타자와의 오랜 관계 속에서 얻은 성과와 실패, 좌절과 기대, 분노와 희망 등 다양한 체험들은 국제사회에서 때로는 자신감 넘치고 유화적인, 때로는 호전적이거나 회피적인 중국의 대외 행태를 빚어냈다. 올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연설의 몇몇 문구에는 자신의 과거를 현재의 관점에서 재단하고 오늘날 세계, 즉 자신과 타자와의 관계를 바라보는 중국의 복잡다단하고 취약한 심리가 드러난다. 이를 분석함으로써 중국이 향후 국제사회에서 어떠한 행태를 보일지에 대한 작지만 미세한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中国人民是崇尚正义、不畏强暴的人民, 中华民族是具有强烈民族自豪感和自信心的民族。中国人民从来没有欺负、压迫、奴役过其他国家人民, 过去没有, 现在没有, 将来也不会有。同时, 中国人民也绝不允许任何外来势力欺负、压迫、奴役我们, 谁妄想这样干, 必将在14亿多中国人民用血肉筑成的钢铁长城面前碰得头破血流!”
“머리가 깨져 피 흘린다(头破流血)”는 표현은 일국의 최고 지도자가 자국의 최대 경축 행사에서, 그것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공식 석상에서 할만한 멘트는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시진핑 정부의 호전성과 과격성이 드러났다는 일각의 평가와도 같이 사실상 매우 자극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용어가 사용된 배경에는 자국의 근대 역사에 대한 중국 스스로의 뿌리 깊은 피해의식이 내재해 있다. 개혁개방 이후의 역대 모든 중국공산당 창당 기념 연설문에는 초반부에 “아편전쟁,”“서구의 침략,”“불평등조약”등 중국이 당한 굴욕의 역사가 망라돼있다. 타자의 불의한 행태로 인한 자신의 억울한 몰락이 공산당 창당 기념식마다 공식적으로 상기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자 심리와 인식이 단순히 중국공산당의 창당 명분을 합리화할 뿐 아니라 중국 사회 전반에 널리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애국주의”교육을 통해 중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서구의 침략으로 인한 자국의 아픈 역사를 배우고 뇌리에 새기며 자란다. 서세동점(西势东占) 이전 이미 중국이 자체적으로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해외 학계의 분석과 관점은 중국 내에선 통용되지 않는다. 자신의 억울함, 상대의 저열함만 반복적으로 지목될 뿐이며 이러한 피해의식은 중국 사회 전반에 심층적으로 뿌리 박혀있다.
이것의 극복을 위한 중국식 정신 승리법은 상대는 저열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으며 이렇게 도덕적인 내가 결국 옳고 승리할 것이라는 자기 암시적 기대와 희망이다. 이러한 도덕적 합리화에 대한 집착은 중국의 고대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진시황 이후 청조 마지막 황제 부이(溥仪) 시기까지 중국은 2,000년 넘는 기간동안 줄곧 황제를 권력의 최정점에 두는 위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질서관을 가지고 타자와의 관계를 규정했던 나라이다. 파이(Lucian W. Pye)에 따르면 천자(天子)가 다스리는 세상에선 도덕성이 높은 사람이 높은 지위와 권세를 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다. 서구와의 조우를 통해 타자에 의해 자신의 존귀성이 철저히 부정당한 굴욕의 경험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타자의 진정 어린 사과를 받기까지 부단히 자신을 갈고 닦으며 힘을 키울 뿐이다. 이 가운데 도덕적 “명분”을 확보하고 그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타자에게 인정받으려는 집착도 병적으로 이어진다. 예전보다 더 강하고 도덕적이며 기품있는 모습으로 국제사회에 나아가면 세상이 자신을 인정-설사 이질적인 정치체제라 할지라도-하고 환영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중국의 국력이 성장할수록 중국인의 대미 호감도가 높아진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도덕성은 중국만의 것이었을 뿐, 과거 영화로웠던 나를 재현하려는 오늘날 중국의 각종 행태에서 오히려 타국은 중국의 비도덕성을 발견한다. 도덕적인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한다고 중국이 느낄수록 여유는 사라지고 공격성은 강해지지만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상태가 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의 중국 견제가 본격적으로 재발현 되면서 중국사회의 오랜 상처가 덧나고 말았다.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울분을 애국주의 정서로 표출한 새로운 용어나 현상(“川建国,”“拜振华,”“阿中哥哥”등)이 나타났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1). 지금의 굴욕을 잊지 말고 충분히 강해질 때까지 모욕을 참고 힘을 계속 키워야 한다는 비분강개한 주장과 민족주의적 논조가 각종 언론과 SNS를 장식했다. 서구와는 다른 “중국 특색의 길”을 견지해야 한다는 관방의 입장은 더욱 강해졌다. 성난 민심을 끌어와 중국공산당의 집권 명분을 극도로 강화하고자 최고 지도자가 나서서 일갈하였다. 또 다시 우리를 “괴롭히거나, 압박하거나, 노예로 부리려” 한다면 머리가 깨지고 피를 볼 것이라고.
“今天, 我们比历史上任何时期都更接近、更有信心和能力实现中华民族伟大复兴的目标, 同时必须准备付出更为艰巨、更为艰苦的努力.”
이와 유사한 문구와 주장은 사실상 19차 당대회 보고서 및 이후 중국 관방의 여러 공식 문건에서 종종 발견된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얼마 멀지 않았으니 힘내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려는 것이다. 개혁개방 40주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小康社会 달성) 등 굵직굵직한 정치적 이벤트를 자신의 임기 내 맞이하는 시진핑 정부는 첫 번째 100년을 성공적으로 딛고 건국 100주년이 되는 두 번째 100년을 향해 나아간다는 가시적 성과를 선보여야 한다. 마침 트럼프 집권기 미국의 국제 리더십이 약화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미국 중심적 패권질서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 팬데믹 초기 상황은 중국 입장에선 호재이자 기회였다.
하지만 “반드시 더욱 거대하고 간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은 겉으론 잘 드러나지 않는 중국 내부의 심층적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최강대국 ‘미국의 본격적인 견제’와 설상가상으로 돌발한 ‘코로나-19’라는 이중 압박이 중국의 대외관계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집권 이후 미-유럽의 중국 견제 연대가 강화되는 상황도 위기의식을 더욱 고취시킨다. 최악의 상황 대비를 상정한 “마지노선 사고방식(底缐思惟),”“위기의식(危机意识)”등이 “백년만의 대 변화 국면(百年未有之大变局)”담론과 결합하여 중국 사회 전반에 유행하고 있다. 바이든 집권 이후 미국이 예상 밖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적 대중 접근을 상당 부분 이어감에 따라 미중관계 회복에 대한 중국의 기대치는 상당히 낮아졌다. 중미관계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달라졌으며, 중국은 향후 장기간에 걸친 미국과의 경쟁과 각축을 겪게 될 것이란 전망이 주가 되어 더욱 통제적인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창당 100주년 기념연설에서 강조된 “9개의 필수(九個必修)”에서 이중 압박이 도래하기 전인 2018년 개혁개방 40주년 기념대회의 “9개의 필수(九個必修)”에선 볼 수 없었던 “국방 및 군대 현대화”가 9개 중 다섯 번째 순서에, “새로운 역사적 특징을 지닌 위대한 투쟁”이 일곱 번째 순서에 새로 삽입된 사실도 유의미하다. 투쟁을 뒷받침하기 위한 강한 국방력이 소환된 셈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늘 호전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한 중국의 신중함과 함께, 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자기 중심성, 즉 황제의 기질도 드러났다. 이번 시진핑 연설에서는 역대 자주 등장했던 국제질서나 글로벌 거버넌스에 관련된 직접적 언급이 축소되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중국공산당 창당 80주년(2001) 기념식에서 처음으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정치경제 신질서 구축,”“국제관계의 민주화 갈망,”“UN 헌장의 대의 원칙 및 공인된 국제관계 기본 준칙 준수”가 등장한 이후, 이러한 국제무대의 중심 지위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추구는 시기별 특징을 보이며 지속돼왔다. 90주년(2011) 기념식에선 “국제정치경제질서가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추동”을 언급했다면, 95주년(2016)의 경우 더욱 과감하고 자신감 넘치는 자태가 발견된다. “어떠한 국제질서와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가 세계에 좋고, 세계 각국 인민에게 좋은지는 각국 인민들이 상의해야 하는 거지, 일방이 자기 생각대로 그냥 결정해버리는 것이 아니다. 중국은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의 건설에 적극 참여할 것이며, 글로벌 거버넌스의 보완을 위해 중국의 지혜로 공헌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세계 각국 인민들과 함께 국제질서와 글로벌 거버넌스가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추동할 것이다.”
이처럼 호기로웠던 중국이 이번 100주년 연설에서 관련 언급을 자제한 것은 미국 및 서구를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것이다. 대신 ‘신형 국제관계,’‘인류운명공동체 건설’등 소위 중국 특색적 담론이 제창되었고, 팬데믹 시기를 맞아 ‘일대일로의 고품질 발전’과 연관되는 보건 실크로드, 디지털 실크로드가 새로 등장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브랜드로 평가받을 만큼 역점을 둬왔던 것이지만,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예정대로라면 올해 개최했어야 할 일대일로 정상회담(一带一路高峰会谈)도 개최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는 신중성을 발휘했다. 2년 전 아시아 역내 중심성을 확인하고자 야심차게 개시했던 아시아문명대화대회(亚洲文明对话大会)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기존 미국 중심적 국제질서나 글로벌 거버넌스의 세력 추를 점차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오려는 중국의 지난한 투쟁은 결코 중단되지 않았다. 특히 팬데믹 시기를 맞이하여 중국은 UN 및 WHO의 거버넌스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겉으로 떠들썩하게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를 확대하며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방역을 앞세워 안면인식, 스마트 시티 등 첨단 감시 및 공안 기술을 아프리카 권위주의 정권에 제공하는 상황은 향후 미국과의 대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 외에도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에게 백신을 제공함과 동시에 아세안(ASEAN)을 대상으로 하는 ‘광시5G산업연맹’을 설립하여 중국식 디지털 규범, 표준, 시스템을 전파하고 있다. 현재 중국-아세안 인공지능혁신센터, 중국-아세안 구역연결혁신센터, 베이부만(北部湾, 즉 통킹만) 빅데이터 교육센터 등 디지털 기술혁신 플랫폼이 구축되고 있다.
이처럼 자국산 백신과 최첨단 AI 기술을 전 세계에 전파하며, 인류를 위해 공헌하려는 자신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호소하지만 전 세계의 여론은 상당히 비우호적이다. 퓨리서치센터가 작년과 올해 주로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그리고 싱가폴의 ISEAS가 올해 동남아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국을 당혹케 만들기에 충분했다. 시진핑 집권 1기에 주변외교(周边外交)를 강대국외교(大国外交)의 위상으로까지 제고시키며 근거리 국가들과의 선린우호를 꾀했지만 남중국해 분쟁, 사드(THAAD) 사태 등 오히려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되었다. 집권 2기에 ‘인류운명공동체’를 제창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구애했지만 오히려 중국의 글로벌 신뢰도와 이미지는 전반적으로 악화되었다. 이처럼 시진핑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중국의 대외 이미지 개선 및 담론력 강화를 중시했지만 결과는 처참하다는 사실은 국제사회에서 중심성을 추구하는 중국의 앞날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中国共产党将继续同一切爱好和平的国家和人民一道, 弘扬和平、发展、公平、正义 、民主、自由的全人类共同价值, 坚持合作、不搞对抗, 坚持开放、不搞封闭, 坚持互利共赢、不搞零和博弈, 反对霸权主义和强权政治, 推动历史车轮向着光明的目标前进!”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가난한 신생국으로서 근대적 의미의 주권 중심적 국제사회에 첫 조인한 중국은 국가 간 세력구도에 관한 냉철한 인식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타자와의 통일전선을 추구해왔다. 중국공산당 창당 6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전 세계 무산계급 및 인민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공동운명”을 언급함으로써 개혁·개방정책 시동 초기임에도 이데올로기적 색채를 드러냈다면,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80주년 기념식(2001)에서 “전체 사회주의 노동자, 사회주의 옹호하는 애국자 및 조국통일 옹호하는 애국자들은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해 광범위한 애국통일전선을 결성해야 한다.” 외에도 “전 세계 모든 평화를 사랑하고, 발전을 갈망하며, 진보하여 나가는 국가 및 인민들과 손잡고”라고 발언함으로써 지속적 경제성장을 보장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10년 후인 90주년 기념식에서 “평화공존 5원칙 기반 위에서 모든 국가와 우호적 협력을 발전시키고, 개도국의 정당 요구 및 공동 이익을 수호하며, 다자간 업무에 적극 참여”가 언급된 것은 신흥 개도국의 성장으로 국제 세력 구도가 다극화 추세를 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서방 중심적 글로벌 거버넌스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기존 국제질서의 틈새를 공략하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이었다.
이중 압박이 발생하기 전, ‘강국화(强起來)’가 한창 추진되던 5년 전 기념식에서 시진핑 주석은 “평화공존 5원칙을 기반으로 모든 국가들과 우호 협력을 발전시킨다.”고 발언했다. 이와 비교 할 때 올해 발언에는 “평화를 사랑하는” 수식어가 다시 붙었다. 또한 협력, 개방, 호혜 등 기존 레토릭을 반복하되 19차 당대회때 사라졌던 “패권주의와 강권정치 반대”를 재소환함으로써 미국을 겨냥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공산당 창당 기념 연설에서 최초로 “중화자녀 대단결”이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백년의 분투 역사에서 중국공산당은 시종일관 통일전선을 중요한 위치에 두고, 가장 광범위한 통일전선을 부단히 공고화 및 발전시켜왔다. 단결할 수 있는 모든 세력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긍정적 요소들을 동원하며, 공동 분투 역량을 최대한도로 모아야 한다.”는 발언은 중국공산당의 필사적인 위기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사실상 중국의 화교·화인 정책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투쟁시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위로부터의 국가주의(Nationalism from above)’로서 전개돼왔다. 신중국 건국 투쟁 시기에는 장제스가 아닌 마오쩌둥이 이끄는 신중국을 지지하는 해외 교포와의 연대를 적극 추구했고, 개혁개방 시기에는 막대한 해외 자금을 끌어오는 주요 도입원으로 그들을 활용했다. 해외에 산재한 화교·화인들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점차 고학력, 고임금의 현지 사회 주요 세력으로 성장하자 이들을 통일전선에 규합하는 것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특히 팬데믹 시기를 맞아 온라인/디지털을 통한 집결 및 연대의 기능이 배가되면서 전 세계에 퍼져있는 “중화 자녀”들을 소환하고 있다. 올해 5월에 중국 영사업무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것은 전 세계 중국인들에게 여행 증명서와 보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화교에 대한 관리 및 감시를 체계적으로 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포스트 팬데믹 시기 화교들을 통해 중국의 표준과 시스템을 전 세계에 확산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이미 200여 개에 달하는 국가와 지역의 화교 및 화인들이 알리페이(支付宝)의 방역 플랫폼을 이용하여 1,000명이 넘는 중국 의사들로부터 온라인 진단과 처방을 받고 있다. 스페인 주재 화교와 중국 유학생들도 위챗(Wechat)에서 보건 문제 교류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들이 30여 개 국가나 지역의 의료 종사자들이 당면한 400여 개의 문제들을 번역하면 전문가가 답해주는 방식이다.
“애국통일전선은 중공이 국내 국외 전체 중화자녀들을 단결시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중요한 법보(法宝)이다.”라는 시주석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자국민과 화인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바라보는 중국의 시야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국가주의 강화가 과연 팬데믹 시기를 맞이하여 전 세계에 고루 퍼진 부정적 중국 인식을 우호적으로 전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도국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와 서구의 압박에 대항하고, 지금의 체제와 사고방식을 고수함으로써 2050년까지 최강대국으로 우뚝 서려는 중국공산당의 시도는 끝내 성공할 수 있을까? 과거를 지향하는 외로운 황제의 고단한 투쟁이 언제 종료될 수 있을지, 중국의 미래가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 지금으로선 쉽게 답하기 어렵다.
1) 川建国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시기에 태어난 중국 남성들 이름에 신중국 건설을 의미하는 建国가 다수 붙어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拜振华는 바이든이 한 모금 행사에 참여해 마오쩌둥의 “妇女能顶半边天”을 인용했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을 압박하는 트럼프와 바이든 덕분에 중국인이 더욱 단결하고 중국이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두 사람을 풍자하는 용어이다. 阿中哥哥 또한 중국인들이 중국을 마치 사랑하는 연애인 부르듯 친근하게 호칭하며 중국에 대한 어떠한 비판이나 비난도 용납하지 않는 젊은 세대들의 극단적인 애국주의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2) Pew Rearch Center, “Unfavorable Views of China Reach Historic Highs in Many Countries” https://www.pewresearch.org/global/2020/10/06/unfavorable-views-of-china-reach-historic-highs-in-many-countries/, OCTOBER 6, 2020. ; Pew Research Center, “Large Majorities Say China Does Not Respect the Personal Freedoms of Its People” https://www.pewresearch.org/global/2021/06/30/large-majorities-say-china-does-not-respect-the-personal-freedoms-of-its-people/ JUNE 30, 2021. ; ASEAN Studies Centre at ISEAS-Yusof Ishak Institute, The State of South East Asia : 2021 Survey Report. 2021.
[사진 출처] Sun Yu in Beijing and Tom Mitchell, “The Communist party at 100: is Xi Jinping’s China on the right track?”, <<Financial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