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서울대학교)
2020년 중국 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의 복합적인 충격 속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전쟁 같은’ 대응을 통해 ‘전염병 방역에 중대한 전략적 성과’를 거두었고, 전면적 소강사회 실현을 위한 주요 지표의 대부분을 성취해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중국 사회는 중장기간의, 결코 쉽지않은 전환의 길목에 놓여져있다. 양적 성장 위주의 경제발전과 전환의 방식이 동반했던 불평등·불공평의 문제, 인민의 기대와 국가 발전에 걸맞는 인민 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한 시대적 과제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의 고조와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것이 아닌’ 코로나-19 팬데믹의 복합적·누적적 효과는 중국 사회의 ‘불확실성’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2021년 중국 양회(兩會)는 (포스트) 팬데믹 시기 중국 사회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한 포인트다. 2020년 전면적인 소강사회 실현을 선언한 이후 중국 정부의 의도를 ‘민생 보장’과 ‘질적 발전’의 과제를 중심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코로나
이번 양회는 중국 사회에서 코로나 위기가 여전히 ‘극복’된 것은 아님을 보여주었다. 올해 ‘양회 블루'(양회기간 파란 하늘의 지속)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가장 상징적인 사건으로, 과거처럼 공장 가동 중단 등을 강제할만한 여건이 되지 못함을 보여준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의 혼란을 ‘전쟁 같은’ 대응으로 무마하고 일상을 상당부분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의 질 문제, 소비 및 가처분소득의 미진한 성과는 중국 사회 또한 팬데믹 이후 회복과정에서의 ‘양극화 이슈’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함을 제기한다. 중국 정부 또한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국내 방역사업에 여전히 취약한 부분이 존재하고, 경제회복의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여 주민소비가 여전히 제약을 받음을 지적했다. 2020년이 코로나에 대한 긴급 대응의 성격이 강하다면, 적어도 사회 측면에서는 올해부터 (포스트) 팬데믹 이후 코로나의 복합적·누적적 충격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이 진행될 것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민생 보장의 최우선 순위: 취업 및 고용 안정
이번 양회에서도 취업 및 고용안정은 민생보장의 최우선 순위로 거론되었다. 2018년 7월 처음 제기된 ‘여섯 가지 안정'(六稳)의 기초 하에서 작년 양회에서 처음 제기된 ‘여섯 가지 보장'(六保)에서 취업은 가장 우선순위로 꼽혀왔다. 작년 도시 신규취업자 수가 1,186만명, 도시조사실업률 5.2%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지만, 올해 1,100만명 이상, 도시조사실업률 5.5% 이의 목표설정은 팬데믹 이전 1,300만 명 이상의 수치에 비해 다소 보수적인 전망이다.
그림1. 도시지역 신규증가 취업자수 변화 | 그림2. 도시조사실업률 변화 (단위: %) |
올해 양회는 기존의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가능한 일자리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원칙 하에서 일자리 안정과 기업에 대한 재정세제·금융 지원, 사회보험료 인하 및 환급, 교육훈련 및 취업서비스 확대, 창업 활성화 등 각종 대책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특히 ‘새로운 취업형태'(新就业)에 대한 강조는 팬데믹 이후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일자리 확충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의 취업 및 고용 안정 기조는 제14차 5개년 계획 기간에도 지속될 전망으로, IT 등 과학기술의 발전에 필요한 노동력 육성 및 공급 또한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도시실업률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보다 일자리 유지에 더 집중된다는 점은 현재적 한계다. 중국 정부는 농민공, 대졸자 등을 중점취업계층으로 선정하고, 중소·영세기업, 자영업자에 대한 집중 지원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기업의 인력채용에 대한 신중한 태도가 지속되고 있고, 특히 대면 서비스업의 고용 충격이 강하다. 농민공 규모는 2020년 사상 최초로 약 866만 명감소했고, 2021년 대졸자 수는 909만명으로 역대 최고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의 충격과 중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요인에 따른 복합적 충격 속에서 향후 농민공, 청년을 중심으로 고용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 지속 발전의 새로운 구도: 향촌 진흥과 신형 도시화
이번 양회에서 또한 주목해야 할 바는 바로 전면적 소강사회 실현 이후 ‘향촌진흥’에 대한 강조다. 중국 정부는 2020년 551만 명의 농촌빈곤인구를 탈빈곤시키고, 52개 빈곤현(縣)의 빈곤딱지를 떼내면서 전면적 소강사회 실현을 성취했다. 올해 중국 정부는 향촌진흥 전략을 전면적으로 추진하여 신형 도시화 전략을 보완함으로써 도농 협조·융합발전을 꾀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기존의 성과가 안정적인 지속 발전의 구도로 진입하기 위해 집중 노력을 꾀할 것임을 강조한다. 향촌진흥 전략을 통해 농업의 안정적인 발전, 농민 소득 증대, 탈빈곤 지역의 지속 발전을 통한 농업생산 증대와 농촌 생활여건 개선을 추진한다. 특히, 빈곤에서 탈출한 현 지역에 5년의 과도기를 두고 주요 지원 정책을 통해 총체적인 안정을 유지하고자 한다.
중국 정부의 향촌진흥 전략은 도농간, 지역간 불평등의 핵심인 삼농문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다. 도시화는 이미 불가피한 추세로 ‘신형도시화’를 통해 질적 도약을 감행한다면, 남겨진 삼농문제의 해결을 위해 향촌진흥을 통해 중국 사회 전반의 질적 도약과 지속 발전을 꾀하고자 함이다.
확실히 최근 농민·농촌의 사회경제적 환경은 크게 개선되어왔고, 도농간 소득격차 또한 완화되는 추세다. 농촌 산업기반 조성, 인근지역 취업 장려, 귀향 후 창업기반 확충 등이 지속되면서, 코로나로 실직 및 반(半)실업위기에 처한 농민공에게도 우호적 환경을 제공했으리라 추측된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향촌진흥이 단순한 산업·경제활동의 측면뿐만 아니라, 농민과 향촌사회, 토지제도의 전환 등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음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향촌진흥과 발전/개발의 이름으로 농촌에 진입하는 각종 자본과 물류 인프라가 가져올 변화가 농촌의 공동화(空洞化), 농촌의 도시에 대한 종속발전의 문제, 경작지 보호 및 식량안보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지에 관심이 필요하다.
아울러, 신형 도시화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는 1억 명 농촌인구의 도시민화 등 신형도시화 계획(2013-2020)의 주요 지표를 달성하였고, 도시군, 도시권 발전전략 및 도시재개발을 적극 추동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4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25년에 인구도시화율을 약 65% 이상으로 상향시킨다는 청사진을 가진 채 도시의 질적 발전을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난제가 남겨져있다. 특히, 심각한 주거난 문제는 이번 양회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도시화와 더불어 대졸·취업자 및 농민공의 주거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받는 가운데, ‘주택은 투기용이 아니라 주거용이다’라는 원칙 또한 재강조되었다. 2018년 양회에서 제기되었던 임대주택은 주택보장체계의 핵심으로 다시 제기되었고, 보장성 임대주택 및 공유재산권 주택의 공급 활성화, 임대주택 세금 부담 완화, 주택임대시장 활성화 및 장기임대시장 규범화 등 방안들이 제출되었다.
■ 부유해지기 전에 늙어버린 중국 사회? 중국 정부의 사회안전망 구축 노력과 인구 문제
중국 정부는 2020년 전국적인 의료보험과 양로보험체계 건립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큰 사회보장체계를 구축했고 민생복지를 지속 증진하여 공동부유를 추진할 것임을 천명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그 동안 구축해온 사회보장체계가 처음으로 작동했다는 학계의 평가도 있었다.
2000년대 이후 중국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사회안전망 구축 노력은 취업, 의료, 양로, 교육, 주택 등 다방면에 걸쳐 진행되어왔다. 2020년 팬데믹 위기 하에서 실시된 다양한 취업 및 고용안정책, 빈곤구제책, 교육·직업훈련체계 완비, 건강 및 공공위생체계 건립 노력, 유연노동력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 등은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발전성과의 혜택을 보다 많이, 보다 공평하게 모든 인민에게 돌아가도록 할 것이란 중국 정부의 설명은 사회안정과 지속발전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 사회의 인구 변화, 특히 인구고령화의 문제는 중국 사회 전반이 해결해야 할 가장 근본적이면서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중국의 국가적 차원에서 14억의 인구는 발전의 기반인 동시에, 막대한 부양의 책임이 따른다. 2025년 중국의 60세 이상 노령인구가 3억을, 2033년에는 4억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부유해지기전에 늙어버린'(未富先老)이란 말이 중국 사회에서 회자되어왔다. 14차 5개년 계획 기간 처음으로 총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낮은 출생률과 출산계획 조정, 노동력 및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따른 정년 연장, 학제개편 및 단축, 청년 취업 및 노인 부양 문제에 대한 관심 또한 집중되었다. 중국 정부는 교육·직업훈련 체계의 제고를 통한 노동력의 질 제고와 노동 및 기업의 생산성 증대를 통한 해법과 동시에, 기존의 기본, 기업 보험에 민영·상업보험을 더한 다층적인 양로보험체계 및 서비스체계건립, 의료와 양로의 결합 등을 통한 노력을 지속할 전망이다.
■ 중국 사회 변화의 함의
중국 정부는 이번 양회를 통해 (포스트) 팬데믹 시기 정치, 외교, 경제적으로 중국의 ‘특별한’ 성과를 대내외에 펼쳐보였다. 하지만 적어도 사회 측면에서 중국 정부의 고민은 지금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구조적·정세적 요인에 코로나의 충격이 가중되면서 2020년 초 중국 사회는 커다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하지만, 그 논란과 충격이 2021년 현재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다.
2021년, 중국 사회는 (포스트) 팬데믹 시기 복합적으로 양산·누적되어온 사회 문제와 더불어 본격적인 씨름에 들어갔다. 현재 코로나는 여전히 ‘극복’된 것은 아니며, 특히 사회 측면에서 위기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한 각종 노력들이 이번 양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중국 사회의 취업 및 고용안정에 대한 적극적 대응, 향촌진흥과 신형도시화를 통한 지속발전의 새로운 구도, 사회안전망 구축 노력 등은 사회 측면에서 중국 정부의 가시적 성과이자, 내부적인 고민과 난점을 드러낸다. 코로나가 가져온 복합적인 충격 하에서, ‘절대적인 성공’이란 없고 ‘상대적인 성공’이 있을 뿐이란 지적은 중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 (포스트) 팬데믹 이후 중국 사회의 변화를 정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학술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를 제기한다.
2020년 중국 사회가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성과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남긴 충격은 향후 중국 사회 변화에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동하는 민생 보장과 질적 발전의 노력은 (포스트) 팬데믹 시기 중국 사회의 향방을 보여주는 주요한 청사진으로, 향후 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수립될 각종 지표와 실천방안, 이를 둘러싼 사회적·학술적 논란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