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경(서울대학교)
올해 양회기간인 3월 7일 개최된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언론 브리핑은 그야말로 중국이 코로나 19에 치명상을 입기는커녕 오히려 국제사회를 더욱 자국 중심적으로 이끌어 나아가겠다는 강력하고도 자신감 넘치는 포효였다. “America is back”을 외치며 자신을 압박하고자 동맹 및 우호국들과 연대할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준동맹국 러시아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개도국들과 연대해 저항진영을 구축하며, 자국 중심적 세계질서를 배태시켜 나가려는 중국의 신구상이 엿보였다. 또한 아울러 상처 입은 자국 국민을 치유하고 올해 창당 100주년을 맞이하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국내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일종의 연회(宴會)를 무사히 치러 냈다. 안정을 추구하지만 도전도 강해진 중국 외교가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양회 언론 브리핑 역사상 가장 많은 질의·응답(27개)을 가장 오랜 시간(100분)을 들여 소화했다. 여기에 한반도 이슈는 언급되지 않았는데 이는 김정은·트럼프 회담이 불거진 2018년 한반도 관련 질의·응답이 22개 중 두 번째 배치됐던 사실과 비교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중국이 보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낮아졌다기보다는 ‘미국의 압박’과 ‘팬데믹’이 겹쳐진 특수한 시기를 맞이하여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개도국을 자국 진영화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구상과 큰 그림이 과거 1950~60년대의 재판처럼 오늘날 재강화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조금 더 확대된 시선에서 본다면, 올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중국공산당을 비단 중국을 다스리는 합법적이고 유능한 집권세력이라는 점을 넘어, 팬데믹 위기를 맞은 국제사회, 특히 약자를 구원하는 진정한 국제 리더로 부각시키려는 의도까지 엿보였다. 특히 이를 위해 이례적으로 시진핑 주석을 총 15번 언급하는 등 장기집권을 위한 기반을 쌓는 모습이 연출됐다.
■ 팬데믹 시기 “나”를 중심으로 국제질서 전열을 가다듬다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줄곧 자신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 및 질서관을 구가해왔다. 그리고 이는 현실 외교의 구체적 노선과 정책의 인식적 기반으로 작용해왔다. 마오쩌둥은 자신이 포함된 인민·민주·평화·반제국주의 진영 vs 반인민·반민주·전쟁·제국주의 진영의 대립적 세계관을 가졌고 시기에 따라 중간지대론, 3개 세계론 등으로 구분했다. 이후 혁명과 투쟁의 시기가 아닌 ‘평화와 발전의 시기’로 규정한 덩샤오핑의 세계관은 오늘날까지 면면히 지속되고 있다. 구소련 해체 이후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인 미국과의 충돌을 최대한 우회하며 미국 중심적 국제정치경제질서 속에서 고속성장을 이루면서 이제 부흥을 꿈꾸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차이메리카(CHIMERICA)”로 불릴 정도로 미국과 깊은 경제적 상호 의존관계를 맺게 되면서 미국의 압박은 일시적이고 조건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자신의 순진한 희망사항에 불과했음을 트럼프 행정부를 통해 깨달은 중국은 새로운 전략적 구도를 재정비중이다.
▪ 중국몽을 위협하는 주요 모순(矛盾)국가, 미국을 공략하다
리커창 총리가 미국에 점잖게 협력 메시지를 보냈다면, 왕이 외교부장은 양회 공식행사 중에서 유독 주목을 끄는 해외 기자 브리핑을 통해 미국에게 당당한 중국의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했다. 특히 자국의 핵심이익에 해당하는 사안에는 작심한 듯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남중국해, 대만, 신장, 홍콩, 티벳 문제에 대한 미국 기자의 질문에 왕이는 “미국은 툭하면 소위 민주, 인권의 깃발을 들고 타국의 내정을 멋대로 간섭하여 전 세계에 많은 문제꺼리들을 만들어낸다. 심지어 혼란을 일으키는 근원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걸 진작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세계는 앞으로도 안녕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쏘아주었다. 시진핑-바이든 전화통화에서 양국이 관계를 정상 궤도로 복귀시키기로 했다며, 양국이 과거를 버리고 미래를 새로 맞이하길(辭舊迎新) 바란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향후 그렇게 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대만문제에 관해선 전임정부가 “선을 넘고” “불장난했던” 위험한 행태를 철저히 변화시켜서 대만문제를 신중하고도 타당하게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자신과 다른 제도를 모욕하거나 압박하거나 심지어 유아독존을 고집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일종의 제도 패권이다.”라고 일갈했다. 이와 같은 강경모드는 과거 공식 석상에서 미국을 가능한 자극하지 않으려 했던 태도와 구별된다. 바이든 취임 관련 중국내 미중관계에 대한 초기의 기대심리는 최근 다소 신중세로 돌아섰다. 공식적으로는 미국에게 협력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중미관계의 안정을 희망하지만,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가 수단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트럼프 시기와 대별되지 않는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된 것과 유관하다 볼 수 있다. 즉 미국과 최대한 갈등을 지양하고 협력공간을 모색하지만 핵심이익은 계속 고수하면서도 침해 시 마찰도 불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을 추종하는 서방세력에 대한 강경 발언도 이어졌다. 미국 등 일부 서방국가들이 “자유항행” 깃발을 들고 남중국해에 빈번하게 오가는 유일한 목적은 남중국해 평화를 깨뜨리고 역내 안정을 혼란케 하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도 유럽에게는 강한 협력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미국의 반중진영 참여를 방지하려는 모습이었다. 향후 당근을 제시하며 유럽과 미국의 틈새를 파고들 것이란 점이 읽히는 대목이다.
▪ 자국 공헌 강조 : 미국이 아닌 내가 진정한 공헌자
이번 양회 브리핑을 통해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이 진정한 세계의 리더이자 공헌자임을 다각도로 부각시켰다. WTO 가입 20주년 관련 질문에 왕이는 중국의 WTO가입은 경제적 글로벌화에 강한 동력을 제공해주었고, 전 지구적 가치사슬의 발전과 최적의 자원배분을 촉진시켰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WTO 가입이 전 세계에 공동번영을 가져다 주었음을 강조함으로써 WTO 가입 이후 중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경제체제의 최대 수혜자라는 기존의 보편적 견해를 뒤집고자 했다.
또한 그는 미국과 협력영역으로 팬데믹 대응, 경제 부흥, 기후변화 세 가지 의제를 제시했다. 이처럼 중국이 나서서 전 세계의 공동 난제를 미국과 함께 해결하자고 제시한 것인데 이는 중국이 스스로 자신을 적극적으로 G2 입지에 올린 것이다. 이는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국제사회에서 회자된 G2 담론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중국이 팬데믹 위기를 맞아 오히려 정체성의 확대를 경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러시아와는 연대 강화, 인도 및 일본과는 마찰 지양
중러관계에 대한 질의·응답이 두 번째 순서에 배치됐다는 사실은 미·중 구조적 갈등과 경쟁 시기 중국이 러시아와의 전략적 연대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포스트 팬데믹시기 중국과 러시아 양국은 기존의 준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하면서 강대국 게임의 주요 자산인 백신을 둘러싸고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도와 일본에 대해선 협력을 종용하며 최대한 마찰과 충돌 가능성을 줄이려는 모습이었다. 여기에는 국경충돌을 겪긴 했지만 중국 정부 및 기업의 투자와 원조에 의존하는 인도가 인도태평양 전략에 비교적 소극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일본도 경제 및 올림픽 등에 대한 고려에서 인도태평양 전략과 클린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상황이 존재한다. 왕이는 미국의 대중 압박 진영에 편입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냄과 동시에 양자 간 소모전을 최대한 지양함으로써 전선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 글로벌 거버넌스 : “내”가 주도하는 국제 규범, 표준, 체계
주지하듯 코로나 19의 우한 발발로 인해 중국은 초기에 큰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자국산 백신 개발을 계기로 중국은 오히려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에서 자체적 규범과 표준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왕이는 첫 번째 질의응답 전, 팬데믹 상황을 최우선적으로 거론하며 “단 한 국가라도 바이러스로 고통받으면 국제사회가 계속 단결해서 대응해야 하며, 단 한 사람이라도 감염되면 우리는 그를 도와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이미지가 악화된 자국을 오히려 팬데믹에서 가장 빠르게 벗어나 국제사회의 팬데믹 극복을 위해 정의롭게 대응하는 국가로 부각시키며 진화에 나선 것이다.
▪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을 위한 저개발국과의 연대
왕이 외교부장이 언급하고 있듯이 중국은 아프리카, 아세안 국가, 라틴 아메리카의 저개발국을 대상으로 백신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방역을 적극 지원하는 일종의 보건 일대일로(健康一帶一路)를 전개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미국 등 서방 중심의 글로벌거버넌스를 팬데믹을 계기로 중국의 이익이 더욱 관철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의도이다. 중국은 세계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개혁을 논해왔다. 이를 위한 “공평”과 “효율”을 주장하는데, 이때 공평은 개도국 특히 약소국가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제무대에서의 대표성과 발언권 제고의 문제로, 효율은 각종 난제들에 대한 국제기구의 효과적이고 신속한 대응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왕이 외교부장은 50년 전 중국의 유엔 지위 회복 시 수많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형제들의 환성을 언급하며 그들과의 유대감을 강조했다. 또한 유엔은 강대국의 클럽이 아니고 부자의 클럽은 더더욱 아니라고 밝히는 등 개도국 편에 서는 자국 이미지 시현에 치중했다. 이는 유엔을 중심으로 개도국과의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미국 등 서방 중심의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 글로벌 공공재 제공 능력 확보
왕이 외교부장은 또한 IOC위원회를 통해 올림픽 선수들에게 백신을 제공할 뜻을 밝혔다. 이는 저개발국에 대한 백신의 유·무상 제공과 함께 신중국 성립이후 중국이 처음으로 패권국이 갖춰야 할 “전 세계의 공공재” 제공 능력을 확보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미중 간 세력전이 국면에서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단순히 중국의 바이러스 기원설 무마, 악화된 중국의 대외 이미지 개선뿐 아니라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에서의 중국의 입지 강화로 이어진다. 특히 왕이의 백신여권 발언 다음 날 중국은 ‘국제여행건강증명서’를 출시했는데 이는 중국 관광객이 경제 회복에 필요한 국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확산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이스라엘이 상호 인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국이 고안한 국제 왕래 및 해외 관광산업계의 표준이 포스트 팬데믹 시기 전 세계로 퍼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국은 또한 방역체계나 사회관리 시스템에 필요한 첨단기술, AI 진단키트나 스마트 도시 건설을 개도국에 지원하며, 이를 통해 중국식 표준, 규범, 시스템을 그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의 권위주의 정권과 중국의 관계를 강화시키고 중국적 세계질서의 확산을 초래한다. 반면 5G 등 첨단 기술 및 디지털 분야의 국제 규범과 표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은 동맹국과 연대해 자신의 규범과 표준을 중국이 준수하도록 압박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특히 첨단기술이 독재를 정당화하는데 쓰여선 안된다는 입장이므로 향후 미중 간 마찰이 불가피하다.
▪ 아세안 분쟁 해결 거버넌스 구축
이 외에도 미얀마 사태 관련 왕이 외교부장의 답변은 중국이 향후 미국의 개입 여지를 차단하며 자신이 주도하는 아세아 분쟁 해결 규범이자 틀을 기획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중재를 통한 건설적 역할” 발언은 중국 외교관들의 필독서이자 왕이저우 북경대 교수의 저작에서 핵심적 개념으로 언급된 “창조적 개입”이 중국외교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중국은 1955년 반둥회의에서 미얀마, 인도와 함께 제창한 평화공존 5대 원칙에 따라 자국 이익과 무관한 사안에 대해서는 주권과 내정 불간섭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점차 국력 증강, 미중 경쟁 심화, 확대된 이익관에 따라 타국의 위기 해결에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중이다. 특히 미얀마는 중국의 안보와 인도양 진출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미국의 대중국 포위, 봉쇄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에 왕이가 미얀마를 “아세안이라는 大가정의 일원”으로 규정하며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공언했다는 사실이다. 내정 불간섭, 만장일치라는 기존 아세안 방식을 준수하면서도 자신이 중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미얀마 개입 사례와 함께 남중국해 행위준칙의 신속한 제정을 통해 중국은 향후 아세안 국가 간 갈등과 분쟁을 외부 개입 없이 처리하는데 필요한 기본 틀과 레짐을 구축하고 있다.
■ 창당 100주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 띄우기
중국의 부상에 따라 서방세계와 이데올로기 및 제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질의에 대해 왕이 외교부장은 2,000년이 넘는 중국의 역사,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군자의 덕, 그리고 “만물은 함께 자라면서도 서로 해치지 않고, 도는 함께 행해져도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萬物幷育而不相害, 道幷行而不相?)” 는 중국의 전통적 세계관을 제시했다. 그리고 서방국가들도 이러한 중국의 포용적 태도와 수양을 배양하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이 외에도 마지막 질의 응답에서 왕이는 에드가 스노우를 언급하며 해외 기자들에게 “중국 공산당(중국이 아닌)”을 대할 때 이데올로기적 편견을 갖지 말고 공정하게 다뤄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한달 후 우한의 국제 행사 소식을 전하며 후베이 시민들이 전 세계 바이러스 전쟁 승리를 위해 막대한 희생을 했다고 치켜 올림으로써 중국 국민들의 자부심 회복을 꾀했다.
이처럼 기자 브리핑에서 중국의 당당한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인 것은 상처 입은 민심을 다독이고 공산당에 대한 무너진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왕이 외교부장의 브리핑 이후 관방 언론들은 중국의 강대국 면모를 칭송했고, SNS에서는 자부심을 느꼈다는 대중들의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전 세계를 휩쓴 팬데믹의 발원, 그리고 전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강한 압박이라는 초유의 대 위기를 맞아 중국은 이를 자국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려는 기회로 활용하기를 선택했다. 소위 “백년만의 대전환(世界百年未有之大变局)” 시기를 맞아 내부적 안정을 기하고 외부의 험난한 도전에 응전하려는, 그래서 세계 최강대국 반열에 진입하려는 시진핑 정부의 단호하고도 자신감 넘치는, 그러나 한편 매우 절박한 대응이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맞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 중국의 공세적 전환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시사점
중국이 기존의 미국 중심적 글로벌 거버넌스를 개도국과 함께 잠식하는 과정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국제기구와 제도는 미중 간 구조적 갈등과 경쟁기를 맞아 미국과 서방 vs 중국과 연합한 개도국 및 약소국 간의 치열한 경쟁과 대립의 장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과거 사드사태에서 경험했듯이 미국과 중국 간 갈등국면에서 우왕좌왕하는 것은 심각한 안보적, 경제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이 국가 부흥의 중간 시점으로 잡은 2035년까지 한국의 외교 노선 및 그 방향이 한반도의 미래 안정 및 번영과 밀접히 연관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움직임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외교적 습성은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 우리에게 있어 최상위의 국가 목표가 무엇인지, 그를 위한 외교의 우선 순위는 어떻게 배열돼야 하는지, 글로벌 세력 구도의 변화를 긴밀히 관찰하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냉철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세계 10위권의 중견국이자 팬데믹시기 모범국가로서 우리는 미중 간 갈등국면에서 편향보다는 균형을 찾아가는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할 필요가 있다. 제 3지대의 구축을 이끄는 중견 리더국의 위상이 우리의 것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