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북토크에서는 미시간대학교 Se-Mi Oh 교수의 연구서인 City of Sediments: A History of Seoul in the Age of Colonial- ism을 다룬다. 이 책은 20세기 초 일본 식민주의가 구현되는 과정에서 역사도시 서울의 도시공간 곳곳에 산재해 있던 시간의 퇴 적물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캐묻는다. 식민지기 서울의 시각적·청각적 표면을 건축 장식, 간판, 사진, 인쇄 매체, 음성 기 록, 골목길 대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중층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일본 식민주의 도시 레짐이 실제로 존재한 방식을 다양한 감각 적 차원에서 드러낸다. 이를 통해 경성이 어떻게 식민주의의 전략적 담론인 근대성을 표현하는 장소로 전환되었는지, 그 과정에 서 골목길의 수다로 가득찬 잠재적인 어둠의 장소인 도시의 이면이 이러한 권력의 시각 언어에 어떻게 도전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저자는 통념화된 개별적·통시적 사건사가 아니라, 이질적인 역사의 물질성이 포개진 식민지도시 경성의 새로운 지도 를 통해 서울의 복합적인 변화상을 그려내는 독창적인 역사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행사 후기]
이번 북토크는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북아시아센터와 도시사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행사로, 식민지 경성에 대한 인식 전환은 물론 도시사 쓰기와 역사 쓰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고 논의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오세미 선생님의 저서 City of Sediments: A History of Seoul in the Age of Colonialism은 식민지 시기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을 하나의 담론체, 텍스트로 바라보며, 도시 공간의 다양한 경험에 기반해 기술하는 ‘퇴적의 역사’ 모델을 제안하였다.
이 책은 먼저 식민 권력이 건축물, 간판, 사진 등 도시의 표면적 현상을 통해 근대화와 역사 내러티브를 어떻게 기획하고 구성해 나갔는지를 살펴보는 시각을 제시하였다. 또한 식민지 주체들이 이에 대응하여 보인 기만, 오인, 언어유희 등 일상 속 다양한 행위들을 교차시킴으로써, 식민지 시기 도시 공간의 사회사적 차원도 함께 열어 보였다. 저자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특정 행위 주체나 그 의도에만 초점을 맞추는 역사 서술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였으며, 역사 기술의 불완전성과 비선형적 구조를 함께 인정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서울의 도시 공간 곳곳에 산재해 있던 시간의 퇴적물들이 미친 영향을 중층적으로 검토하면서도, 역사적 결과물로서의 근대화가 아니라 하나의 테제로서 근대화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나아가고자 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독자들뿐 아니라 이번 북토크에 참석한 여러 참가자들에게도 많은 지적 자극과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하였다.
전가람 / 동북아시아센터 연구보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