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이헌창 명예교수는 경제학자이지만 이번 발표에서 퇴임 이후에도 꾸준히 연구한 결과물로 <한국문화의 구조와 변동>이라는 문화론적 주제를 다루었다. 그가 준비하고 있는 저서의 중간점검의 성격을 띠는 이번 발표는, 방대한 인문사회과학의 문화론 저술들과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3국 문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포괄적으로 비교하려는 비교문화론적 작업이었다.
일본을 집단주의로 보고, 중국과 한국을 관계주의로 규정하면서, 3국이 개인과 가족, 집단, 국가 층위별로 어떻게 같고 다른지, 역사적으로 3국간 문화교류와 영향까지 포착하면서 매우 종합적인 문화론을 보여주었다. 그가 제시한 논의들은 20세기 이후 등장한 수많은 문화론 작업을 망라하는 것이었다. 이 교수의 발표에 대해 사회학자인 정수복 작가와 서울대규장각 정준영 교수가 토론을 맡아주었다. 정수복은 퇴임 이후에 연구를 하지 않는 한국학계 관행과 달리 지속적으로 우리 사회의 문화를 연구하는 발표자의 예외적 학문실천을 상찬하되, 다만 백과사전적 논의를 넘어서서 자료들을 꿰는 이론적 줄기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정준영은 한국의 문화를 관계주의로 보는 것이 적절한지, 유교가 과연 한국현대문화의 핵심적인 형성요인인지, 오히려 정치적 위기의 결과로서 유교적 문화가 부각된 것은 아닌지 질문하였다. 한국문화의 특성을 파악하는 작업이 자칫하면 과학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스테레오타입과 문화적 편견을 생산하는 작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문화의 비교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핵심적 연구대상이다. 이번 발표에서 문화의 비교와 한국문화의 성격 파악의 연관성이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통의 컨센서스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