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다민족 다문화 상황이 아닌 단일민족 신화와 서사 속에서 살아온 한국에서 민족주의 담론과 연구에 비해 인종주의라는 담론 자체가 그동안은 어색한 것이었고 따라서 전면적으로 연구된 적도 없었다.
키노트 스피치를 맡은 라이스 대학의 소냐 량 교수는 인종주의가 국민국가 탄생과 더불어 형성되었다는 푸코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일본 근대 국가의 형성과 더불어 발생한 재일조선인에 대한 인종주의 이데올로기의 형성과정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종주의라는 시각에서 동아시아의 여러 민족과 사회집단의 갈등관계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족주의와 인종주의의 교차성을 보여준 이러한 주장은 서구사회에서 인구학적 인종분류와 다른 아시아의 인종주의, 그러나 그동안 민족주의로 포괄했던 경향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시각으로 보인다.
이후의 발표들은 주로 한국의 소수자에 대해 인종주의적 시각에서 고찰함으로써 과연 인종주의 시각으로 소수자의 문제를 볼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병역의무를 둘러싼 고아 사생아라는 분류하기의 실천들과 혼혈인에 대한 시선을 다루고, 미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상호 시선의 복잡한 교차에 대한 검토를 거쳐, 한국 미디어의 흑인과 외국인에 대한 시선 등을 다루었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아시아의 맥락에서 인종주의 개념의 재구성과 확장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방법론적 검토까지 나아가고자 했다. 이러한 여러 발표와 토론을 통해, 적어도 본 학술대회는 ‘아시아 인종주의’라는 새로운 연구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아젠다를 제기하는데 일정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