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출현은 지극히 정상적인 변화과정의 일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사드배치로 인한 반감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중국의 복잡다단한 심리가 표출되고 있습니다. 즉 중국 국력 증가에 수반되는 바뀐 자국 정체성과 세계관, 그 속에서 한국을 보고 있습니다.”
“한국이 미중 양국에게, 그들의 이익에서 비롯된 싸움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내고, 또 다수의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아시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더 나아가 팬데믹으로 인해 확인된 전지구적 연결성을 소중히 여기며 국제사회의 평화를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문제의 소재를 우리 내부에서 먼저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국이 홍색공급망, 중국제조 2025, 쌍순환 전략 등을 통해 산업과 기술을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이전의 대중국 무역구조, 투자구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가치사슬로 보면, 양국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 겹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대중국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가 한국이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동안 중국에 대해서 충분한 수출 목표를 달성했다고 봐야 합니다. 한국의 과제는 이 정도로 성숙하고 높은 비중을 가진 시장을 어떻게 앞으로도 유지해야 할지라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어떠한 중국을 기대하고,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차이나 리터러시’를 새롭게 재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화 속에서 성장해온 청년 세대가 갖는 복합적인 태도와 새로운 문화적 실천과 그 정동(affection)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연구될 필요가 있고, 청년 세대 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와 입장이 존재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일종의 세계사적인 ‘과도기 상황’ 속, 양자 관계뿐 아니라 더 나은 세계,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구상과 그 구체적인 실천에서 한중관계의 미래도 담보될 수 있습니다. “
좌장(이하 원) : 안녕하세요, 2022년 대한민국에서 중국 연구를 가장 활발하게 하시는 훌륭한 네 분과 함께 China Perspective의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대담을 시작하겠습니다. 과거 냉전 시기의 체제나 이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중 양국이 미래를 위해서 손 잡은 지 삼십 년, 근 한 세대가 흘렀습니다. 지나온 세월을 성찰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중 양국은 다층적이고 전방위적인 교류를 통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둬 왔습니다. 제가 찾아보니깐 한중 정상회담이 총 46차례에 걸쳐 진행됐더라고요. 이외에도 고위급 소통 채널이 가동돼왔고, 팬데믹이 오기 전까지 매년 1,000만 명에 달하는 민간 교류도 매우 활발하게 진행됐습니다. 한중관계에선 무엇보다도 경제, 산업 분야의 협력이 두드러져서 2021년에는 무역 규모가 3,0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나왔고요, 양국관계는 초기 선린우호 관계에서 출발하여 2008년 이후부터 높은 수준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략적”이라는 표현은 양자 차원을 넘어 지역이나 글로벌 이슈, 그리고 단기적 현안을 넘어서 장기적인 사안까지, 또 안보적 차원에서도 협력함을 의미하는 건데요. 양국 간 협력의 범위나 정도가 그만큼 넓고 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2022년 한중관계를 떠올리면 사실은 매우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데 우리 모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화 퇴조, 신냉전, 디커플링 등 최근 상황에 더해 미중 경쟁이 심화되고 수렁에 빠지면서 과거 순풍을 타고 돛을 올렸던 한중관계가 다시 냉전의 부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중국의 부상이 양국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고,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에 따라 한중관계에 한미동맹, 북핵문제, 한미일 협력, 공급망 재편 등이 양자관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긴장의 수위를 높이기도 합니다. 우선 오늘 좌담회의 1라운드에서는 한중관계 30년이라는 격동의 시기를 살펴보면서, 특히 중국의 부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0년대 이후에 한중 양국 간 상호 인식이 나빠지고 여러 구조적인 문제가 돌출되면서 양국관계가 빠르게 소진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네 분의 전문가들께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문을 여는 차원도 좋고, 총론적인 이야기를 해주실까요?
(서정경, 이하 서) 말씀하신 한중관계를 국제관계 변화의 두 가지 틀, 즉 구조적 요인의 관점과 행위자적 요인의 관점으로 나눠 살펴보면, 두 가지 관점이 다 한중관계가 과거에 비해 취약해졌다는 판단을 제공해줍니다. 구조적 요인을 먼저 살펴보면, 한중수교가 이뤄진 1990년대 초반은 소련의 해체 및 냉전의 종식 이후에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현저히 낮아졌던 시기였습니다. 국가 간 전격적 수교와 상호 개방이 가능했던 시기였죠. 이후 중국의 신속한 부상은 역내 지정학적 긴장감을 다시 급속히 팽창시켰고, 미중 패권 경쟁이 가시화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대립적 냉전 구도가 재형성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리면서 유럽이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경계심 및 견제심리를 과거에 비해 훨씬 직접적으로 표출하거든요, 미국-유럽 vs 중국-러시아 간 진영 대치 구도가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군사뿐 아니라 에너지, 식량, ICT 글로벌 공급망을 포함한 다양한 물질적 조건이 상호 대립 및 경색되면서 인간의 자유로운 교류와 상상을 제약하는 겁니다.
” 한중관계를 국제관계 변화의 두 가지 틀, 즉 구조적 요인의 관점과 행위자적 요인의 관점으로 나눠 살펴보면, 두 가지 관점이 다 한중관계가 과거에 비해 취약해졌다는 판단을 제공해줍니다. “
행위자 요인의 경우, 국가적 특성에 기인한 그 국가의 “인식”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면, 사실상, 한중은 수교 초기 서로 잘 알지 못하면서 그저 자국 관점에서 출발해 자기가 상상하는 상대를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도 큰 거라고 할까요, 분단국 한국은 한중수교가 남북관계 증진 및 한반도 평화통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지요. 수출 주도형 경제의 한국은 경제적으로 막대한 중국 시장을 확보할 것이란 기대감에 취했던 거구요. 하지만 여전히 강고히 지속되는 분단체제 및 미중 경쟁 구도 하 연평도 사태, 사드(THAAD) 사태가 발발했고, 군사ㆍ안보적으로 중국은 결국 북한 편이라는 실망감, 또 경제적으로도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문제라는 자각이 새로 생겨난데다, 거기에 사회/문화적으로 중국이 고구려사 등 한국의 전통 역사와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더해지며 중국에 대한 기대감이 전반적으로 다 깨지고 실망감, 더 나아가 일종의 반감까지 생겨난 겁니다.
(원) 트럼프 행정부 초기까지만 해도 미중 간 ‘패권경쟁’ 혹은 미중 간 ‘전략경쟁’이란 표현보다는 ‘경쟁과 협력’, ‘갈등과 협력의 중첩’,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습니다. 경제적 상호의존이 워낙 깊어서 미중 간에도 그러했지만 한중 양국 차원에서도 양국관계가 악화되리란 걸 예상하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현태, 이하 이) 수교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한중 협력 수준이 올라갔지만, 특히 경제 교류의 성과가 큽니다. 2021년 한중 무역액과 한국의 대중 투자액은 1992년 대비 각각 47배, 20배 성장하면서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 2대 투자대상국으로 성장했지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한국이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활용하여 최종재를 생산하여 세계에 수출하는 무역 구조와, 한국의 기술·자본이 중국의 노동력·토지와 결합하여 생산하는 상호 보완적인 투자 구조를 성공적으로 형성했기 때문입니다. 한중 경제교류의 전체 흐름을 협력 범위와 특징으로 나누어 보면, 도약기(1992∼2001), 성장기(2002∼2011)를 거쳐 전환기(2012∼2021)의 3단계 발전 단계를 거쳤습니다.
한중 경제교류의 전체 흐름을 협력 범위와 특징으로 나누어 보면, 도약기(1992∼2001), 성장기(2002∼2011)를 거쳐 전환기(2012∼2021)의 3단계 발전 단계를 거쳤습니다.
현재 한국의 대중 경제진출은 2010년대 중국의 성장전략 변화와 산업·무역 구조 고도화에 대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대중 제조업 경쟁력의 상실, 수출의 과도한 반도체 의존, 소비재 수출 부진, 필수 중간재의 대중 의존도 상승, 외부 요인에 따른 서비스 수출의 급변 등의 문제가 가중되었습니다. 직접 투자 측면에서도 전체 대중 투자액은 다소 증가하였으나 경쟁력이 강한 대기업의 몇몇 ICT 투자를 제외하고 많은 중소기업들이 중국 비즈니스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동남아 등지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교 30년을 맞는 지금, 미중 전략 경쟁, 코로나19, 탈탄소 등의 국제 환경 변화에 따라 중국이 쌍순환 전략과 내부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면서 대중 무역에 새로운 도전 요소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2020년대는 2010년대에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에 새로운 도전까지 더해지면서 대중 경제 교류의 ‘도전기’가 될 전망입니다.
(원) 방금 얘기하신 부분 관련 제가 질문을 드리자면, 일반적으로 이제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할 때 소비자 가격이 낮아져 혜택을 보는 선진국과는 다르게, 일반 개도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자국의 노동시장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고요, 미국 내에서도 미국 제조업의 쇠퇴를 불러온 장본인을 중국으로 얘기하지요. 실제로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할 때 ‘중국위협론’이 이미 90 년대부터 제기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지만수 박사님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의 시장이 될 때, 그래서 중국이 세계의 제품을 사줄 수 있을 때 “중국매력론”이 나올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이 탄생할 거라고 발언했는데요. 그런데 중국이 이제 세계의 시장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매력론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더욱 극심한 중국위협론이 나오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중국이 홍색공급망, 중국제조 2025, 쌍순환 전략 등을 통해 산업과 기술을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이전의 대중국 무역구조, 투자구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가치사슬로 보면, 양국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 겹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대중국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가 한국이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 말씀하신 것처럼, 중국이 세계의 공장을 하면서 일부 국가, 산업은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 전세계 의류 공급을 전담하다시피 하면서 동남아 공장 대다수가 문을 닫았습니다. 다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중국과 산업구조가 상호 보완적이라서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국의 위에 자리하며 중간재 수출을 한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홍색공급망, 중국제조 2025, 쌍순환 전략 등을 통해 산업과 기술을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이전의 대중국 무역구조, 투자구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가치사슬로 보면, 양국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 겹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대중국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가 한국이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입니다.
중국 매력론의 경우, 중국의 GDP가 미국의 70% 수준으로 올라왔고 조만간 미국을 추월할 거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소비재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당연히 증가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 잘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의 휴대폰이나 현대, 기아의 자동차가 그렇습니다.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한국의 대표상품들이 중국시장에선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이 또한 위에서 언급한 대중 경쟁력 유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중국 시장은 중간재든 소비재든 한국에게 갈수록 공략하기 어려운 추세입니다. 중국은 유엔이 분류한 모든 산업을 동시에 발전시키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서, 모든 산업과 기술 수준이 일정한 수준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방위적으로 자기완결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이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어진 겁니다. 이런 제조업 대국 중국이 G1이 되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을 형성한다고 해도 한국에게 얼마나 이득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조업을 동아시아에 넘겨주고 금융 등 서비스업에 집중한 미국과는 다릅니다.
(원) 한중수교 이후 중국 유학 초기 세대들이 중국으로 유학을 많이 갔고 현재 국내 중국학계의 상당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즉 양국 간에는 30년 동안 축적된 인문 교류가 존재해 왔고 정부 차원, 국가 차원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적지 않은 관계들을 형성해왔습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한중수교 30년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윤종석, 이하 윤) 한중수교 초기를 경험한 여러 선생님들과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중관계의 몇천년 역사에서 가장 좋았던 “황금기”는 수교 이후 20여 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냉전 이후 막혔던 한중 간의 교류가 세계화의 흐름에 맞춰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국도 그렇지만 중국 사회에서도 서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대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친밀한 관계를 맺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계기들 또한 많이 있었던 것 같고, 그 관계들이 지금까지도 많이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다만, 2010년을 전후로 젊은 세대에게 있어 중국 친구들을 사귀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중국 친구들이 우리 이야기에 크게 귀 기울여 듣지 않고 큰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면, 한중수교 초기 대륙을 경영하자는 등의 적극적인 담론이 어떻게 나왔을까도 싶고,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한국과 중국의 지난 몇천 년간 역사 속에서도 이런 담론이 나올 수 있었던 시기를 우리가 경험했다는 점이 굉장히 특이해 보이기도 합니다.
많이 지적된 것처럼, 교류가 확대되고 대면 접촉이 증가했다고 곧바로 한중간 우호적인 인식의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이한 10년 전에도 나왔던 말이기도 합니다. 물론, 2010~2015년 사이 한국 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이 증대했고 그 이후 다시 비우호적인 인식이 증가했던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시기 한국 사회의 중국에 대한 관심이 혹시 거품은 아니었을까 생각할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관심은 과거에 비해 크게 하락한 상태입니다.
가장 큰 과제는 한국 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매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중수교 이후 중국에 대한 관심은 중국 사회/문화에 대한 인문학적 관심뿐 아니라 실리적 차원의 경제적 관계 위주의 ‘중국 기회론’, 한반도 이슈 해결을 위한 정치외교적 차원의 ‘중국 활용론’ 등 다양하게 존재했지만, 과연 지금 한국 사회에서 어떠한 중국을 기대하고,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차이나 리터러시’를 새롭게 재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어떠한 중국을 기대하고,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차이나 리터러시’를 새롭게 재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 1992년 수교 이후 한 20여년 동안은 환율의 문제도 그렇고 경제, 기술적 격차도 있었고 중국에 있어서 한국의 위상은 매우 높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아마 5천년 역사 중에서 가장 황금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서정경 선생님 말씀처럼, 서로에 대한 첫 조우가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했다기 보다는 냉전 시대의 단절이란 부분을 정확히 받아들이지 못한 상황에서 서로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착각도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6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한중관계가 급격히 퇴조했다고 이야기들 많이 하지만, 어찌보면 시진핑의 등장이 한중관계 악화와 한국 내의 반중정서 고조에 일정한 영향을 준것 같습니다.
(양갑용, 이하 양) 한국과 중국은 수교 당시 여러 가지 문제를 들춰내지 않고 일단 양국관계를 개선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던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은 체제, 가치, 이념의 차이가 현저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교를 단행했고, 현저한 차이를 묻어둔 30년이 지난 지금, 양국 간 묻어두었던 차이가 서서히 드러나는 게 현재의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차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출현은 지극히 정상적인 변화과정의 일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부도 30년 정도 같이 살면 서로의 성격, 생각, 살아온 환경 등 차이로 그동안 묻어두었던 차이가 현실 생활에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지난 30년 한중관계를 들여다보면 우린 중국과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일종의 환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관계는 변하는 것이고, 변화는 당연하다는 인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걱정과 기우를 줄일 수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불편한 인식이 체제를 보는 시각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밑으로부터의 민주주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일사분란함을 중시하는 권위주의 체제, 지도자 중심으로 모이는 정치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교 초기에는 이러한 이질적 모습을 잘 인식하지 못하다가 관계가 지속되면서 차츰 드러나는 것입니다. 강력한 권력을 가진 당과 최고 지도자가 힘을 가지고 개혁개방을 추진했고 일정한 성과를 거둬서 현재 중국이 G2 지위로 올라섰습니다. 당국가체제에서 당의 적극성과 능동성이 개혁개방의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시각에서 보면 공산당은 이념적 색채가 매우 강한 정치체제입니다. 최고 지도자나 최고 권력, 당에 대한 비판이 한국에선 매우 자유로우나 중국은 그렇지 않지요. 우리의 전쟁 경험이 오버랩되어 중국공산당과 강력한 지도자의 출현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차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출현은 지극히 정상적인 변화과정의 일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원) 국가와 시민사회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강한 국가고 시민사회는 거의 없거나 약하지요. 한국은 87년 6월 항쟁부터 촛불혁명을 경험해온 강한 시민사회가 있고 국가 역시 강한 듯합니다. 그것이 K-방역에서 비교우위로 나타나기도 했는데요. 논의를 해보자면, 한국 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극우세력뿐만 아니라 진보세력 내에도 존재합니다. 중국의 현 체제를 사회주의나 권위주의로 칭하건, 혹은 국가자본주의로 칭하건 간에, 좌우를 막론하고 중국에 대한 비판적 여론들이 존재하고 있는 듯합니다. 관련해서 서선생께 질문드리면, 이런 현상들은 시진핑 시기 중국의 강대국화가 본격화되며 G2로 부상하고,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미국 내 우려들과도 관련된 것 같습니다. 국제여론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여론조작과 그런 의도에 따라서 반중 이미지가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측면도 있는 듯 합니다.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서) 중국과의 관계 속에서 미국이 불안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국제사회 여론 주도권 즉 담론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국제사회에서 보편화하려는 욕구가 생겨난거라 볼 수 있죠. 보수 세력 특히 네오콘들의 경우 “중국 악마화” 관점까지 간 측면도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변화가 트럼프 집권기뿐 아니라 동맹과의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바이든 시대 들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조금 다른 얘기지만 중국 자체의 변화가 중국과 타국과의 관계에 미친 부정적 영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의 공공외교 차원에서 왜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안 좋아졌을까를 이해하기 위해 인터넷 등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봤는데요, 아까 이현태 선생님이 한국 제품이 중국에서 잘 안 팔린다고 하셨는데, 중국이 성장하면서 국민들의 국가 정체성이나 자국에 대한 기대, 타자에 대한 인식들이 변화했음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바이두(百度)에 “한류(韓流)”를 치면 밑에 자동연관어가 뜨는데, “한류가 왜 미국에서 인기있지?”도 있지만, “왜 한류는 중국에서 외면되는가”가 뜹니다. 클릭해보니 특히 작년부터 그런 논의가 쏟아졌고 수백건이 검색됩니다. 쭉 읽어봤는데, 물론 블로거 수준에서 관점의 수준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결국 중국의 국력 신장에 따라 중국인들이 타자를 보는 관점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가령 이런거죠. “우리가 과거에 한국을 봤을 때는 한국이 선진적이고 세련되고 사회복지도 잘 된 나라로 보였고, 당시엔 우리가 그런게 필요했기에 한국을 잘 받아들였던 거야. 문화상품도 잘 만들고 아이돌들도 아름답게 선전하니까 한국을 아름답게 봤을 뿐이야. 그런데 이젠 필터가 깨졌어(濾鏡破了). 예전에는 너희 물건이 좋은 줄 알았는데 이제 우리 물건이 더 고품질인데 가격은 더 저렴해. 화장품도 안좋은건 중국에 팔고 좋은 건 서방에 팔지, 또 우리 문화를 너희 것이라 우기지” 이런 논조의 글들이 넘쳐나고, 단순히 사드배치로 인한 반감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심리가 표출되고 있었습니다. 즉 중국 국력 증가에 수반되는 바뀐 자국 정체성과 세계관, 그 속에서 한국을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드배치로 인한 반감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심리가 표출되고 있었습니다. 즉 중국 국력 증가에 수반되는 바뀐 자국 정체성과 세계관, 그 속에서 한국을 보고 있습니다.
(원) 대중(mass) 차원에서는 중국과 관련된 뉴스나 정보를 접하는 것은 레거시 미디어들일 거구요. SNS를 통해서 확산되기도 하는데, 대체적인 정보 소스가 미국을 통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학생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보면 학생들이 신문이나 SNS에서 중국 관련 뉴스에 있어 부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팩트에 기반한 것도 있지만 상당히 조작된 정보도 많이 들어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서선생님이 중국에서 한국의 위상과 제품에 대한 평가가 과거와 같지 않다고 하셨는데, 최근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한국이 3개월 이상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근 최상목 경제수석은 중국 수출시장은 끝났다라고 했습니다. 정재호 대사도 대중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한국의 바람직한 입장은 뭐라고 보십니까?
그동안 중국에 대해서 충분한 수출 목표를 달성했다고 봐야 합니다. 한국의 과제는 이 정도로 성숙하고 높은 비중을 가진 시장을 어떻게 앞으로도 유지해야 할지라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 최근 몇 달간 대중 무역 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는데, 상하이 봉쇄 등 일시적인 요인도 있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구조적인 대중 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사실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중 적자는 오래된 현상입니다. ‘반도체 착시’가 심각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두고 이런 상황을 ‘끝났다, 한계에 달했다’라고 표현하면 그 시장은 접어두고 다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의미로 강하게 다가옵니다. 그것보다는 ‘성숙했다’, ‘전환기다’라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대중 수출 비중 30%는 매우 높습니다. 더 올리기도 어렵고 바람직하다고도 볼 수 없지요. 그동안 중국에 대해서 충분한 수출 목표를 달성했다고 봐야 합니다. 한국의 과제는 이 정도로 성숙하고 높은 비중을 가진 시장을 어떻게 앞으로도 유지해야 할지라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투자면에서 보면, 미중 분쟁이 격화되면서 일부 대중 투자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올라간 것은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통과된 미국의 반도체 법에 따르면 미국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중국 내 추가적인 설비 투자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시장의 확대 개방 속에 대중 투자액은 매년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반도체, 배터리 등과 같은 미중 분쟁에 노출되어있는 부문에서의 리스크 대비와 중국 시장 확대에 수혜가 예상되는 부문에서의 적극적 투자 전략이 동시에 요구되는 국면입니다. 즉, 미중 디커플링과 견제가 심화될 전략적 부문에 대한 투자 제고 및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지만, 나머지 부문에서는 과도하게 대중 투자를 위축시킬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또한 무역 투자 등 경제교류에서의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이 물론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을 유지한 상태에서 +1 해야 합니다. 탈중국하면서 +1을 하자는 제로섬 게임으로 사고하면 안됩니다.
(원) 대중무역 적자에 대해 우린 흔히 부정적으로 봅니다. 그동안 중국으로부터 돈을 벌었는데 이제 중국으로 돈이 나간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을 하는데, 제가 최근에 본 자료에 의하면, 우리가 이제 중국으로 중간재를 팔 뿐만 아니라 또 거의 맞먹는 부분들이 중국으로부터 중간재로 수입되고, 이를 조립해 최종재를 만들어 내는 거 아닙니까? 결국은 우리가 수출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게 된다는 관점이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마치 적자가 계속되면 대중 경제관계가 마치 파탄 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가 가능할텐데요,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 그런 의미도 있지만, 제가 말씀드린 의미에서는 우리 기업들의 대중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산 중간재를 우리가 수입해서 제품을 만드는 현상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그 동안은 그 중간재를 국내 기업이 수행했던 것을 중국 기업이 대신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수입 기업으로서는 최적화된 선택이고 이를 통해 제품 경쟁력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지만, 중간재 기업으로서는 공급선을 상실하여 기업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겁니다. 장기적인 트렌드로 고착되면 중간재 위주의 한국 산업 전체에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원) 지금은 일부 반도체와 배터리를 제외하고는 우리가 중국에 비해 경쟁력을 갖는 영역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사실 이 문제는 장기화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관련해서 다른 이슈로 넘어가겠습니다. 사드(THAAD) 문제가 2016 년도에 불거진 이후 문재인 정부시기 다시 좀 가라앉은 거로 인식돼 왔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시 사드 문제가 현안으로 올라오고 있는데요. 결국 앞에 얘기했었던 ‘미중 전략 경쟁의 상황’과 ‘한반도의 분단’이라고 하는 구조가 결합되면서 이 문제가 다시 한중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그런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서) 사드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미중 전략경쟁의 특징을 짚어보겠습니다. 21세기 미중 간 패권 다툼은 과거 사례와 비교해 질적으로 다릅니다. 첫째, 규모면입니다. 중국 한 나라의 규모만도 과거 유럽을 제패한 로마제국(Pax Romana)보다 더 큽니다. 그런 중국과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 세계 오대양 육대주를 대상으로 패권체제를 확립한 미국 간의 세력 경쟁입니다. 거기에 유럽도 대중 견제 전선에 합류했습니다. 둘째, 복잡성입니다. 반도체 등 IT 첨단기술, 산업 공급망, 군사 영역뿐 아니라 서방과 비서방 문명, 자유민주 vs 권위주의 이데올로기 대립까지 한꺼번에 전개되는 상황이라 냉전시기 미소대립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셋째, 미중 양국은 과거 여느 패권국 경쟁과 달리 경제적으로 한 몸처럼 엮여있습니다. 현 공급망 시스템 속에선 맘에 안드는 상대의 목을 조를 수 있는 초크 포인트(choke point)가 있어서 미중 간 상호 높은 의존도는 서로를 치명상 입힐 무기로 작용할 수도 있고, 반면 서로와 결코 떨어질 수 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서로 디커플링 한다고는 하지만, 미국의 경우 대중 견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기업의 입장이 서로 충돌하기도 하구요. 이런 복합적인 특징을 다 잘 이해하고 한국의 대책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부분에서, 다수의 견해는 우리의 전략적 환경이 악화되었다는 겁니다. 저는 큰 틀에선 동의하되, 조금 다르게 보고 싶습니다. 미중관계가 경쟁적일 때 무조건 한국에게 불리하다라고 볼 수도 없고,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이런 이분법적 사고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국제관계 이론에서 강대국 파워니, 세력 경쟁을 많이 다루고 있지만, 강대국만큼 강한 국력과 큰 규모를 갖지 않은 국가 중에서도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상당한 국력을 갖춘 국가를 “pivotal state(중추국가)”라고 합니다. pivotal state가 도전국 편에 서면 기존 패권국에 큰 타격을 주고, 패권국 편에 편입되면 도전국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기 때문에, 도전국과 패권국은 그 나라에게 훨씬 더 많은 당근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브레진스키는 21세기 미국의 세계전략을 논하면서 한국을 여러 지정학적 중추 중 하나라고 칭한 바도 있고, 국내에서도 pivotal middle power(중추 중견국) 개념으로 논의된 바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은 전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고, 반도체와 ICT 등 4차산업 경쟁력도 강합니다. 미국은 비록 여전히 국제 질서를 만들어나갈 능력은 있지만, 과거 전성기에 비해 분명 쇠락하는 조짐들을 보이고 있으며, 동맹국 내지는 타국의 힘을 빌려야만 패권적 지위를 유지해나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이슈화되고 있는 Quad, 인도-태평양 전략, 칩4, 일대일로 등을 둘러싸고, 미국도 중국도 한국이 상대편에 설 경우 큰 타격을 받습니다. 미중 경쟁 속 선택의 압박, 곤경 등, 너무 부정적 어휘와 상황으로만 생각하다간 ‘자기 암시의 실현’이라는 늪에 빠질 수 있습니다. 마치 ‘잃어버린 30년’ 에 빠진 일본처럼요. 쉽지 않겠지만 미중 양국의 입장을 미리 읽고 국익 최대화를 위한 전략적 마인드로 임하는 것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가졌으면 합니다.
미중 경쟁 속 선택의 압박, 곤경 등,
너무 부정적 어휘와 상황으로만 생각하다간 ‘자기 암시의 실현’이라는 늪에 빠질 수 있습니다.
사드 관련해서는 앞으로 또 한중 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데, 중국에게 통(通)하는 논리를 잘 갖춰야 할 것입니다. 가령, 중국 일각에서는 사드사태를 1960년대 쿠바 미사일 위기에 비유하는데, 당시 미국은 쿠바를 압박하는 방식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소련과의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을 제기해야 합니다. 과거 “미제국주의(美帝)”와 “소련 수정주의(蘇修)”에 동시 저항하며, 약소국 입장을 대변했다던 중국이 오늘날 사드문제를 가지고 강대국 미국이 아닌 상대적 약소국 한국을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것은 불합리 하다는 입장을 개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중국도 한국에게 경제제재 해봤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컸다고 판단 하는 등, 사실상 고민이 많습니다.
(원) 우리 안에는 신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분단 구조 속에서 약소국으로서 외부 4강이란 강고한 힘 때문에 우린 늘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고, 그 속에서 일방을 선택할 때 편승이라고 하고, 양자 사이에 있을 때 균형이라고 하고, 또 헤징의 방식도 있겠지요. 그건 명청 교체기부터 구한말 시기를 거쳐 해방정국까지 보면, 그렇게 해석될 수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눈 떠 보니 선진국이란 말처럼 우리가 이제 G10 국가이고 군사, 경제, 문화적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국력, 국격, 국위는 과거와 같지 않습니다. 최근 중앙일보 한중수교 30주년 포럼에서 지만수 박사는 “한미 관계는 G1과 G5 관계로 봐야 하고, 한중관계도 G2와 G5로 봐야 한다. 왜 여전히 약소국의 의식에서 우리는 늘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존재로 생각하느냐, 우린 이걸 뚫고 제3의 완충지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는 주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자, 주제를 좀 바꿔볼까요? 과거 우리사회에서 중국 기회론, 중국 위협론, 중국 활용론 등 관점들이 시대를 지나면서 교차해왔는데, 끊임없이 중국붕괴론이 나옵니다. 소수의 목소리이긴 하지만, 권위주의 중국이 정치 체제면에서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 같고, 경제 측면에서도 미국발이긴 하지만 금융위기, 부동산위기 등으로 중국붕괴론의 근거가 제시되고 있는 듯 합니다.
(윤) 한국의 주류 엘리트 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진영론적이고, 어쩌면 ‘중국붕괴론’적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주류 엘리트들이 미중 경쟁을 보는 입장이 과연 중국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어 하는 쪽에 쏠려있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중국은 한국에 인접한 국가이자, 정치 경제 사회 거의 모든 측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국가 중 하나로서, 중국의 리스크를 당연히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서울대 정종호 선생님께서 “중국 붕괴론은 왜 매번 빗나가고 또 등장하는가”란 칼럼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유행처럼 등장하는 중국 붕괴론이 한국 사회에서 중국의 변화를 종합적,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방해하는 측면이 있단 점을 꼭 되짚어봐야 합니다. 중국 사회의 문제가 알려지면, “그래서 중국은 언제 망하는 거야?”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고, 어떤 분들은 “무슨 중국 주식을 사야 되는거야”라고 많이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양 편향 속에서 중국을 어떻게 보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중국 사회는 14억이 넘는 거대한 인구와 대륙 규모의 영토를 가졌고 사회주의 체제를 갖췄다는 점에서 상당한 복잡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쉽게 이해하기 힘든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이 한국 사회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일종의 번역과 해석을 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 사회의 문제가 알려지면, “그래서 중국은 언제 망하는 거야?”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고, 어떤 분들은 “무슨 중국 주식을 사야 되는거야”라고 많이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양 편향 속에서 중국을 어떻게 보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 전문가들의 설명은 일종의 ‘중국 특색론’이었죠. 중국은 우리와 다르니까 그럴 수 있다 정도로 대중에게 설명되었습니다. 지금은 그러한 이해와 인식의 폭과 일종의 여유가 줄어든 것 같습니다. 물론 클릭 수를 위해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주로 보도하는 언론의 문제도 크지만, 한국 사회의 점점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보다 많은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처럼 보입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과거 한국 사회의 관심이 기업의 진출과 취업 등 생산과 시장의 영역에 주된 관심이 쏠리면서 중국 진출과 개척 등 긍정적인 마인드였다면, 지금은 상대적으로 중국 정부와 기업의 영향력 증대에 따른 한국의 수세적, 방어적 입장에 더욱 쏠려있는 것 같습니다. 티벳, 위구르, 홍콩, 대만 등을 보면서 다음은 우리에게 향하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나, 사드 사태로 우리가 엄청 피해를 당했잖아라는 인식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전에 모 선생님께서 지적했듯이, 우리의 인식을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중국 정부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조를 바꾸지 않았지요. 그렇다면 중국 정부의 공세는 실패한 것이고 우리는 견뎌냈다고도 시각을 달리 볼 필요도 있습니다. 피해자라는 입장보다는 우리는 때로는 견뎌낼 수도 있고 우리 입장을 잘 세워봐야 한다는 보다 적극적인 모색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붕괴론을 평가해 보면, 여러가지 차이나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경제가 조만간 급락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국이 대략 2010년을 중심으로 10% 이하의 성장률을, 2015년을 기점으로 6%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점차 성장률이 낮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이는 국가 성장의 기본법칙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중국은 코로나 중에서도 주요 경제체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국가였습니다. 올해는 5.5%가 목표이나 상하이 봉쇄 등으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및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모두가 겪고 있는 경기 침체 문제이지 중국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유수의 예측기관들은 빠르면 2027년경, 늦어도 2030년대 말까지 중국이 미국을 GDP에서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동산 부채, 인구 고령화 등 많은 경제 문제가 있지만, 성장동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추락하는 경우는 거의 전쟁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보기 힘들 것입니다.
설령, 중국 경제가 ‘꼬라 박아서’ 앞으로 일본처럼 0%에 가까운 성장률을 장기적으로 기록한다고 해도, 그래도 여전히 1년에 14조 달러에 육박하는 G2 경제이고 한국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국가라는 사실에 변화는 없을 겁니다. 설령 낮은 확률로 중국경제가 장기 대침체를 겪더라도 여전히 대중 경제협력은 중요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중국발 리스크에 대비하는 노력은 필요하되 중국과의 경제협력의 가치를 낮게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원) 양갑용 선생님 말씀처럼, 이웃한 국가가 꼭 좋은 관계여야 하는건 아니겠죠. 좋아야 한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서정경 선생님 말씀처럼 구조적 요인, 행위자적 요인도 구체적 영향으로 나타나고 있고, 윤종석 선생님, 이현태 선생님 말씀처럼 중국의 붕괴 가능성이나 사드 보복의 피해나 에 대해서도 우리가 너무 과장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양) 한중관계가 상호의존에서 상호경쟁과 대립으로 진화하면서 차이나 리스크를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먼저 고민할 것은 우리의 대중국 산업 전반에 대한 업그레이드 방안입니다. 예컨대, 중국 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우리의 확실한 절대적 우위를 가진 뭔가가 필요합니다.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대비와 함께 문제의 소재를 우리 안에서 찾는 창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할까요, 어차피 중국과 관계는 상호보완에서 경쟁으로 가는 변화과정에 있고 이를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산업 현실을 외면하고 오히려 우리의 처지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차이나 리스크를 부추기는 아닌지 합리적으로 의심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중국 무역적자가 마치 중국과 관계된 문제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의 소재를 우리 내부에서 먼저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문제의 소재를 우리 내부에서 먼저 찾는것이 필요합니다. 수출 주도형 국가인 우리가 우리의 경쟁력이 높지 않고 리스크가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절대적인 기술적 우위나 문화적 우월성을 갖춘 상품이나 콘텐츠의 개발이 중국과 세계의 도전을 극복하고 우리 산업의 우위를 점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다시 각인해야 합니다. 이는 일의 선후관계를 명확히 하자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사드배치를 둘러싸고 중국과 한국은 격렬한 갈등을 겪었고 지금도 그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한령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한편 중국이 왜 그토록 사드 배치에 대해서 반발했는지도 깊이 있게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의 행태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우리의 기대가 반영된 평가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의 취약성을 덮기 위한 목적으로 기대가 반영된 평가라면 객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의 속성부터 정교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이 중국도 다시보고 우리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원) 2라운드에서는 제가 각 선생님들한테 질문을 한가지씩 드리겠습니다. 한중 관계에 있어서 유독 좋았던 부분이 경제산업 경제 무역 부분이었는데, 이제 적신호가 좀 켜진 것 같습니다. 향후 우리의 대중 경제 무역은 어떤 방향으로 또 어떻게 해나가야 될 것인지 굉장히 어려운 주제이긴 한데요. 이현태 선생님 견해를 부탁합니다.
(이) 2010년대 이후 한국과 중국은 무역투자 면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협력적 경쟁 관계로 변했습니다. 중국의 산업, 기업이 업그레이드되면서 한중은 반도체, 2차 전지, 디스플레이 등 서로 ICT 첨단 중간재 부문에서 무역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한국은 중국의 경쟁력 강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게 할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 관련한 한중의 미래 협력은 양국이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미래 첨단 산업과 시대적 요청에 따른 분야가 될 것입니다. 상기한 ICT 외에 AI, 빅데이터, 디지털, 바이오 등과 탈탄소(청정에너지), 기후변화 대응 등과 관련된 제조 부문입니다. 또한 중국의 GDP가 증가하면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서비스 분야의 협력 또한 가능성이 큽니다. 건강관리, 미용 등 생활형 서비스와 의료, 연구개발, 기술컨설팅 등 전문형 서비스에 기대를 걸어봐야 합니다.
제조업 관련한 한중의 미래 협력은 양국이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미래 첨단 산업과 시대적 요청에 따른 분야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정치적 요인이 대중 경제교류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한중FTA 업그레이드와 RCEP 공고화를 위해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IPEF 등 새롭게 등장하는 글로벌통상기구에 적극 참여하면서 이들이 특정국 배제가 아닌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新무역질서를 위한 협의체로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대중 경제 협력 발전과 안정을 위해 노력을 계속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中國+多’전략도 필수입니다.
(원) 한반도 문제에 관한 중국의 긍정적 역할에 관한 질문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비핵화, 그리고 대화와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이 중국의 한반도 정책입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 이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북미관계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침체 악화되는 과정을 통해서 현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기대가 거의 좌절상태에 빠져있는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 안정에 대한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이 또 제기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서정경 선생님 어떻게 보십니까?
(서) 저는 한반도 이슈 관련, 중국과 협력하되 너무 큰 기대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말씀하셨듯이, 중국의 일관된 한반도 삼대 정책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입니다. 그 외에도 남북간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지한다 등이 있지만 핵심은 두 가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비핵화’입니다. 이 두가지 중 중국의 우선순위는 사실 시기마다,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조정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미중간 전략적 경쟁 구도가 향후 장기간 지속될 이 시점에서는 중국이 비핵화를 위해, 쉽게 말해서 핵을 갖고 도발하고 모험주의를 시도하는 북한을 억제할 전략적 동기가 상당히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비해 한반도 무력분쟁이나 전쟁 발발을 막는 것은 우리뿐 아니라 중국 입장에서도 반드시 이뤄야 할 핵심사안입니다. 중국은 대만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무력분쟁을 벌이는 것도 정말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데, 한반도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즉 우리가 목을 메지 않아도 중국은 한반도에 무력분쟁이 발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겁니다. 다만 비핵화 측면은 다릅니다. 미국과의 경쟁구도 심화 속에서 핵을 가졌지만 중국을 추종하고 지지하는 북한이 중국에게는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우리가 아무리 기대하고 요청해도, 북한의 핵을 억제하려는 중국의 적극성은 떨어질 겁니다.
평창 올림픽 계기로 근 2년간 급진전의 시기를 겪었는데, 왜 북한이 김여정을 한국으로 보내고 태도가 변했을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제 결론은 결국 미국과 중국의 힘인데 결국은 미국이 관건이었습니다. 오바마 시기 ‘전략적 인내’ 노선이 트럼프의 ‘최대한의 압박’으로 바뀌고, 중국의 동참을 끌어내고자 미국이 중국에게 상당한 압박을 가했고, 중국도 북한으로 인한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소위 “책임 있는 강대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우회하고자 실제로 효과적인 대북 제재에 나선겁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전세계 패권국인 미국, 자신의 목숨줄과 같은 중국이 동시에 압박하고 제재하는 상황을 배겨낼 수 없었던거죠. 저는 앞으로 비핵화를 위해 한국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크게 기대하는 것보다, 북미관계 차원에 더욱 집중해서, 한국이 북미 간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할지 등, 한미관계나 남북관계에 더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관련해서 저는 한국이 4강 외교에만 머물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미중경쟁으로 인한 압박을 공통적으로 받고 있는데 이러한 개도국, 중견국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동아시아가 미중 갈등으로 인한 화약고가 되는 개연성을 함께 연대하여 차단하고, 아시아 자체 발전의 흐름을 담보해 낸다면,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밝은 미래를 위해서도 유용한 대외 환경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앞으로 비핵화를 위해 한국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크게 기대하는 것보다, 북미관계 차원에 더욱 집중해서, 한국이 북미 간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할지 등, 한미관계나 남북관계에 더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원) 네, 그리 되면 굉장히 좋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개되는 방향은 미일한 vs 중러북의 신냉전 구도인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최근에 중러 간 군사훈련에 북한을 초대한 것으로 제가 알고 있는데, 어쨌든 이런 부분들을 이제 한중 양국 관계뿐 아니라 서정경 선생님 말씀하신 바와 같이 삼자간, 그리고 다자간 구도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한중일도 좋고, 한미, 한미일, 한중일, 더 나아가 한중러 이런 형태로 복합적인 삼자와 다자관계를 통해 신냉전 구도 출현을 방지하고 억제하는게 중요한 듯 합니다. 다음 질문은 양갑용 선생님께 드립니다. 이제 10월이 되면 많이 바빠지실 텐데요. 20차 당대회나 중국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이슈는 이미 글로벌 이슈일뿐 아니라 한중 관계에도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양) 2016년 이후 중국공산당 내부 움직임에 대한 자료나 정보가 더이상 외부로 발설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끝났는데 관련 정보나 자료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재 중국 내부의 움직임이 베일에 쌓여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반기 20차 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그 구체적인 윤곽은 두 달 전 개최하는 정치국 회의에서 결정합니다. 만약 10월에 당대회가 열리면 8월 정치국 회의에서 관련 내용이 공개되고, 11월에 열린다면 9월 정치국 회의에서 관련 일정 등을 발표할 겁니다.
당대회를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지도부 구성 변화가 어떻게 될 것인가이고, 다음으로 바뀐 지도부 구성에 따라 중국의 대내외 정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인가 입니다. ‘공동부유’라든가 ‘중국식 현대화’ 등이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대회가 임박했지만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은 여전히 유동적입니다. 중화권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3연임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7월 12일자 홍콩 명보(明報) 분석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이 공식 지위를 맡지 않고 물러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가령, 명보의 경우 시진핑 주석이 ‘핵심’, ‘영수’, ‘군통수권자’ 등 세 가지 지위를 갖게 되면 공식 직위를 갖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덩샤오핑처럼 인사와 정책의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면 공식 지위를 갖지 않더라도 중국을 통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중관계 관련해서는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하더라도 정책적으로 단기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집권 연장에 따른 사회적 명분을 만들어야 하는 차원에서 오히려 정당성 공고화 차원에서 당원과 국민을 상대로 하는 국내정치 강화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한중관계 관련해서는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하더라도 정책적으로 단기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12월 톈진에서 있었던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정치국 위원 간 회담에서 나왔던 양제츠의 발언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양제츠는 중국과 한국은 양자, 역내, 글로벌 차원에서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칩4 예비회담에 참여를 밝힌 한국에게 ‘역할’을 기대한다는 발언 역시 파트너로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반영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부합하는 중국의 인식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주변국 외교에서 한국은 더욱 중시될 것이고, 우리 역시 외교적 공간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원) 본 라운드는 두가지 핵심 주제에 대한 네분의 자유로운 토론 시간입니다. 첫 번째 주제는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와 한국의 스탠스”입니다. 편승이냐, 균형이냐, 헷징이냐 하는 문제를 뛰어넘는 차원에서 여러 선생님들의 의견을 전공 영역에 상관없이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먼저 윤선생님께 부탁 드립니다.
(윤) 제 견해에는 학문의 특성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사회학을 하는 입장에서는 국가의 관점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르니까요. 미중 경쟁과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 접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체제의 패권을 갖고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가려면 지금 존재하는 세계사적 과제를 많은 부분 해결해야되고 혁신이 필요하며 전 세계 국가와 인민들로부터 많은 동의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 현재 세계체제의 변동, 세계사적인 과도기란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누가 이길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체제의 과도기란 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이긴다고 해서 미국 주도의 질서가 그대로 간다거나, 중국이 이긴다고 해서 중국적 질서가 세계로 확대된다는 두 가지 견해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세계체제의 패권을 갖고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가려면 지금 존재하는 세계사적 과제를 많은 부분 해결해야되고 혁신이 필요하며 전 세계 국가와 인민들로부터 많은 동의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미국과 중국 모두 상당히 미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데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그러한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을 때, 한국은 구조와 국면, 정세에 따라서 시시각각 다르게 판단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 글로벌 세계체제의 변동이 높은 불확실성을 가지면서 진행된다고 할 때, 현재 존재하는 국가와 영토 수준을 넘어 국내적, 지역적, 글로벌 차원의 변동이 중첩되어 작동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 국내, 지역적, 글로벌 차원에서 한국과 중국,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의 인민들이 유대를 높이고 보다 유기적 연대를 갖춰가면서 글로벌 시민사회운동의 흐름으로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데 기여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보입니다.
(원) 큰 이야기기도 하지만 매우 참신하네요. 흔히 미중 전략 경쟁을 이야기할 때 정치학이나 국제 경제 쪽에서 논의들은 많이 해왔고, 어찌보면 자본의 관점에서 혹은 국가의 관점에서 세계체제의 변동, 세계질서의 변동을 논하기도 하지만, 사실 매우 중요한 부분이 글로벌 시민사회라고 하는, 글로벌 시민사회들이 새로운 아젠다를 셋팅하고 어젠다 파워를 갖고 자본과 국가의 영역으로 침투해 들어가면서 글로벌 세계체제, 세계질서의 새로운 방향을 트는 역할을 하는 것도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 미중 전략적 경쟁을 체제경쟁으로도 보는 사람들이 있는 듯 한데 사실 경제적 관점에서는 결코 원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프리드먼이 이야기한바처럼 평평한 세계가 제일 좋거든요. 서정경 선생님이 말씀하신 바처럼, 전략적 경쟁이 지속될 것이란게 컨센서스인듯 합니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한국에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애초에 중국의 부상 이후 한국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중국 시장, 세계 시장에서 어려운 졌는데, 거기에 미중 경쟁으로 인해 자유로운 투자와 무역이 방해받는 상황까지 더해졌다는 겁니다.
IPEF나 칩4에 들어가는게 한국 국익, 한국 기업에 좋으냐 나쁘냐로 봐야지, 미국 편이나 중국 편이냐의 구도로 보면 안 됩니다. IPEF는 신통상 이슈인 디지털, 탈탄소, 공급망, 조세(반부패) 등에 대한 새로운 규범을 제정하려는 겁니다. 21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무역, 투자 영역과 불거진 문제들은 기존 무역협정 내에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IPEF 등 새로운 통상질서를 추진하고자 하는 다자협의체에 적극적으로 들어가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칩4는 반도체 산업만의 교류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반도체 4강 국가(80% 차지)들의 모임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분업구조를 고려할 때 가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1) 기술지원, 첨단인력교류, 반도체 산업 규범 제정 등에서 소외되면서 한국의 경쟁력이 상실될 수 있고, (2) 반도체 생산 공급망 유지의 불안정성이 높아집니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IPEF나 칩4에 들어가는게 한국 국익, 한국 기업에 좋으냐 나쁘냐로 봐야지, 미국 편이나 중국 편이냐의 구도로 보면 안 됩니다.
한국의 참여에 대한 중국의 부정적인 시각이 있고 보복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지만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중국을 설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칩4 중 그나마 중국에 호의적인 국가가 어디냐? 한국이다. 한국이 칩4나 IPEF 등에서 개방성, 포용성, 자유무역의 입장에서 중국을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쳐야 합니다. 즉, 한국은 이들 협의체에서 다자주의, 자유무역, 개방성을 옹호할 것이며 이는 중국에도 이로울 것이라는 입장을 적극 개진해야 합니다. 또한 양자는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미래가 어찌될지 모릅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EPN, 블루닷 네트워크처럼 잠시 논의되었다가 이후 약화되거나 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른 참여국들과 보조를 맞추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신중한 전략도 필요합니다.
(원) 우리가 미중 가운데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빠진 상황에 안보보다는 경제적 이유가 더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IPEF나 칩4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기되었는데 이것이 지속가능한지도 봐야 할 듯하고요.
(양)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현태 선생님의 견해에 동의합니다. 마치 몸이 어디가 아플지 모르니 관련 보험 상품에 다 가입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죠. 왜 보험에 가입하려는지 목적과 가입의 원칙만 정하면 됩니다. 최근 칩4 예비회담 참여 결정은 중국을 배제하거나 중국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메시지를 먼저 발신하고 이루어졌습니다. 중국도 한국의 참여를 막을 수 없다면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걸 기대하고 있고,
<환구시보> 사설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이 부분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사안별로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한국의 참여를 받아들이고 ‘역할’을 기대한 것은 한국의 전략적 효용성이 증대했다는 방증입니다.
신냉전, 반세계화 등 여러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전략공간은 많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보듯 한국은 일방적인 편승 논리보다는 적절한 원칙과 중심을 먼저 잡고 상호 배척이나 타국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사이에서 사안별로 전략공간을 넓혀가는 우리의 유연한 외교가 필요합니다. 한중수교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그리고 주동적으로 냉전 질서 해체라는 변화의 중심에 뛰어들어 판을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지금도 신냉전, 반세계화 등 여러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전략공간은 많이 있습니다.
(원) 정리하는 입장에서 서선생님이 간략하게 발언해주시죠.
(서) 우리가 과거보다 훨씬 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의 이익을 위해 칩4 등에 적극 참여하는 게 맞고, 중국의 압박에 너무 위축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중국과의 윈윈관계를 지향해 나가야 한다고 요약해 말해야겠지요. 아울러 4강외교에만 국한돼있던 외교적 시야를 넓혀서 국제무대에서 더욱 주동적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덧붙이자면 윤석렬 정부에서 연내에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할텐데, 미국과 일본의 입장을 추종적으로 따라가는데 그치지말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많은 나라들의 어려움을 커버하는 리더의 역할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한국이 미중 양국에게, 그들의 이익에서 비롯된 싸움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내고, 또 다수의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아시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더 나아가 팬데믹으로 인해 확인된 전지구적 연결성을 소중히 여기며 국제사회의 평화를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이 미중 양국에게, 그들의 이익에서 비롯된 싸움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내고, 또 다수의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아시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더 나아가 팬데믹으로 인해 확인된 전지구적 연결성을 소중히 여기며 국제사회의 평화를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원) 이제 마지막 주제입니다. 한중 관계에서 우리가 30년을 지내오면서 지금 느끼는 어떤 그 불안감 도전, 즉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반중 혹은 혐중정서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 작년에 이와 관련해 현대중국학회에서도 반중 정서 이슈만을 다룬 추계 학술회의가 열렸고, 언론에서도 상당히 주목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저는 사실 이런 반중 정서 문제가 일시적인 현상일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유지가 될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지만, 이것이 한국의 중국학계의 생태계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중국과 관련한 얘기를 잘 하지 않죠. 학과 결정시 중국 관련 이야기가 소외되는 상황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광화문의 태극기 부대같은 일부 극우 세력들의 준동에 불과했던 것이 지금 널리 퍼져있는 이 상황들은 향후 한중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된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고 풀기도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것 같습니다. 특히 MZ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의 반중, 혐중정서는 우리 사회 반중정서의 하나의 특징이기도 한데요. 해결의 관점에서 여러분들이 자유롭게 논의를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윤) 최근 한국 사회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 증대는 전세계적인 인식변화와도 유사한 흐름을 보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인식은 2000년대 초반 가장 우호적이었던 시선이 20년만에 가장 비우호적인 시선으로 크게 변화해왔습니다. 다만, 좀 더 세부적으로 보자면 한국 사회의 인식은 다소 다른 바가 있습니다. 2010년대 전반기 한국 사회는 유럽 및 미국 사회와 달리 중국에 대해 높은 호감도를 보였으나, 사드 사태를 거치면서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다만 한국 사회는 중국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일본, 러시아 등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반중정서가 고착됐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표출하는 젊은 세대의 상당수는 사건에 따라 반응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그들이 중국 전체를 부정하고 거부한다고 볼 근거를 발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한국 사회의 반중, 혐중에 대해서 현재 나와있는 자료를 통해 여러 가설을 제시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반중정서가 고착됐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가장 핵심적으로는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 등으로 촉발된 바가 크지만, 그동안 누적되어왔던 바가 함께 작용한 것 같습니다. 2021년 <시사인>의 반중 정서에 대한 기획 기사는 사드보복(한한령 등)뿐만 아니라 한중 역사/문화갈등(동북공정 등)과 더불어 황사, 미세먼지 문제,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불법조업 등 경제수역 문제 등 한중 양자관계 이슈, 중국 정부의 티베트, 위구르족에 대한 대응, 홍콩 민주화 운동, 양안관계, 미국-중국 무역전쟁 등 중국과 관련된 글로벌 이슈들 또한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줍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의 반중정서는 막연한 것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피해경험으로 구성되며, 미세먼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한한령 등 실질적 피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지적은 곱씹어볼 만합니다.
어쩌면 요즘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을 공부하는 소수의 학생들은 이후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 사실 우리는 일본과도 감정적으로 사이가 좋았던 때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오랜기간 한국의 주요 경제교류 대상국이었죠. 이처럼 아무리 중국이 감정적으로 싫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겐 30%의 무역 대상국이고 관련된 기업들과 사람들이 수십만, 수백만명이 될 겁니다. 장사 앞에는 감정이 아니라 이익만 있을 뿐이죠. 중국이 싫다고 중국과 경제협력 안한다, 줄인다? 빵집 주인이 마음에 안드는 동네 사람한테는 빵을 안 팝니까? (웃음) 앞으로도 중국과의 경제교류는 매우 중요한 채로 계속 남을 거고, 이를 위한 인재 양성은 계속 필요합니다. 어쩌면 요즘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을 공부하는 소수의 학생들은 이후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윤) 분명 한국 청년 세대의 인식이 기성 세대에 비해서 중국에 대해 더욱 부정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한국 사회, 특히 청년들의 ‘반중 정서가 현저하지만 중국 전체를 다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사인》의 보도 또한, 한국 사회가 중국에 대해 갖는 부정적 인식이 중국공산당(81.1%), 중국 제품(60.8%), 중국 기업(57.1%) 등 정치·경제적인 차원에서 높아졌지만, 중국 영화·드라마(26.0%), 중국 음식(22.8%), 중국 문화유산(20.9%) 등 문화적 차원까지 높아진 것은 아니란 점을 보여줍니다.
물론, 김치, 한복 등 온라인 상에서 벌어진 ‘문화 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한국의 청년 네티즌 입장에서 ‘중국 네티즌’은 불쾌감을 일으키는 존재로 표현되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중국의 부상’을 목격해온 한국 청년에게 이미 강대국이 된 ‘중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긴것과 더불어, 이미 선진국이 된 한국인의 입장에서 국내적·세계적 차원에서 중국과 대등한 관계를 모색하면서 이를 정상화하고자 하는 요구로도 볼 수 있습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중국의 부상’을 목격해온 한국 청년에게 이미 강대국이 된 ‘중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긴것과 더불어, 이미 선진국이 된 한국인의 입장에서 국내적·세계적 차원에서 중국과 대등한 관계를 모색하면서 이를 정상화하고자 하는 요구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청년들의 반중 정서 등 일종의 포퓰리즘적 행동은 어쩌면 기성세대의 학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바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보다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 청년들의 정서는 과거 반일, 반미로 표출되었던 ‘민족주의/국가주의’적인 기성세대의 이해와는 달리, 국가에 대한 생각과 애국심의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즉, 청년 세대는 보다 개체화되고 자기 중심적이며,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참여동기는 주로 개인의 상황에서 비롯되는, 보다 자발적인 흐름이 보입니다. 즉, 중국과의 ‘문화전쟁’에 뛰어드는 한국 청년의 상당수는 ‘중국’ 그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중국의 부상’ 이후 타국에 문화 침략을 감행하는데 대응하여 우리 것을 지키는 것이 애국이자, 자기 자신을 지키는 길이란 인식이 보다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조사(2020.8.11.)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청년 세대의 과반수 이상은 이미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인식하고, 한국의 대중문화가 해외의 인정을 받을 때 문화적 ‘자부심’을 느끼며 실질적인 성과 기반의 ‘자부심’에 바탕을 둔 애국심이 기성 세대에 비해 높습니다. 또한, 과거의 애국심이 “당위적, 숭고함, 엄숙함, 개인의 희생”에 기반한다면, 현재는 “독특한, 즐길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와닿는” 측면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완전히 다른 트렌드를 보여줍니다. 현재 한국의 청년 세대는 비록 사회경제적 현실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지만, 한국 사회가 보다 ‘다양성’이 존중된 사회이자, ‘선진국’에 걸맞는 국가의 역할을 요구하면서 사회적 참여에도 활발히 참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과거 ‘헬조선’ 담론과는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 이 주제에 관심 갖고 윤선생님과 함께 연구하고 있는데요, 특히 중국 젊은 세대의 강렬한 민족주의/애국주의가 과거 근대 시기 우리가 겪었던 타자에 대한 배제와 분쟁의 방식으로 국제사회에 분출될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의 네티즌과 한국의 젊은 세대들 간에 최근 김치, 한복 등 전통문화를 둘러싼 충돌을 아실텐데요, 국내 일각에서는 중국 청년 즉 소분홍(小粉紅) 현상을 과거 모택동 시기의 홍위병에 비유하기도 하고, 매우 부정적 시각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 최근 제가 재밌게 본 책 중 하나가 류하이롱 인민대 교수의 <아이돌이 된 국가>입니다. 그 책에서 이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했는데, 결론은 애국적인 중국 청년들이 국가에 대해 완전히 세뇌된 상태라 볼 수는 없고, 그들의 그런 비정기적이고 폭발적인 집결과 확장은 그들 세대만의 문화 속 일종의 유희적 성향과 문화적 코드의 발현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펠로시 미하원의장의 대만방문 직후 과거 쯔위사태시 발발했던 디바출정(Diva Expedition)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하지도 않았구요. 여러가지를 종합해보면, 지금의 청년들의 분노와 외침이 대외적 공세적 움직임으로 실제 전이될 가능성이 아직까진 그리 크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저는 그런 중국 청년들의 그런 문화와 새로운 움직임조차도 관방에 의해 새로운 통치자산으로 흡수되고 동원되는 부분도 있다고 보는데요, 한국 사회가 너무 과도하게 한쪽만 보는건 지양해야 할것 같습니다.
지금의 청년들의 분노와 외침이 대외적 공세적 움직임으로 실제 전이될 가능성이 아직까진 그리 크지 않다고 봅니다.
(윤) 맞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에서 애국주의/민족주의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의 ‘낡은 애국주의/민족주의’적 틀을 반복하게 될 것인지는 보다 진지하게 탐구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화 속에서 성장해온 청년 세대가 갖는 복합적인 태도와 새로운 문화적 실천과 그 정동(affection)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연구될 필요가 있고, 청년 세대 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와 입장이 존재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중국의 청년 세대, 네티즌들을 ‘악마화’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비교되고 참조해볼 수 있는 연구와 언론 보도, 각종 실천 등이 필요해보입니다.
세계화 속에서 성장해온 청년 세대가 갖는 복합적인 태도와 새로운 문화적 실천과 그 정동(affection)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연구될 필요가 있고, 청년 세대 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와 입장이 존재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어쩌면 한국 청년세대의 민족주의 담론은 2세대를 넘어 3세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올림픽을 보면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 보내는 격려는 과거 메달지상주의에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죄스러워 하던 바와는 달라진 바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코스모폴리타니즘(세계시민주의)과 애국주의/민족주의가 묘하게 결합된 바가 있습니다. 중국 사회 또한 비슷한 면모가 많이 있습니다. 어쩌면 한국 사회보다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이 존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고, 그런 점에서 우리는 앞서 양갑용 선생님이 지적하신 바처럼, 미디어를 통해 일부의 목소리만 과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민족주의/애국주의가 우려스러운 바도 사실입니다. 국가와 언론에 의해 자극되고 동원되는 일종의 관제 민족주의가 아닌, 서로에 대한 부정과 혐오로 이어져 양국간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다만, 다시 강조하자면, 청년 세대의 이해와 감정에 대한 많은 소통과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공동 모색해야 할 필요가 절실합니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100년 현대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중국에서는 해방 이후 한국 발전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중국에서 왜 중국공산당이 중시되고, 한국에서 왜 한미동맹이 중시되는지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양) 양자관계가 긴밀해질수록 단점이 더 드러나 보이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관계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합니다.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가져가야 된다는 것은 일종의 신화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계 변화에 대해서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고, 변화에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 악화 현상을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상대를 좀더 폭넓게 이해하기 위한 상호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령, 한국에서는 중국의 100년 현대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중국에서는 해방 이후 한국 발전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중국에서 왜 중국공산당이 중시되고, 한국에서 왜 한미동맹이 중시되는지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공공외교도 더욱 내실있고 밀도있게 추진해야 합니다. 공공외교란 상대국 국민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고도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일인데, 자국내 체류 또는 거주하는 상대국 국민들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중국내 거주하는 한국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한국은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더욱 기울여야 합니다.이들이 양국 메신저로서 긍정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끝으로 양국 사회를 들여다보는 ‘창’이자 메신저로서 언론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특히 주류 언론의 사회적 책임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SNS 발달은 개인의 사적 공간을 확장했죠. 그러나 사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사로운 논의, 시각과 관점이 주요 언론을 통해서 공적인 영역으로 넘어가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통해서 이 부분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서) 중국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한국 관방의 공공외교의 방향성이 정말 중요합니다. 분명, BTS나 아이돌 등 한류가 한국의 대외적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했고 중국의 젊은 세대들도 상당히 좋아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국의 대중 공공외교가 한류나 문화콘텐츠 위주로만 나가면 그 효과가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의 공공외교는 문화 공공외교, 지식 공공외교, 정책 공공외교로 나뉘어져있는데 이 중에서 지식 공공외교가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설된 한국 사회 강의를 했었는데 그때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학생들이 레포트를 냈는데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똑 같은 경우가 많았거든요. 중국어 기반 수업이라 과제시 중국 인터넷을 서치해도 된다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한국은 중학교 때부터 중국 역사도 배우고 오랜 역사속에서 한중 교류사를 배우고 중국을 이해하는데 비해, 중국 전국에서 통용되는 정규 교육과정 (국정교과서)에는 한반도 역사나 정치 관련 내용이 편제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국제사회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한국은 중국인들이 새로 인식한 수 많은 국가들 중 하나였지요.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사랑이 뭐길래’ 등 드라마를 통해 비로소 관심을 갖게 된 국가였으며, 이후 주로 연예계 또는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치중된 한국 관련 정보를 미디어를 통해 단편적으로 접했을 뿐,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한국을 제대로 이해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공교육을 통해 한반도 역사와 한국에 대한 체계적 지식을 쌓지 못한 중국인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한국에 대하여 궁금할때 주로 인터넷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바이두(百度)’에서 ‘중국과 한반도의 관계사’ 또는 한국에 대한 내용을 검색하면 매우 천편 일률적인 내용만 나옵니다. 중국과 한반도 관계는 주로 사대(事大), 조공(朝貢), 종번(宗藩) 등 ‘주종관계’로만 나오거든요. 이렇게 국소적이고 제한된 역사관을 가진 중국인들의 눈에는 한국이 동등한 존재로 보이기 어려울 수 있고, 한국이 문화 컨텐츠를 가지고 세계적 영향력을 담보해 나가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안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중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높을수록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로도 뒷받침됩니다. 따라서 한국의 대 중국 공공외교는 중국사회 특히 젊은 층에게 한국에 대한 객관적이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상당히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대 중국 공공외교는 중국사회 특히 젊은 층에게 한국에 대한 객관적이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상당히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의 힘을 믿고 한층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동적인 힘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양국 관계 개선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 무엇보다도 비호감과 적대감, 혐오감 등으로 물들어있는 양국 국민의 마음을 순화하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그동안 체제, 이념, 가치가 다른 두 나라가 오히려 30년을 잘 지내온 것에 대해서 서로 자긍심을 가지고 칭찬해줘야 합니다. 또한 정치/경제, 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더라도 이것이 양국 관계 파국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신뢰의 근육을 두텁게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문화의 힘을 믿고 한층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동적인 힘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양국 관계 개선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국민들에게 ‘스며드는’ 우리 문화의 창의성과 우수성이 관계 개선의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도 더욱 정비해야 합니다.
(이) 저는 최대한의 호의를 갖고 찾아온 유학생들이 실망하고 오히려 반중, 반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한중 민간교류 활성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화려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보다는 우리나라, 우리학교에 찾아온 학생들부터 귀하게 여긴다는 기본적인 생각에서 출발해야 할 겁니다. 지자체, 기업들과 협력하여 대학과 지역사회 내에 유학생 교류 프로그램, 장학금 지원사업, 지역탐방 프로그램 등등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학생들의 유학생활 관련 플랫폼 구축을 지원할 필요도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관료적으로 위에서 세팅해서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형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업 초기부터 주도적으로 역량을 발휘하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바람직합니다. 요즘 학생들, 기회가 있으면 정말 알아서 잘합니다. 자율성을 주는 지원 방식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화려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보다는 우리나라, 우리학교에 찾아온 학생들부터 귀하게 여긴다는 기본적인 생각에서 출발해야 할 겁니다.
(윤) 최근 한국 학계에서 ‘차이나 리터러시’(China Literacy)에 대한 고민이 심화 중이고, 중국 학계와 사회 또한 ‘코리아 리터러시’(Korea Literacy)가 필요해 보입니다. ‘차이나 리터러시’란 거대한 인구와 넓은 지역 등 거대한 규모와 커다란 다양성을 갖고 있는 사회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기성 세대의 연구자들이 상호 참조와 내재적 이해의 시각에서 중국을 살펴보고 동아시아와 아시아, 세계를 이해하고자 했다면, 한국과 중국의 학계와 사회가 서로의 유사점과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서로의 다양성과 역사적 경험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체제가 다른 두 나라 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면서도 공동의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는 교류와 협력, 가능하다면 플랫폼(들)의 건설이 시급합니다.
일종의 세계사적인 ‘과도기 상황’ 속, 양자 관계뿐 아니라 더 나은 세계,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구상과 그 구체적인 실천에서 한중관계의 미래도 담보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모두 ‘경제 기적’을 성취했고, 한 국가의 부상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부상’이란 점에서 유사한 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세계행복순위》(World Happiness Rankings)에서 보이듯, 급속한 경제성장에 걸맞는 시민/인민의 ‘행복’, 민생의 문제는 한국과 중국 사회 모두에게 여전히 거대한 과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중 사회 모두 각 사회를 보다 매력적인 사회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동시에,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가는데 기여할 수 있는 공동의 노력과 실질적인 성과가 중요합니다. 이 부분이 아직 미진한 부분이자, 앞으로 개척해야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일종의 세계사적인 ‘과도기 상황’ 속, 양자 관계뿐 아니라 더 나은 세계,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구상과 그 구체적인 실천에서 한중관계의 미래도 담보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일종의 ‘난세’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월러스틴이 이야기한 바처럼, 우리가 아는 세계는 이미 종언을 고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존에 가졌던 상식들이 더 이상 상식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현재 많은 문제를 해결치 못하고 궁지에 몰려있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중국 사회 모두 서로에게 거울이자 창(창문)이 될 수 있고, 좋은 면모는 상호 귀감이자 참조가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중국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이자, 시대적, 문명적 과제에 직면하여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동반자이기도 합니다. 연대는 경쟁과 차이를 넘어 공통의 문제를 인식하고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기본을 다시 한 번 되뇌어봅니다. 서로를 대화와 협력의 파트너로 삼아서 다시 한 번 출발점을 확인하고 어느 방향을 바라볼 것인지 작지만 진지한 대화들을 각자가 놓인 위치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 1980 년대 당시 한국의 젊은 세대는 반미정서가 굉장히 높았었습니다. 청년 세대들이 갖고 있던 높은 반미정서가 지금은 사실은 상당히 희석화되어 버린 거죠. 반중 정서도 그런 측면에서 보면, 여러 선생님들 말씀하셨던 것처럼, 앞으로 미래 한중 관계의 과정 속에서 극복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정말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더 나은 한중관계와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지구적 연대와 평화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겠지요.
한중수교 30주년 관련하여 여러 곳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단행본이나 보고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분야별로 많은 부분들이 다뤄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차이나 퍼스펙티브’는 우리 네 분 선생님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 또 그동안 맞춰왔던 호흡들이 있으실 거고요. 좋은 대담집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2시간 30분이 지났지만 시간이 금방 지나간 것 같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고요. 오늘 대담은 이것으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