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양회 경제 분야에서 주목할 내용은 5.5%의 높은 경제성장률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이 목표는 10월 중요한 20차 당대회를 앞둔 중국 정부가 경제의 활력을 고양시키고 사회안정을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작년에 비해 적극적이고 완화적인 재정금융정책을 펼칠 것이 예상된다. 다만, 단기성과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공동부유·탈탄소 등 장기 전략 추진이나 필요한 구조조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2022년 3월 4~11일까지 중국 양회가 열렸다.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 재정부의 「2021년의 중앙·지방 예산의 집행 상황 및 2022년의 중앙·지방 예산안에 대한 보고」,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2021년의 국민경제・사회발전계획의 집행상황과 2022년의 국민경제・사회발전계획안에 대한 보고」에서 올해 중국 정부의 주요 경제 목표와 정책이 제시되었다(표1). 주요 목표와 정책 방향은 다음과 같다. △실질 GDP 성장률 5.5% 전후, △소비자 물가상승률 3.0% 전후, △소득성장률을 경제성장률 수준으로 유지, △국제 수지 균형, △식량 생산량 6.5억톤 이상 유지, △생태 환경의 지속적 개선과 주요 오염물질 배출량 지속 감소, △단위당 에너지 소비량은 14차 5개년 계획에 따른 유연한 축소 등이다. 이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5.5%라는 경제성장률 설정이었다.
표1. 2022년 정부공작보고의 주요 목표와 방향
2021년 목표 | 2021년 실적 | 2022년 목표 | 평가 | |
실질GDP 성장률 | 6.0% 이상 | 8.1% | 5.5% 전후 | 기대 이상 |
소비자물가상승률 | 3.0% 전후 | 0.9% | 3.0% 전후 | – |
금융정책 방향 | 온건, 유연, 정확, 합리, 적정 | – | 온건, 유연, 적정,대출금리 감소 | 완화, 확대 |
-사회융자총액 | 명목 GDP와 동일 성장률 | 11.1% | 명목 GDP와 동일 성장률 | – |
재정정책 방향 | 적극, 효율, 지속가능 | – | 적극, 효율, 지속가능 | 적극, 확대 |
-재정적자율 | 3.2% | 3.1% | 2.8% | – |
-지방정부 이전 재원 | 7.49조 위안 | 7.49조 위안 | 9.8조 위안 | – |
-지방정부 특별 채권 | 3.65조 위안 | 3.53조 위안 | 3.65조 위안 | – |
-세금 관련 감면 | 2.6조 위안 | 1.1조 위안 | 2.5조 위안 | – |
GDP 당 에너지소비 | 3% 이하 | – | 14.5계획에 따른 유연한 추진 | 소극, 축소 |
신규 취업자수 | 1,100만명이상 | 1,269만명 | 1,100만명 이상 | – |
도시 조사 실업률 | 5.5% | 5.1% | 5.5% | – |
식량 생산량 | 6.5억톤 | 6.8억톤 | 6.5억톤 | – |
성장률 목표치 5.5%는 2021년 ‘6.0% 이상’에서 0.5%p 이상 낮아진 것이다. 1991년 이래 가장 낮은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 비추어보면 이 목표치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첫째, 중국의 장기 성장률 추세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이런 성장률 하락은 중국경제가 성장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겪는 과정이다. 시진핑 정부가 출범한 2013년 7.8%를 기록한 성장률은 2019년 6.0%까지 떨어졌는데 추세적으로 보면 2022년은 5% 초반 정도로 볼 수 있다(그림1). IMF를 비롯한 여러 국내외 기관들이 2022년 5% 정도를 예상한 이유이기도 하다(표2). 심지어 기관들의 예상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 시작하기 전에 제시된 것이다). 2021년에는 코로나 기저효과로 연 성장률 8.1%를 기록했으나(그림1), 2021년 4분기에는 고작 4.0%의 분기 성장률을 거두었다(그림2). 2020~2021년 2년의 평균성장률도 5.1%를 기록하면서 성장률 하락세를 반영하였다. 이런 추세를 생각할 때 2022년 목표치 5.5%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림1. 중국 연도별 실질경제성장률(2013~2021) | 그림2. 중국 분기별 실질경제성장률(2013~2021) |
표2. 주요 기관의 2022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
기관 | 중국정부 | 모건스탠리 | ADB | 중국사회과학원 | OECD | WB | 딜로이트 | IMF | 골드만삭스 |
전망치 | 5.5% | 5.5% | 5.3% | 5.3% | 5.1% | 5.1% | 5.0% | 4.8 | 4.3% |
둘째,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대내외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경제주체들의 과도한 부채, 인구 고령화 가속화, 헝다 사태로 대변되는 부동산 부문의 위기, 민간기업에 적대적인 일부 정책, 장기화되는 코로나로 인한 소비·투자 위축, 미중 분쟁 격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대외불안정 등이 주된 장애물이다. 단시일에 해결하기 어려운 요인들이다. 물론 중국은 지난 2년간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상당히 선방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22년에는 기존 문제들이 더욱 악화되거나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의 부채가 2021년 하반기 터지면서 2022년 연초 주택판매가 전년대비 40% 가량 감소하였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발 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부문이 경제 성장에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월말 예상을 뒤집고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도 원유와 같은 원자재의 가격을 끌어올려 최대 에너지 수입국인 중국경제에 타격을 준다. 전쟁은 세계 경제의 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면서 중국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수출을 감소시킬 가능성도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부정적 영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왜 이렇게 높은 성장률 목표를 제시했는가? 우선, 중국 공산당이 정치와 경제에 강력하게 영향력을 미치는 중국의 권력 구조를 볼 때, 이 목표치가 10월 20차 당대회의 안정적 개최를 위한 경제적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 등 향후 10년의 중국 권력 구도를 형성할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공산당은 모든 불안 요소를 최대한 없애고자 할 것이다. 그런데 경제가 좋지 않으면 기업의 이윤 감소와 노동의 실업 증가가 발생하면서 사회 불안정 요인이 된다. 5.5% 성장은 10월 중대사를 앞둔 중국공산당은 사회적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목표 노선이다. 2022년 정부활동보고에서 “경제성장 목표는 주로 취업 안정, 민생보호, 리스크 방지에 대한 수요를 고려하여 설정했고”, “시장 주체의 안정과 고용 확보에 노력하고 거시경제정책 실시에 한층 더 힘을 쏟는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둘째, 높은 성장률 목표는 그 자체로 경제주체들의 기대에 긍정적 영향을 줘서 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 이어 정부업무보고에서도 수요 축소, 공급 충격, 기대 약화(需求收缩、供给冲击、预期转弱)를 중국경제를 억누르는 세 가지 압력으로 제시하였다. 장기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민간의 소비, 투자 심리가 오랜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의 기대 변화 없이 경제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 중국의 높은 성장률 설정은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소비, 투자 등을 증가시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높은 만큼 성공 가능성도 올라가는 정책이다. 또한 지역의 경제 성과와 개인의 승진이 긴밀히 연결된 지방 관료들의 인센티브를 자극하여 적극적 행정을 독려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 년의 경제성장은 국가 총공급의 안정적 지원 하에서 총수요가 얼마나 증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다만 현재 중국의 총공급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이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21년 약 37억 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수입한 중국은 전쟁으로 유가가 2021년 대비 평균 50달러 상승한다면 GDP의 약 1%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는다. 총수요의 소비, 투자, 수출 측면에서도 적극적인 GDP 기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2021년 소비와 투자는 2020년 코로나 기저 효과에도 불구하고 12.5%(2년 연평균 3.9%), 4.9%(2년 연평균 3.9%) 성장하는데 그쳤다. 2022년에도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유지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 수출은 2021년 21.2% 증가하면서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였으나,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작년보다 GDP에 대한 기여를 늘리지 못할 공산이 크다.
결국 5.5% 성장은 작년보다 확대된 정부의 재정금융정책을 통해서 이끌어야 한다. 우선 양회에서 드러난 2022년 재정정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재정적자율(재정적자/GDP)이 작년보다 0.4%p 하락한 2.8%로 제시되면서 긴축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정부기금 등에 의한 보전으로 인한 재정적자율 감소이고, 실제 집행되는 광의의 재정지출액은 2021년 실적 28.2조 위안보다 7.8% 증가한 30.4조 위안이 될 예정이다(⼤和アセット, 2022.3). 둘째, 지방정부 채권의 발행은 3.65조 위안으로 2021년 예산안과 동일수준이지만 2021년 10-12월기에 조달되어 2022년으로 연기된 1조 위안 이상의 투자예정액을 포함하면 지방정부 인프라 투자의 빠른 증가가 예상된다. 지방정부의 채권조달을 통한 자금은 주로 지역 인프라 투자에 투입되어 경제적 효과가 크다. 지방정부에 대한 이전 재원도 7.49조 위안에서 9.82조 위안으로 증가되어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다. 셋째, 제조업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총 2.5조 위안 내외의 감세 및 세금환급이 이루어지면서 소기업 활성화 및 기술 혁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의 연구개발비용 세액공제율을 현행의 75%에서 100%로 높이는 내용도 동일한 맥락에서 제시되었다.
통화정책에 대해서 정부업무보고는 “신중한 통화 정책은 유연하고 적절해야 하며 합리적으로 충분한 유동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라면서도 “통화 공급 및 총자금조달의 증가가 일반적으로 명목 경제 성장과 보조를 맞추도록 할 것이다.”라고 언급한다. 경기 부양을 위한 의도와 금융 안정화에 대한 고민이 교차되고 있음이 드러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 기관은 실질 대출 금리를 낮추고 수수료를 인하하여 시장 주체가 자금 조달에 쉽게 접근하고 전반적인 자금 조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도록 장려할 것이다.”라고 추가로 언급하면서 통화정책을 경기 부양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임을 확인하였다. 중국인민은행은 이미 2021년 지급준비율을 1%p 낮추고, 2022년 1월에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 금리를 0.1%p 인하하였다. 지금처럼 경제 심리가 저하된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얼마나 많은 대출 증가와 소비·투자 증가로 연결될지는 미지수이지만 2022년의 통화 정책이 완화적인 방향으로 나갈 것은 확실해 보인다.
악화되고 있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성장 목표치를 손쉽게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리커창 총리도 “목표 달성을 위해선 고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하였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목표치 5.5%를 달성하지 못할 것 같진 않다. 다른 국가 정부와 비교할 때, 중국 정부는 강력한 정책적 수단과 노하우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고 수십 년간 이를 활용하여 거의 모든 목표치를 달성해 왔다(비록 가끔 통계 조작을 의심받곤 했으나).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한 중국의 노력이 장기 전략 추진이나 구조조정의 지연으로 연결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2020~2021년에 거쳐 중국은 14·5규획 등으로 통해 장기 국가 대전략인 ‘쌍순환’, ‘공동부유’, ‘탈탄소경제’ 노선을 확립하였다. 모두 미중 분쟁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풍요롭고 조화로운 2049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달성을 위한 장기 전략이다. 2022년은 14·5규획의 2년차로서 이런 전략들의 실행 기반을 닦아나가는 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에 있어 2022년은 대내외 어려움 속에서 설정한 단기 성장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버거워 보인다. 이에 장기 목표를 돌보기 어려운 한해다. 예를 들어 이번 양회에서는 ‘공동부유’에 대한 내용 언급이 거의 없었다(CSIS, 2022). ‘공동부유’는 중국의 극심한 소득불평등을 감소시켜 성장과 분배를 조화롭게 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공동부유’는 불평등 해소를 통한 소비 증대와 연결되어 쌍순환 전략을 뒷받침하는 정책이기도 하다(이현태, 2021). 그런데 올해 정부공작보고에는 “공동부유를 확실하게 추진한다”라고 짤막하게 언급만 되어 있다. 2021년 중국이 얼마나 ‘공동부유’ 노선 도입으로 떠들썩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변화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탈탄소 정책의 경우에도 그러하다. 올해 중국 정부는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도모함으로써 암묵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탄소배출량을 수용하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GDP 단위당 에너지 소모량에 대해서 2021년에는 3.0% 삭감을 목표하였으나 2022년은 목표조차 설정하지 않았다. 경기하강 압력이 강한 상황에서 중국이 성장률 5.5%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전력, 철강, 화학, 자동차 등 중화학 산업에 의존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에너지 공급에 대해서도 “신에너지원의 확립이 선행되어야 하며, 구에너지원의 폐지는 그 다음이어야 한다”라는 방침을 내세운 것도 궤를 같이 한다(2021년 급진적 규제에 따른 전력난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정책 선회이기도 하다). 또한 신에너지차(NEV)의 보조금 정책이 2022년 말 종료되고, 농민의 자동차구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의 전국 확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물론 중국이 2030년까지의 탄소 정점 목표를, 2060년까지의 탄소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올해 일단 속도를 늦추게 되면 다음에 해야 할 일들이 그만큼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2022년 양회에서 중국은 올해 경제 운영 방향을 적극적인 거시경제정책에 의한 경기 촉진으로 정하였다. 공격적인 5.5% 성장률 목표가 이를 반증한다. 10월 중요한 정치행사를 앞둔 상황에서 제로코로나 정책과 대내외 환경 악화로 고통 받는 중국 경제를 위해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장기 전략과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2000년대 후반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강력한 확장적 재정금융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중국 경제를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때 형성된 과잉투자, 과잉설비, 과다부채 등이 이후 지속적으로 중국 경제의 개선을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2022년 지금은 중국이 과거의 교훈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경기부양을 익숙하고 손쉬운 방식이 아니라 구조조정과 장기 전략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을까? 올 한해 중국의 행보가 주목된다.
<참고문헌>
이현태(2021.12). 중국의 성장과 분배, 그 선순환은 가능한가?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China Perspective.
전보희(2022.2). 2022년 양회를 통해 본 중국의 경제산업 정책방향과 시사점. 한국무역협회.
CSIS(2022.3). China’s Two Sessions: Ready, Aim, Spend.
⼤和アセット(2022.3). 全⼈代からみる2022年の中国の経済政策. Market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