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난 20년간 저자가 경험적 연구를 통해 빈곤을 학술적·실천적 주제로 탐구해 온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한국과 중국의 여러 현장을 대상으로 하여, 빈곤을 새롭게 발견하고 쟁점화하고자 하였다. 무허가 판자촌, 공장지대, 슬럼화된 노동자 거주지 등 빈곤의 전형성이 도드라진 현장에서 전형적이지 않은 빈곤의 역사성과 관계성에 주목했고, 대학 수업, 이주자들의 공간, 국제개발과 자원봉사 무대처럼 서로 이질적인 현장에서 빈곤이 실존의 불안으로 현상하는 공통성을 포착했다. 인구 다수가 불평등 구조의 피해자를 자처하는 ‘경계 없는 불평등’의 시대, 다른 한편에선 금융자본주의와 팬데믹을 거치면서 부의 양극화가 가파르게 진행 중인 시대에 빈곤을 긴요한 정치적·윤리적 의제로 소환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한 것일까? 복지국가의 몰락 이후 선진국과 후진국의 이분법이 무색해진 지금, 빈곤은 국경을 넘어서고 있으며 빈자들은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일국적 차원을 넘어 동아시아라는 지역적(regional) 차원에서 빈곤을 이해하고 탐구해야 할 것인가? 저작비평회는 이러한 물음에 응답하기 위하여 마련되었다.